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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ㅣ 꽉채운 아동문고 4
김라희 지음, 고상미 그림 / 채운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1950년 6월 25일에 발생한 한국 전쟁은 많은 이들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남겼고 지금도 치유 되지 않고 있다. 고향을 등져야 했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야 했으며 추위와 배고픔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속에서 살아야 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라 감히 상상조차 할수 없지만,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고통 일 것 같다. 그런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와 도움은 사라지지 않는 모양 이다. 무려 14000여명의 북한 피란민을 탈출시킨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감동적인 실화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그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은 모양이다. 최대 2천 명이 탈수 있는 배인데 7배가 넘는 인원을 싣고 무사히 탈출 시킨 건 기적이라고 밖엔 표현 할수 없다. 배가 피란민들을 싣고 거제도에 도착 한 날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라는 점도 드라마틱 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인가 보다.
승기를 잡아가던 유엔군과 국군은 북한을 지원하러 온 중공의 거센 물결 앞에 후퇴를 할수밖에 없었고 메러디스 빅토리 호가 이들을 철수시키려 흥남부두로 오게 된다. 그런데 이때가 아니면 남한으로 갈수 없다고 여긴 수많은 피란민들이 들이 닥쳤고, 매서운 추위속에 목숨을 부지하려 서 있는 그들을 외면할수 없었던 레너드 라루 선장은 이들을 모두 태우라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자칫 모두가 위험해 질수 있는 상황이었고, 2천명 정원만 태워도 선장을 욕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고 수많은 피란민들을 구제할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너드 선장은 하나님이 보살펴 주시리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무려 14시간 동안 모든 피란민들을 태우게 된다. 그 속에 동원이와 임신한 어머니도 있었다. 함께 온 아버지는 집을 처분하고 곧 간다고 했지만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렇듯 원하지 않는 생이별을 한 가족들이 얼마나 많을까.
매서운 추위와 기뢰(바다에 설치된 폭탄)의 위협, 그리고 극도의 굶주림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배 안의 분위기는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잠시나마 전쟁의 아픔을 잊을수 있게 해준건 새 생명의 탄생이었다. 무려 5명의 아이들이 배 안에서 태어났는데 선장은 김치 라는 애칭을 붙여줬고 그렇게 김치1,2,3,4,5 가 탄생하게 된다. 동원이에게도 동생이 생기게 됐고, 선장님의 배려로 스파게티까지 맛 보고, 대화도 나누게 된다. 해군이 꿈인 동원이는 레너드 선장님을 보며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게 되고, 나아가 왜 전쟁이 벌어지게 됐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건 부풀려지는 말로 인한 불안감 인것 같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을 갖고 사람들을 휘두르는걸 보면 더욱 그런데, 특히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최악의 상태에 있는 피란민들의 심약해진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그래도 용기 있는 사람들의 침착한 말과 배에 올라탄 첩자를 발견한 동원이의 용맹으로 인해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남한하게 갈수 있었다.
원래 목표였던 부산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미 부산에도 100만명의 난민들이 있었기에 거제도로 가게 됐는데, 처음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이 걸려서 피란민들을 내릴수 있었다. 낙오자 한명 없이, 오히려 5명의 김치 파이브까지 더 늘어났음에도 사고 없이 흥남부두에서 거제도 장승포항에 갈수 있었던 건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만약 선장이 피란민들을 구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용기있는 결단이 기적을 불러일으켰고 새 삶을 살게 해주었다.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피란민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그림 속 모습이 위풍당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