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영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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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14 / 자기계발, 인간관계]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더글러스 스톤 외. 김영신 옮김. 21세기북스. (2018)

정체성이 흔들리면 균형을 잃는다. (...) 인간의 자아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할 수 없다. 자신의 정체성과 싸우는 것이 인생이며, 성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사랑과 성취감과 능력을 갖췄어도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예방할 수는 없다. (...) 그러나 몇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정체성에 타격을 입은 그때가 바로 그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계기라는 사실이다. (167)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었고, 시간도 충분했지만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직면하기 싫었던 인간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도 몸도 많이 아팠다. 책을 들여다보면 또다시 해결하지 못한 나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테니 자꾸만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이상 도망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다시 펼쳤다.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이라는 아주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대화의 심리학’의 개정증보판이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옛날 책인데 내용은 전혀 예스럽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어떤 곳도 흘려버릴 수 없었다. 모든 내용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 싶을 만큼 유의미했다. 누군가와 부딪히기 싫어 대화를 꺼리는 나 같은 사람이 나 말고도 꽤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고, 생각보다 많은 하찮은 요소들이 진정한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목답게 인간관계 속 어려운 대화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좋은 책은 목차부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1장에서 갈등, 감정,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어려운 대화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대화의 목적과 기술에 대하여 설명한다. 3장은 ‘불가능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10가지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결국은 내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렵고 힘든 것이 인간관계이다. 두 명의 지인에게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둘 다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다들 나처럼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엄청난 길이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수많은 인간관계 책 속에서 눈에 띈 만큼 많은 사람에게 읽혀 나도 우리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나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은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행동은 또다시 나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해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이 나쁜 의도가 있다는 나의 최악의 추측이 그대로 실현된다. (86)

일반적으로 인간관계가 잘못된 까닭은 당사자들 모두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05)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폭발한다. (135)
어떤 관계에서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그 관계에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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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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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는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툼이 이로부터 시작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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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르듯, 어제의 우리가 다르고 오늘의 우리가 다르다. 관계는 그렇게 매일 변해간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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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어려움으로 지끈거리는 요즘, 밀려있는 책탑 중 먼저 손에 닿은 책이 나를 위로한다.
관계도 일도 책읽기도 뭐든 목숨 걸고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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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하든 죽을 듯이, 아등바등대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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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마이클 크로닌 지음, 강도은 옮김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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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태어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슬픔과 죽음, 공포, 죄의식, 허무를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삶을 향한 여정을 떠난 저자, 마이클 크로닌의 이야기이다. 1970년대 초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던 중 저자는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크리슈나무르티는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던 유명한 인물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한 젊은이가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인물을 만나 요리사로 지내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마이클 크로닌이 바라본 크리슈나무르티’ 이야기로 한 젊은이의 순수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2005)’가 오버랩되었다.

이런 책의 공통점은 생각의 폭이 좁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허공을 맴도는 말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가끔씩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는 내 마음이 공허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에 대한 불만과 불안으로 편안하다고 느끼지 못해서 옛사람의 이야기에 기대어 쉬운 길을 찾고 싶어서. 내가 책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정 스님을 참 좋아했다. 그리 오랫동안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돌아가시기 한 두 해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스님은 법정 스님이다. 법륜 스님처럼 친근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잔소리 많고(!) 따뜻한 분도 좋지만 법정 스님처럼 고요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지닌 분이 나는 더 좋다. 아무튼 깨달음을 얻은 분들에게 풍기는 아우라가 있다. 그 아우라를 경험하고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함께하는 보살님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크로닌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독일인으로서, 1970년대에 20대를 보냈던 젊은이로서 베트남 전쟁과 대안 문화가 팽배하던 시절에 정신적 스승으로 떠오른 크리슈나무르티를 사랑으로 모셨고, 그가 사망한 1986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까이에서 성인과 호흡하고 나누며 깨달음을 가진 저자의 순수한 애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좋은 외국 서적은 좋은 번역자를 만나야 깊이가 더해진다. 옮긴 이(강도은) 덕분에 시대 배경과 저자,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 이유로 책도 글도 다른 그 무엇도 집중할 수가 없다. 관계에 대한 불신과 흔들림 때문인데 그 또한 오롯이 나의 문제다. 그러한 불안감이 나를 이 책으로 끌어당겼나 보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모여 내가 된다. 나의 하루를 위해 매일 보내는 시간을 다듬어야 한다.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아무렇게나 보내진 않도록.
모든 순간에 의미를 담아 무거워질 필욘 없지만 대충 보내진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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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지음 / 필요한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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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8 / 사회과학, 통일]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필요한책. (2018)

‘현명한 선택’은 ‘생존’이 달릴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52)


어제 우연히 한 동기 녀석이 월세 50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학교 공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딴 세상 사람처럼 허공을 맴도는 이야길 했고, 학교도 적당히 출석했고, 아마 학사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난 그 아이는 대충 살아도 넉넉하고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기에 장학금을 받을 만큼 매사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허덕이며 살고 있음이 억울했다. 그런 분통을 누그러트리고자 맥주 한 캔을 땄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도 더 큰 삶의 무게에 허덕이게 되는 내 삶의 쳇바퀴가 무겁고 나의 열정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의 저자 마석훈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고, 탈북청소년들과 생활했다. 그러한 경험을 담아 쓴 이 책. 저자의 이력만 보아도 그간의 삶이 느껴진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치열하고 빡빡하고 삶을 살아왔구나!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간간이 티브이에 등장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내 주변에서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아마 그들 역시 치열하게 티 나지 않게 남한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리와 마음을 치열하게 단련하며 살아온 저자는 특유의 위트로 탈북자들과 함께한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가슴으로 읽어내야 할 이야기들을 피식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실어온 강물을 품고, 싯다르타는 고행을 통해 부처가 되었다. 사람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구원을 얻고, 분단의 상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자라는 모습에서 메워진다. 자식 잃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실연을 당한 갑순이와 취직을 못 한 갑돌이가 위로를 받는다. (...) 충분히 울면 용서하는 마음도 생긴다. 같이 울고 나누면 살아갈 수 있다. 슬픔은 힘이 세다. (210)

막연했던 탈북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남한 땅에서 버티듯 살고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단지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야 하는 슬픔과 아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저자 같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상대적으로 내 고민 따위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사사로운 고민으로 질투하는 마음을 먹은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통일의 본질은 사람의 통일이다.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읽을 주제의 책은 아니지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일을 바라는 분단된 이 땅에 사는 성인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살면서 탈북민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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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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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05 / 인문학, 교양인문학] 시크:하다. 조승연. 와이즈베리. (2018)

15년 전 다녀온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느꼈던 거만한 영국에 비해 더러운 만큼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색채에 예민한 내게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미술관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한 작가님의 초대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고, 특히 와인에 문외한이었다. 몇 가지 와인을 권해주셨지만 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은 쓰고 떫은 와인들이 굉장히 좋다며 행복해했다.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특별히 기억나는 만큼 맛있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맛없는 음식이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음식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 간 대학 동기의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자 내게 조언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도도하고 거만하게 전시회를 치렀다. 학부 때에도 보던 특별히 다를 게 없던 전시였지만 그의 작품 세계가 좀 더 견고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아마도 ‘프랑스’라는 나라의 분위기가 더해졌음이 분명했고, 그녀의 세상이 부러웠다.

내가 아는 단편적인 프랑스는 복합적이다.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서민적이기도 하고, 테러도 파업도 많은 이상하게 매력적인 나라.

<시크:하다>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 조승연이 경험하고 바라본 프랑스인의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 누군가는 동경하는 프랑스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외국인으로서 그곳에서 몇 년 살다 온 저자의 시선이 과연 ‘모든 프랑스인의 삶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들의 방식이 전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얇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건 프랑스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보았기 때문일까? 저자가 경험한 책 속에 담긴 프랑스가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에 쌓여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어냈다. 책을 읽기 전 아리송했던 부분이 무색할 만큼 금방 해결되었다. 이 책은 ‘인문학 관찰 에세이‘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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