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1

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기억술사>의 표지만 보고 혹시나 로맨스를 상상하거나 달달한 연애소설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겠지만, 읽어본다면 상상 그 이상을 읽을 수도 있다. 워낙에 스릴러나 장르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억술사>의 1장을 읽으면서 이 책이 왜 3권까지인지, 나머지 2권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술사>는 풋풋하고 달달해 보이는 표지와는 달리 호러소설이다. '도시전설'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원하는 기억만 골라 없애주는 <기억술사>가 나타나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소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공포와 함께 주인공 료이치의 시선과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게 된다. 대학교 1학년인 료이치는 심리학 수업을 함께 듣는 선배 교코에게 관심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말을 하게 되고 친하게 되면서 교쿄가 밤엔 절대 외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료이치가 밤에 교코를 집에 바래다주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교코와 가까워지길 기대했던 료이치는 교코가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쯤 도시전설로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술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얼마 뒤 교코의 낯선 모습에서 이미 교코가 기억을 지우고 료이치의 존재까지도 지운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료이치는 어렸을 때 동생 마키가 기억을 지운 것도 기억해내고 자신도 수업시간에 기억술사에 대한 질문을 하고 난 뒤에 일어난 이상한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료이치 자신마저도 기억이 지워진 상태였다. 이런 사실에 경악했지만 료이치는 자신의 기억을 지운 기억술사를 찾기로 한다. 그리고 기억술사를 만났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데....

<기억술사>는 오랜만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너무 좋아하는데 한동안 읽을만한 흥미로운 책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억술사>의 료이치를 만나면서 료이치가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기억술사를 함께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지우고 싶은 기억만 골라서 지울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의뢰인의 부탁으로 상대방의 기억도 지울 수 있다는 것이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실제로 <기억술사>에서 벌어진 일은 그렇게 공포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 지웠을뿐이다. 누군가의 부재로 괴로워하고 슬퍼할 남은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로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