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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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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가득 적어뒀던 적개심이 가득한 리뷰를 싹 지워버리고 하얀 메모장에 다시 글을 써 내려간다. 리뷰를 다 써 놓고 나니 '정말 이 책이 그렇게나 남자들에 대해 안좋은 쪽으로 적은 책인가'란 생각이 들었고 내 리뷰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리뷰를 지워버리고 책을 다시 뒤적거렸다. 그래서 아까의 감정과는 한발자국 떨어져서 다른 쪽을 좀 더 들여다 보기로 했다. 분명 작가가 의도한 바가 내가 느낀 적개심은 아닐테니 말이다.

검색을 통해서 작가는 중년의 남성들에 대한 칼럼을 써 두었던 것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러니까, 이 책의 이야기는 모든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또래의 중년 남성에 대한 시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가부장적인 가족 제도가 존재했을 때에 이루어진 생각들로 현재를 살아가는 중년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가졌던 적개심을 걷어낼 수 있었다. (21세기의 남자들은 책 속의 이야기와 많이 들어맞지 않아 가졌던 적개심이었으니.)


적개심을 걷어내고 내가 포커스를 맞춘건, 태초부터 이어져 내려온 남자들의 어깨에 짊어진 그 책임감이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여자들의 사회진출도 늘어났건만, 아직까지도 남자들에게 가족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요구한다. (똑같은 일례로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났음에도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건 여자에게 요구하는 또 다른 책임감일테다.) 그러나, 남자에게서 그런 책임감의 의무를 없애버리면 남자는 자신의 자존감을 잃어버린다고 '셔터맨'의 예를 통해서 책은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남자는 책임감을 놓을수도 그렇다고 안을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늘 경쟁심리에 내던져 있는 남자들은 경쟁에 관한 한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반응하고 신나하며 특히 자신이 다른이보다 우월하다 느끼기를 좋아한다는 것. 혈연관계라 할지라도 형제에게 느끼는 경쟁심은 끝이 없을 수 있다는 것.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도 존재하는 경쟁심이라는 것. 즐겁게 읽었던 건 이런 것들 정도. 


"남녀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조언"이라는 책표지의 이야기는 대체로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작가와 나와의 생각차이를 꽤 많이 느꼈다고나 할까. 우리는 여러가지 책을 통해서 찌질하고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들을 많이 접해왔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했던 부분들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부분들이었으니까. 남자들 입장에서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책 속엔 존재하고 그로인해 책의 껄끄러움도 존재한다. 



태어날때부터 남자다움을 강요받았던 지금의 우리 부모님 세대들과 지금은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부모님들은 하지 않았던 고민을 지금 우리 또래들은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것들을 미리 안다고 해서 얼마나 인생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의 조카들을 위해서 책을 엮었다고 했는데, 그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허나, 단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남자라고 해서 세상이 정해놓은 틀안에 너무 갇혀있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다. 세상이 원하는 그 틀이 버겁다면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다른 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시대이니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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