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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차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여울 작가의 글은 일단 믿고 보는 편이다. 자신의 현재 이야기와 예전의 이야기들을 잘 섞어서 버무려 내놓는 것. 자신의 전문 분야인 문학과 영화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잘 넣어두는 것. 이 두가지와 더불어 그녀의 생각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한 유럽>보다 <나만 알고 싶은 유럽>이 더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와 과거의 공존.
첫번째 책이 나왔을 때보다 시간은 좀 더 지나가 있었고,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생각은 깊이를 더하게 됐다. 자신이 좋아했던 유럽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선정한 테마는 특별한 하루, 예술을 만나다, 달콤한 유혹, 마법같은 풍경, 그들처럼 살아보기, 맘껏 취하기, 생각이 깊어지는 곳, 작가와 영화 주인공처럼, 축제, 휴식까지 총 10개의 테마다. 물론 이전의 책과 같은 10개의 테마들이지만, 아무래도 가보고 싶고 달려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고 그래서 그것들을 즐겼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있다거나 사색을 한다거나 현지인처럼 생활한다거나 하는, 관광객의 마음에서 현지인의 마음으로 그 마음가짐이 옮겨갔다. 이방인으로 낯선 도시에 서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해 봤으니, 이번엔 그 낯선 도시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는 경험을 이야기들에 녹여낼 차례였던 거다.
마음은 거대한 색유리창과 같아서 얼룩진 마음으로 바라볼 때는 온 세상이 어둡고 칙칙해 보인다. 어떤 완벽한 여행지에 가면 모든 고민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편리한 환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는가에 따라, 내가 그 장소에 대한 설렘을 얼마나 깊이 안고 가는가에 따라 여행지는 전혀 다른 절경을 펼쳐 보여줄테니. (135쪽)
이번 책에는 무작정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가다 발견한 새로운 풍경들과 마음에 드는 예술작품들을 찾아냈던 기억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다. 그러다 작가는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원효스님의 해골물에 버금가는 진리를 깨닫는다. 알고 있지만 당연하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들.. 그래서 마음가짐에 대한 이 말이 더 와 닿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에는 작가의 선배가 들려준 이런 한 문장이 나온다.
"인생은 항상 ㄷ자로 뚫혀 있어. 자꾸 억지로 ㅁ자로 메우려 하면 꼭 에러가 나."
완벽함은 존재하기 힘이 드니, 완벽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는 게 좋다고. 모든 글 중에서 최고로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사로잡혀버렸다. 그녀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보기도 전부터 말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태양 아래서 더욱 눈부신 광휘를 발산한다. 하지만 진정 아름다운 것들은 겨울의 가라앉은 햇살 속에서도, 저물어가는 황혼녘의 붉은 노을 속에서도, 인적마저 드물어진 비수기의 쓸쓸한 풍광 속에서도 자기만이 지닌 존재의 빛을 드러낸다. (227쪽)
비수기의 쓸쓸함은 활기를 잃은 대신 사색할 공간을 마련해준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하지 않는 아무도 모르는 여행지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참 재미겠지만, 비수기에 여행을 떠나 좀 더 나만의 시간을 갖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처럼.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