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추위를 많이 타는 몸인지라, 분명 첫 도서를 받을 때만 해도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는 초봄이었던 듯 한데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으로 시작해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로 끝난 신간평가단 활동과 미묘한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는 유럽에 왔다....는 농담이고, 어쩌다 보니 유럽에 와서 마지막 페이퍼를 쓰게 됐다. 기분이 묘하다.
독서량이 많은 편이라고 자부해, 처음엔 한달에 두권, 그 정도 쯤이야 뭐, 하고 시작했던 활동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신간평가단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번 상반기에 책을 읽지 않지 않았을까 한다. 그 정도로 유독 독서에 메마른 6개월이 갔다. 중간중간 포기할까, 싶던 순간이 분명 있었지만, 어쨌거나 마침표를 찍는 글을 쓰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1. 2월- 파트릭 모디아노 <지평>, 플래너리 오코너 <플래너리 오코너> (라고 쓰고 둔기라고 읽는다)
2. 3월- 코멕 메카시 <선셋 리미티드>, 엠마뉘엘 카레르 <리모노프> (역시 이렇게 쓰고 둔기라고 읽는다)
3. 4월- 무라카미 류 <55세부터 헬로 라이프>, 나지브 마흐푸즈 <우리동네 아이들>
4. 5월- 구병모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오에 겐자부로 <익사>
5. 6월- 줄리언 반스 <용감한 친구들>, 장 미셸 게나시아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이 달은 정말이지.... 엄청났다)
6. 7월-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필립 로스 <네메시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다.
스스로도 이 책이 제일 인상깊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선정하면서도 조금 놀랐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말고 그저 '신간평가단?'하고 물었을때 생각나는 책을 골랐는데, 그게 <리모노프>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과 역사에 읽는 내내 힘들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던 사람들의 일부를 훔쳐보고 이해하게 된 것 같은 경험을 안겨준 좋은 책이었다. 실제 인물, 그것도 아직 살아있는 인물의 전기같은 형식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내 마음대로 꼽는 이번 활동기간의 좋은 책에는 <리모노프>가 들어간다.(물론 그렇다고 이게 1위인 건 아니다. 순위는 없다.)
이외의 4권의 책을 꼽아보자면, (역시 순위는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작가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 빠질 수 없을테고
독특한 형식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한 코맥 메카시의 <선셋 리미티드>도 아마 포함될 것이며
도저히 싫어할 수 없던 성장소설, 장 미셸 가르시아의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역시 들어가야 할테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작품은, 음, 조금 고민은 되지만,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다. 마흐푸즈의 <우리동네 아이들>과 <한국이 싫어서>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우리동네 아이들>이 정말이지 잘 짜여진, 그리고 잘 쓰인 소설이고 <한국이 싫어서>보다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더 정감이 가는 쪽은 <한국이 싫어서>. 둘 다 쉽고 가독성이 있는 소설이니, 사실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다. 둘 다 동등하게 좋았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상반기에 알라딘에게서 받은 것이 많다.
신간평가단 도서들이 그 중 하나일 텐데, 그 어느 것보다도 값졌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소설을 편식하는 이 기질을 고치기 위해 인문 쪽에 도전 해보고 싶다. 그럼, 나 뿐만이 아니라 함께 했던 모든 신간평가단 15기들의 즐거운 독서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p.s 알라딘, 굿즈 좀 그만 예쁘게 만들어요...통장 비었는데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