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1. 권력관계의 얽히고 설킨 부당 거래들을 조망한 영화 '부당거래(2010)'. 우선은 황정민이라, 유해진이라, 더군다나 류승범이라 믿었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요즘 가뜩이나 볼만한 영화(개인적인 입장에서 볼만한 영화는 깊이있는 영화를 뜻함)가 없어 영화관 홈페이지 접속 수가 떨어지고 있는 찰나에 시기를 잘 타 호감 급 상승 중인 것 같아 보인다. 빌딩 소유를 둘러싼 기업들 간의 피튀기는 전쟁과, 그들의 배후에 있는 검사와 경찰의 정치적 권력 부림과, 거기에 만들어진 연쇄살인범으로 대국민 사기극, 그리고 언론 플래이까지. 우리가 '더러워죽겠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잘 버무려 우리는 그것이 현실인 줄을 알면서도 '영화같이 화려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부당거래'가 다큐멘터리를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고 평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모든 소재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혹은 뉴스 안에서 접했을만한 것들이었지만 조금 더 잘 다듬어진 사건과 짜임새 있는 구성 덕분에 스크린에 옮겨진 다음부터는 이미 일상을 떠나 영화다워졌다고 생각했다. 긴장감도 있고, 사건의 빠른 전개 때문에 흡입력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 하나가 생각이 났는데, 황정민의 극중 인물이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과 닮아 있어 자꾸만 조폭영화를 연상케했다. 특히 황정민이 동생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은 이미 예상할 수도 있었던 스토리이기도 했다.
2. 사람 이름을 워낙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조금 더 솔직히는 관심이 없음) 처음에는 몰랐는데, 류승완 감독은 내가 너무너무 열광해 마지않았던 '다찌마와리(2008)'의 감독이었으며, 대한민국 액션씬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되었던 '짝패(2006)'의 감독이기도 했다. 우선 이번 영화도 화려한 액션씬이 돋보였으며, 특히 유해진과 황정민의 액션장면에서 황정민의 '엎어치기'와 '무릎꿇리기' 기술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니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다찌마와리에서처럼 '호방해'마지 않을 정도의 거룩한 쾌남스타일 액션은 없었지만 짝패에 열광했던 남성 관객에게는 적잖이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ㅎㅎㅎ
3. 세상은 여전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연속이고 우리가 인간답게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들이 가장 비인간적이라는 것임에 종종 현기증이 난다. 썩 달가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시원히 까발리고 나니 영화관을 나서는 걸음은 생각보다 무겁진 않다. 그나저나 다찌마와리는 이제 안나오려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라는 소제를 보고 은근히 시리즈이길 기대했는데ㅠ. 매니아 층이 잘 다져진 그의 후속 영화를 기대하며(사실은 다찌마와리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