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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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 책 <뭉클>의 첫인상은 책표지와 책속지가 예뻐서 좋았다. 책을 지은 저자도 대단하고 책속의 '좋은 글'도 대단한 작가와 명사들이라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지만 그보다 먼저 노랗고 꽃들이 활짝 펴있는 모습이 보였다. 읽어도 좋은 글과 예쁜 꽃과의 만남이 봄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했다. <뭉클>에 나오는 좋은 글을 쓴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어떤 글을 썼을지 궁금하게 하고 읽어보고 싶게 한다. 문학가 김유정, 시인 이해인, 소설가 박문규, 시인 정지용과 이상, 법정 스님외에도 신영복, 손석희, 김용택, 류시화, 박목월, 권정생, 정채봉, 박인환, 최인호, 문익환, 박완서, 이효석 등 이름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명인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박민규는 '우리는 누구나 한 장의 연탄이다'에서 연탄을 때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연탄을 때던 시절은 16년 전의 일이지만 한 장의 연탄으로 대설과 결빙의 시간을 견디었다. 겨울을 살아남은 삶이 얼마나 뜨겁고 광휘로운 축복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뜨거운지, 지금 우리는 타고 있는지, 그 온기를 지니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연탄은 연탄구멍이 잘 맞춰져 있어야 불을 활활 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막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꺼져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시인 노천명의 '설야산책'은 눈발이 날리는 저녁에 저녁밥을 먹고 나선 산책의 이야기가 눈을 밟고 있는 것같이 순백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흰 눈밭을 헤매다가 멀리서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집을 발견한 듯한 '설야산책'은 그 길이가 짧아 장편의 시를 읽는 듯했다. 시인 박목월의 '평생을 나는 서서 살았다'에서는 40대의 후반이 된 자신의 모습에서 늙음을 상징하는 흰 머리카락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서글픈 심정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평생을 서서 살았다'라는 구절에서 지나온 인생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한다. 지나치게 분주라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현대의 우리들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40대, 50대도 아닌데 너무나 서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눈코뜰 사이 없이 일에만 몰두한 것은 아닐까. 아동문학가 정채봉의 '스무 살 어머니'에서 갓 스물이 된 회사 직원을 보고 열일곱에 시집와 열여덟에 저자를 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작은 아이가 울며 보챌 때 달려와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지만 시누이의 눈치가 보여 얼른 달려와 안아주지 않았을 어머니의 마음을 나이가 들고 자식이 태어난 후에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뭉클>에는 40편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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