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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사람은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분명 몸이 어른이 되는 시기는 정확하게 존재한다. 2차 성징이 끝나는 시점- 그 시점이 몸이 어른이 되는 시기이고 그건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그렇다면 2차 성징이 끝난 사람은 '어른'인 걸까.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걸까, 하고. 근데 정확하게 답을 정할 수가 없더라. 어른은 생각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말마따나 그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문득'되어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다. 알고보니 그녀는 만화가였고, 생활 친화적 공감 만화로 명성을 갖고 있었고, 이 책은 그녀가 처음 낸 에세이집이라는 것-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됐다. 사실, 주목 신간을 뽑을 때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감상적인 제목이 눈에 띄긴 했지만(내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읽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내가 추천한 책들 중에는 포함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본 지금은, 작가의 만화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정도. (꽤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이 책은, 40대 싱글 여성인 작가가 일상 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편안하게 쓴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여기엔 40대 싱글로서의 고민,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로서의 고민, 현재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민 등 여러가지 고민들이 들어있었고, 그것이 꼭 그 나이대의 여자만 공감이 가는 내용이 아니라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나이가 달라도 여자는 여자이니까, 나도 여자이니까 공감 공감. 그러나 여자가 아니라도 공감할 내용들 또한 가득하다. 실상 고개를 끄덕인 곳은 여자와 관련된 고민들에 대한 것들이었지만, 소소하게 웃으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건 소재가 '여자'에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화자는 작가 본인이다. 본인에게 있었던 일들을 꽤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그런 서술들이 나를 쉽게 대입하게 하고 '맞아맞아'하고 동의하게 한다. 그저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것 뿐인데, 나는 어느새 작가와 동화 되어서 그녀의 모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더라. 마녀사냥에 패널로 나와서 알게 된 곽정은은 그녀가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을 갖고 있는 건 아마 대다수가 '일상의 힘'에서 오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공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떤 이는 그냥 흘려버렸을 그런 일들을 이야기한다. 너무 평범하기도 한 이야기들인데,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뭐든 다 할 줄 알게 되는 줄 알았지만,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다.
- 110쪽. 조금이지만 먹어보렴
무의미하다고 하면 무의미한 대화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무의미한 대화는 무의미하지 않은 대화를 위해 있는 편이 좋다.
무의미하지 않은 대화가 한층 돋보인다.
- 37쪽. 12월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실수했네, 싶은 일이 있어도
줄줄이 일정이 밀려 있으면 뭐, 됐어, 벌써 지난 일인 걸, 하고 넘기게 된다.
이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빠르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 24~25쪽. 일정을 넣지 않는 날
학교에서 한자 공부할 때는 같은 글씨를 몇 번씩 노트에 써보는 것이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라고 배웠다. 빨리 잊어버리는 지름길은 몇 번씩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낸 대처법이다.
- 101쪽. 어른이 되어 생각해낸 방법
책에 줄을 잘 안 긋는 나인데, 마음에 드는 부분들에 줄을 긋다 보니 어느새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대부분 저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것들이다. 사실, 책은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 옆에서 같이 수다를 떨고 있는 듯 가볍고 재미있다. 작가가 개그 센스가 꽤 있는 편이기도 하고, 작가가 적어놓은 상황들의 면면이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던 글들 사이 사이에 저렇게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글의 밸런스를 잘 맞출 줄 아는 느낌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는 참 귀엽다. 사실, '어른이 되었다'고 하는 작가는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은 느낌이다. '어른'이라고 하기엔 20대인 나와 별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 걸-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언제 어른이 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본인조차도 말이다. 아마 죽는 순간까지 어른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어른이 되고 싶으면서 되기 싫은 공존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어제도 내일도 지금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 어른이 되는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책의 원 제목이 길어서.. 리뷰의 제목이 본의 아니게 되게 길어졌다. 조금 당황스럽다. 하하;;)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