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13
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요시니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작은 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늘 푸른 혁명'>, 들녘, 2004.


쿠바는 내게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동지 체 게바라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고 있던 나라다. 그런데 몇 년 전인가 얼핏 듣기에 그곳에선 일체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 농법으로 전환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문에서 살짝 본 것인지, 아니면 어떤 강연회에서 들은 것인지 자세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아주 피상적인 기억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면서 그 실체를 보다 상세히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았던 건,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내는 책 <역사교욱>에서였다. 역사연구에 있어서도 이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녹색사관이라고나 할까. 물론 아직은 초보단계다. 그런 과정에서 제목만 만났던 이 책.

대학원 '조직사회학'과목의 책을 읽다가 대안적 조직이라는 화두를 잡기 시작한 건 불과 한 달 전이다. 몬드라곤, 혹은 여러 영성 공동체 등 어쨌거나 경쟁과 불신과 탐욕의 현재 조직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젠 나도 지쳤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대안이 없으면 정말 참담할 것만 같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책이라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피상적으로만 보았던 쿠바의 생태농업에 대해서 그 배경부터 경과까지 자세히 살필 수 있어서 좋았다.

본래 쿠바는 한국보다 더 생태농법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플랜테이션 농업이라고 대량의 단일 작물 재배국가였으니 말이다. 그런 쿠바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자발적 전환이 아니었다. 처음엔 강요된 환경 때문에 그랬다. 미국의 경제 봉쇄와 소련의 몰락, 쿠바에겐 절망밖에 남을 게 없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의 또다른 표현이라든가. 쿠바는 암담한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냈다. 권력의 분산과 풀뿌리 권력의 육성, 엔지오와 지역 켜뮤니티의 활성화가 그 바탕을 이뤄줬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아름다움도 많았다.
"정치와 경제에 막다른 길이 보이면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가 규제완화와 경쟁원리의 도입이다. 그러나 쿠바에는 시장원리의 도임은 거스를 수 없다해도 신자유주의로 인해 사회가 물질적인 욕망에 지배당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경제적 동기를 대신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참여가 중시되었다."

"사회주의는 자원의 공평한 분배 이상의 것이어야 합니다......체 게바라가 추구한 것은 공업화의 진보로 사람들이 많은 소비품을 갖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에 근거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착취와 인종차별, 욕망에 근거한 자본주의와는 다른 가치관 말이죠."

"그런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보장해주는 것에서 사회주의가 물러서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우리는 물질 분배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아 시장의 힘이 여러가지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의료, 주택, 교육 등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려고 했을 때 시장의 힘으로는 지배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진리는 시장보다 위에 있고, 생존권은 자유시장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이 구절, "인간이 존엄하다는 진리는 시장보다 위에 있다"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 우린 종종 이런 상식조차 잊고 시장은 절대불변의 신인양 대하는 경우가 참 많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그러고 보면 미국의 어떠한 봉쇄도 결국 태양을 막을 수는 없었다는 말이 된다. 자연으로 향하는 지향이 있는 한 어떠한 위협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우리에게도 다가오는 위기이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식량과 석유 위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우리사회도 쿠바와 같은 변화가 가능할까 하며 회의를 했다. 그것도 아주 진한 회의를.
솔직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는 항상 극적인 반전 속에서 태어나게 마련이다. 아직은 비주류이지만 분명 신뢰와 자발성에 기초한 새로운 기운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더욱 쿠바의 희마이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맞다. 격동성 하면 한국 아닌가. 지금이야 참담해 보일지라도 결정적 순간에 무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한국현대사를 보면 쿠바의 경험을 결코 남의 일로 미뤄둘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제 준비하자. 생태적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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