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신의 빛을 못 본 채 살아가니까. 신이 인간에게 심술궂은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하니까.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 시절의 행복을 눈치챌 수 있으니까. 정말 괴팍하고 잔인한 취향이 아닐 수없다. - P82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의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가치관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어떤 새상에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지에 별 흥미가 없다. - P136
우리는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참 세상일이라는 게 신기하다고, 전혀 신을 믿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람이 신을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석이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믿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고 죽은 사람이 좋은곳에 간다고 믿어야만 산 사람이 살 수 있는 거라고. 나는 그 말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 P93
"우리가 아닌 사람."삐썻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침묵했다. 맞다. 석이는 우리가 아닌 사람이다. 나는 우리가 아닌 사람을 자꾸 우리라는 이름에 가두려고 했었다. - P96
"울지 않는 사람."삐섯이 어떻게 사람이 울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내가 그런 사람도 있을 거라고 했다. 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사람도 있지. 울지 않고도 아파하는 사람."석이가 그런 사람이었어."> 나도 그렇다. 울지 않고도 아파하는 사람 - P95
형의 말대로 삶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내가 알고 싶었던 답을 영원히 찾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유일하게 위안 삼을수 있는 점은, 아픔도 기쁨도 한 종류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거다. 그 아이가 영원히 갖고 살아갈 상처처럼, 그애와 내가 나눈 비밀스러운 미소처럼. - P201
-그날로 다시 돌아가면 똑같이 할 거냐고.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건 답하기가 힘들어. 쉽게 답해서도 안 돼. 어떻게 대답하든 누군가는 아파져.-왜.-똑같이 할 거라고 말하면 널 아프게 하는 걸 테고 아니라고 하면 내가 비겁해지는 거니까. - P190
zip"이 이야기의 끝이 너라서."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