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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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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채 펴 보지 못한 꽃인 것만 같은 이름 김광석. 짧은 생을 살다가 갔고, 그러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김광석은 김광석이라는 이름만으로 울림을 주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가수이다. 그의 목소리는 삶에 지친 현실의 누군가에게 언제나 위로가 되어 주었고, 아마도 훗날의 누군가에게 또 위로를 주고 있을테다. 나는 그가 활동했던 시기를 같이 보내지는 못했다. 그때 나는 고작 어린 아이였던 걸. 하지만 그의 노래는 안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안다. 그의 노래와 그의 목소리는, 참 따뜻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만든 노래조차 자신의 이야기로 소화해서 부르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의 '서른 즈음에'나 '이등병의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모두가 김광석 본인이 쓴 가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모든 이야기는 김광석을 거침으로써 나에게도 와닿는 이야기가 된다. 그의 깊이 있는 목소리는 일반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일반화 시켜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는 묘한 마법을 부린다. 노래를 깊숙히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내 살아생전 또 볼수나 있을런지.

 

 

 

가끔씩 우리의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도대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사랑이라 말하지만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는 거지.

남지 않을 그 무엇이어도 좋다.

우리는 미워하며 사랑을 배우는가.

27쪽. <흐린 마음>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의 끝은

끝없는 관념 속의 바다 그 심연을

오르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다.

118쪽. <심연>

 

 

 

 

<미처 다 하지 못한>이라는 김광석의 에세이는 김광석이라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 구석구석, 왜인지 김광석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저 짤막하게 적어놓은 일기와 메모들을 모아 놓았을 뿐인데, 그 글들이 묘한 울림을 준다. 나는 일기에 저렇게 누군가가 읽으면 울림을 받을만한 글들을 쓴 적이 있던가. 괜스레 내 일기와 비교해보게 되면서 나를 반성하게 된다. 그의 글들은 불안한 청춘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아픈 사랑의 상처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들도 실려 있고, 늦은 밤 술에 취해 두서없이 던진 말들도 실려 있다. 근데 왜인지 이 책은 김광석의 예의 그의 노래들처럼, 그냥 마음에 와 닿는 바가 크다. 설사 그게 별 말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가 적은 글들을 보고 있자니, 그가 너무 일찍 간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의 생각을 잠시나마 들여다 본 것만으로 느껴지는 바가 꽤 있는데, 그가 나이를 먹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줬을 거란 말인가. 나는 아쉽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 없다는 것이 말이다. 목소리를 들어봤다면 이 글들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렸을 테니 말이다.

 

 

 

 

 

 

 

너를 만난 세상

우연 속에서 잊히지 않는

너의 모습 그리며 우네

긴 세월 흘러간 줄 알았는데

모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이 밤 또 다가와 내 마음을 울려요

 

꿈처럼 흘러간 줄 알았는데

흔적 모두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지나는 가로수 잎새마다 이슬이

눈물처럼 다가와 마음처럼 흘러요

206-207쪽. <무제 21>

 

 

 

 

책에는 미처 발표되지 못한 미완의 가사들이 실려 있다. 5집을 준비하다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곡과 함께 앨범에 실렸을지도 모를 그런..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가사는 노래의 일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의 글들은 모두 가삿말 같았다. 피식 웃음 나는 글들도, 툭 던진 말로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글들도, 미처 완성되지 못한 가사들도 모두 다.

 

조금더 그와 공감할 수 있을 무언가가 있다면 좀 더 깊숙히 내게 다가왔을테지만, 왜인지 겉면만 핥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인지 그를 더 알고 싶은 마음만 커져서다. 아쉽다. 좀 더 일찍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지금 이 책이 참 소중했을텐데. 아저씨는 왜 그렇게나 젊은 나이에 간거예요, 도대체!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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