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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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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창훈'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 내 편협한 독서야 신간평가단 13기때부터 줄줄이 읊어왔으니 더 읊을 필요는 없겠고..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알게 되는 작가가 꽤 많은데, 아마도 '한창훈' 작가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요즘들어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왜인지 그 이유까지는 알 길이 없으나 분명한 건, 사람들이 글로써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덩달아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또한 그런 책들의 종류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글 쓰는 게 좋은지, 어떤 게 좋은 글인지, 그리고 자신이 글쓰는 방법은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책.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은 그저 '한창훈'이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면서 책은 작가 그 자체라니 조금은 아이러니 한 듯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의 말에 모두 설명되어 있다.

 

왜 쓰는가, 이런거 물어보는 거 아니다. 옳기는 하겠지마만 좋지는 않다. 짧은 질문은 긴 대답을 요구한다. 차라리 쓰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이가 답하는 게 더 좋다. '쟤는 아마 그것 때문에 맨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을 거야.', 이런 답이 나올 테니까. 왜 안 좋은가?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니까. 왜 사는가를 물어오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니까. 그렇게 하면 대부분 부끄럽고 쪽팔리니까. (p. 6)

 

왜 쓰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던 작가의 '작가의 말'만 보고 이 사람이 굉장히 내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겨우 한 문단 읽었을 뿐인데,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다니. 이 사람 진짜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무튼. 쪽팔리다 이야기했던 작가가 그래도 자신이 왜 쓰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가장 간단한 이유는 원고료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고, 사실 쓰는 행위가 먼저라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은 뒤에 생긴다 (p. 7) 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가 댄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서 '주변의 기록'이라는 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생은 여러가지 맛이 나는 요리인데, 한 가지 맛만 나면 재미없지 않겠냐며 되묻는 그의 글에서 왜인지 그의 뚝심을 보았다.

 

 

작가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크든 작든 어떤 이야기가 생기고, 그것을 글로 차분히 옮겨내면서 사람을 추억한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를, 스쳐지나갔지만 자신이 만났던 누군가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자신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꺼내 놓은 이야기들에선 작가다운 풍모도 보이지만, 그에 비해 인간적인 모습도 더러 출연한다. 작가가 소설가가 되기 전의 모습들도 보이면서 그가 겪었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퍽 재미있다. 아무래도 에세이다 보니 그의 성격이나 말투 같은 것들이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는 왜 쓰는가> 속 이야기들은 작가의 목소리가 더 입혀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내 착각일까.)

 

첫 에피에 등장하는 동네 거지형부터 자신이 교류했던 문인들과의 에피소드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비춰졌던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 여실히 드러났달까. 툭 던지는 말투 속에 따스함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특징도 잘 살려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가 말하는 가족들은 모두 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들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친구도 없고 장난감도 변변찮은 시골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신의 상처를 가지고 논다. 무릎이 까지면 자꾸 만져보고 딱지가 앉으면 그 딱지를 뜯어내며 혼자 논다. 시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p. 223)

 

그가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에 들어 가져왔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가볍지가 않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농을 이렇게나 와닿게 비유하다니 말이다.

 

글쎄. 이 책은 작가의 목소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그가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법한.

 

내가 쓰는 이유는 그들이 애써 알고 싶어하지 않는 당대 이야기로 그런 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p. 14)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그가 가끔씩 자신의 입을 빌려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들려줬음 하는 바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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