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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경선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일단 그녀의 소설이나 산문집을 읽어본 적이 없고(이전부터 누누히 이야기했듯이 내 독서는 참 편협..하다;;) 그녀가 쓴 칼럼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아 칼럼을 접할 기회가 적고, 인터넷 기사들 속에서도 칼럼을 따로 찾아 읽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기획을 좋아라 한다. 그동안 찾아 읽을 수 없었던 글들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 '글솜씨'에 대한 어떤 공부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살짝 샜는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결론은 임경선 작가를 잘 알지 못한다는 거다. 예전에 이효리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했던 건 알고 있었지만 그 프로그램조차 보지 않았으므로 사실 작가와 나의 연결고리는 단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선입견이나 기대치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웬 걸. 프롤로그부터 글의 내공이 느껴지는데, 쉽게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태도 attitude'란 '어떻게 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p 7)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이야기한 요 부분이 책의 성격을 확실히 정해둔 것 같이 느껴졌다. 책에는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것들에 대한 접근 방식은 비록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당신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라고 말이다. 그래서 작가가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까지 5개의 주제를 놓고 각각의 주제마다 5~6개의 이야기들을 채웠다.
그녀의 글은 하나의 주제를 매끄럽게 끌고 나가면서 사람을 설득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절대 무언가를 강요하는 글쓰기는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그녀의 글은 화려하지 않아도 읽기 편하고, 분량도 길지 않아 참 금방 잘 읽힌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당연해 글로 쓰지는 않았던', '마치 내 생각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의 글들을 발견하곤 했는데, 남녀노소 누구든 아우를 수 있는 그녀의 통찰력이 만들어낸 그 글들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아마도 처음이 맞을거다) 그녀의 글을 읽어보는 거지만, 왜인지 앞으로 그녀의 글을 계속 사랑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
우리가 함께하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도 진실이지만 동시에 결국 제 삶의 무게는 혼자서 짊어진다는 것도 진실이다. (p 124)
'세상은 원래 그래' 같은 명제에 나는 어쩐지 반항을 하고 싶어진다. 지금으로서는 그 반항과 저항의 방식이 기왕이면 창의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p 145)
작가의 생각은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공감하지 않은 부분들은 나와는 다른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공감한 부분들은 내가 겪었거나 내가 고민하거나 앞으로 내가 겪을거란 걸 미리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것들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지만, 어느정도 방향성이 같거나 비슷한 부분을 공유할 수는 있는 것이니 말이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를 대입해 생각해보거나 '나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도 해 본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이런 것- 권유라는 거창한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다른 생각 혹은 같은 생각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것. 작가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데, 의도하지 않아도 그녀의 글은 그런 성격을 띤다. 신기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나 또한 그 사이 변했을 수도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래도 여전히 그 친구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그 부분을 보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지만, 그 친구에 대해서 내가 좋아했던 점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면 놔줘야 할 때다. (p 222~223)
처음에 그녀는 이야기했다. Attitude는 How라는 살아가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그래서 리뷰의 제목을 'A와 H' 사이로 지어봤다. 오늘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날인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과는 별개로, '어떻게'라는 질문의 답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녀야 하는 질문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어떻게'를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니. 과연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무엇일까. '나의 어떻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책이었다. 더불어 좋은 작가를 또 한 명 만났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기쁘기도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