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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ㅣ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평점 :
역사와 신앙, 개인의 고뇌가 겹겹이 쌓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시간의 강을 부유하듯 떠다녔다.
『불새』를 읽는 경험은 이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종교적 상징과 인간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천주교 신자이고, 대학에서 종교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이 많이 낯설지는 않았다. 만약 종교적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혼란스러울까, 아니면 오히려 더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
성가대원 헬레나의 임신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무너진 바오로 신부는 성배를 보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거룩함보다는 정치적 음모, 종교적 광신, 그리고 폭력이다. 작가는 그 혼란 속에서도 바오로, 헬레나, 페트리 같은 인물들을 통해 역사를 되풀이하는 인간의 모습과 그 안의 고통, 성숙, 갈망을 잘 잡아낸 것 같다.
‘불새’라는 존재는 고통을 지나 다시 일어나는 삶, 불타고도 사라지지 않는 어떤 의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이야기 속의 불새는, 그 많은 질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모습의 '나 자신' 같았다.
『불새』는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익숙한 개념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책이다. 나에게는 신념, 진실, 희생, 그리고 자유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