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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1·2차 세계대전, 전쟁, 냉전시대, 계몽. 이런것들이 난무하던 1900년대 초반. 전쟁을 싫어했던 헤르만 헤세는 나라에서 시키는 것(이를테면 전쟁을 찬양한다거나 독려한다거나 선동한다거나)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한 삶을 보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정원은 자신이 가꾸고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생명체였고, 희망이었고, 도피처였다. 그런 그가 정원에 대해 쓴 글들을 모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이 책은, 한마디로 평화롭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다쳐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소수로 줄이고 혼자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두어 버린 헤르만 헤세. 그가 살았던 시대 자체가 서로를 물어 뜯고 발전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던 시대인지라, 남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부족했던 시대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흑백논리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흑백논리만으로 살아가지 않기. 쉽지 않은 일이고 힘든 일인데도 불구, 그는 세상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것으로 이겨냈다.
헤르만 헤세가 정원에 보였던 애정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조차 애정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눈이 닿을때마다 살피고 흐뭇해 한다. 정원은 많은 꽃들과 나무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닌가. 생과 사가 존재하고 득과 실이 존재하는 정원이라는 세계에서 꽃과 나무들을 인격체로 대함으로써 자신이 세상과 동떨어있지 않음이란 위안을 얻고 싶어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서 자신을 위로하고 글을 써 나갈 수 있었으므로 그는 외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끝쪽에 해제가 본문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던 이 책은, 읽으면 마치 정원 한 가운데에서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만큼 힘이 들때, 나만의 도피처가 존재한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마치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에게 주중원이 방공호인 것처럼.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