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회사 일로 해외 출장을 다니다보면 이 지구라는 별은 이코노미석처럼 좁게 느껴진다. 공항과 공항, 호텔과 호텔, 사무실과 사무실을 이어 달리노라면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비슷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단 생각에 마음이 갑갑해진다. 그러나 숲길을 걷다 문득 잘못 접어든 오솔길에서 뜻밖의 풍경을 발견할 때면 우리는 세상 구석구석의 신비로움에놀라고, 바로 옆의 이런 신비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쳐 왔던 좁은 활동반경에 또 놀라지 않는가. 이 책은 그런 놀라움을 선사해준다. 우선 여행지부터가 그렇다. 라오스, 라니. 캄보디아도 베트남도 태국도 아니고.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 캐피털시티의 국제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골라타는 일정이 아니다. 마치 탈북자가 잠행하듯 캄보디아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오토바이를 빌려타는 것으로 시작하는 여행이다. 그 곳에도 텃밭이 있고, 텃발 사이로 이웃집과 이어지는 골목이 있고, 그 구석에서 작당해 뭔가를 꾸미고 있던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있다. 이런 낯익은 풍경은 그 흔한 도시, 출장지의 낯익음과는 다르다. 세상은 참 넓구나.... 하는 작은 느낌표를 찍게 해주는 낯익음이다. 저자들의 여행 방식은 마치 지하철 타고 청량리에서 남양주를 찾아가듯 가볍고 여유롭다. 그래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이 친숙하다. 누구나 눈 앞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이 정겹다. 그러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한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낯선 곳에서 산책하듯 다니며 스스럼 없이 섞이는 것이 얼마나 머뭇거리게 되는 일인지.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여행을 준비할 때, 그러나 여행을 떠나지 못했을 때, 언제라도 여행을 생각할 때면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은 참 좁고도 넓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이웃을 만나고 나 또한 그들의 이웃임을 확인하는 그런 친근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게 진짜 여행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소비자가 아니라 나그네가 돼야 한다. 세상은 다행히도 나그네와 시인에게 관대하니까.(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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