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이야기
이재숙 지음 / 연인(연인M&B)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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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그들’이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이 책을 받아들면서 떠올랐다. 그래서 가장먼저 찾아보고 읽어보았다. 제목의 ‘그들만의 이야기’는 책여 엮여진 여러 수필중 하나이고, 그 그들만의 이야기 부분에서는 식구들은 뒤로한 채 작가의 남편이 여름휴가 겸 친구들과 강원도 평창으로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남편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 맛집을 방문하면서,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로 인해 3박4일간의 사투를 벌이다 만신창이로 겨우 살아돌아온 재미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그들’이란 남편과 그 친구들 8명. 더 크게 범위를 확대하면,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듯하다. 결국 사람인 것이다.

 

또한 작가는 다른 메시지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첫장에 나오는 ‘어머니와 휴대폰’을 읽으면 알수 있다. 어머니는 내색하지 않지만, 휴대폰에 욕심이 있으셨다. 친구들 누구나 다 있는 휴대폰이 본인에게는 없으셨으나 마차 말은 못하셨던 어머니. 딸들이 어머니의 마음을 읽고 휴대폰을 마련하여 어머니 손에 앉겨드리자,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신다.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들여다보며 어루만지신다. 흡족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라고 작가는 표현한다. 가족 봉양을 위해 평생 고생하셨을 어머지가 휴대폰 하나에 웃으셨을 그 모습. 작가는 작은 물건, 별거 아닌 것에도 사람은 누구나 감동을 받을 수 있고, 행복과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만의 이야기> 수필집은 무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가볍거나 유머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작가의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이야기속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고,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사사로운것 하나에도 특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찾아내는 작가의 냉철한 안목이 돋보였으며, 읽어가는 내내 결국 내 이야기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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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대륙 -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울리 쿨케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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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지리학의 시조로 알려진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남아메리카에 대한 탐험을 통해 그 당시 세간에 알려진 지식들을 송두리째 새롭게 정립한 사람이다. 그는 계몽주의자이자 탐험가이기도 했으며, 실제 화학, 물리, 천체, 생물, 지리학, 해양학 등 자연과학 관련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한 다방면으로 출중한 사람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그만이 앓고 있던 열병에 기인한다. 그는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철학적 사유에서 시작되고, 유복했던 그의 호프마이스터(가정교사)였던 하인리히 캄페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자연에 대한 탐험, 세계여행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는다. 또한 세계 일주 여행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쿡에서는 탐험정신을, 헨리에테 헤르츠에게서는 자립과 해방의 가치를, 그 외에도 그랑 투어라는 훔볼트 시대에서의 일종의 교양쌓기 수학여행을 통한 여러 학자들과의 교류 등 여러 환경적 요인도 그 만의 탐험정신, 개척정신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훔볼트의 대륙이란 책은 훔볼트의 남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기록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 당시 유럽 생물학계에 보고되었던 종이 전부 8,000여 정도였지만, 그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남아메리카의 여정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만 해도 총 3,500여종이나 되었고, 훔볼트 펭귄, 훔볼트 해류 등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생물종과 지리도 상당하다. 그가 전생애에 걸쳐 직접 집필한 코스모스(총5권)는 천문학에서부터 생태계, 지구의 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라는 그의 이름을 붙인 대학, 학회가 있는 등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여정 중 광물학자로서의 지리적 식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늘어놓기도 한다. 안티마노의 마을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시골의 지역적 자연환경(불리함)에 대한 개선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기보다는 침윤이나 증발을 통해 물의 양을 줄여서 강의 하상을 조정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라는 발췌가 그렇다. ‘모기의 자연사에 대한 논문’, ‘전기뱀장어와 말의 사냥과 투쟁’ 이라는 물리학 연감에 발표한 이채로운 논문도 눈에 띄는데, ‘전기뱀장어와 말의 사냥과 투쟁’이라는 논문을 통해서는 인디오들이 전기뱀장어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음에도 정작 훔볼트 자신은 전기를 스스로 발생시킬 수 있는 전기뱀장어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소개된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또한 그의 열대림 여정에서 단지 탐구활동에만 전념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여행을 통해 맞딱들이게 되는 문화적, 교육적 차원에서 계몽주의자적 견해를 나타내는 역할도 과감히 수행한다. 이 책에서 원주민 인디오 청년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체벌 현장에 대한 소회를 쓴 기록이 소개된다. 오리노코 강의 인디오들의 정신적 능력이 동유럽의 가난한 농부에 비해 그들이 정신적으로 열등하다는 비교는 어리석고, 다만 사람의 정신적 능력이 다르고 발전이 다를뿐이다라고 약자의 편에서 견해를 기록하고 있다.

훔볼트는 나폴레옹 다음으로 가장 유명했다고 하며, 현재 훔볼트 대학 도서관은 잠을 잘 수 없도록 칸막이가 전혀 없고, 멀리 있는 사람들 역시 한눈에 들어오는 개방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몰래 잠잘수 없다고 한다. 훔볼트의 열정을 본받으라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국내 어떤 아쿠아리움에는 2014년 갑오년 첫날인 1일 훔볼트펭귄 1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는데, 품볼트펭퀸이 어느덧 친숙하게 느껴진다. 책 ‘훔볼트의 대륙’은 훔볼트의 다양하고 생생한 에피소들로 구성되어 상당히 읽기 편했다. 엘도라도라는 황금의 땅에 소개되는데, 여러분들도 이 책을 정독하며 전설속의 엘도라도보다 실재적인 더 소중한 그 무엇을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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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꼬레아
정준 지음 / 청동거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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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팩션 ‘안토니오 꼬레아’는 작가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과 상식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이면서 왜침에 의해 비극적 운명을 살아간 한 조선선비에 대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간략히 소개하면, 일본 왜구에 의해 포로로 잡힌 조선선비 현민. 보통은 강화를 위해 포로를 생포하여 반환하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의 무사정권(막부)은 전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적으로 한창 식민지 건설로 인해 부족했으나 값어치가 나갔던 노예로 조선포로들을 팔아넘기는 일을 자행한다. 현민은 스페인 항해사들에게 노예로 팔아넘겨져 지옥같았던 항해 중 폭풍으로 인해 스페인 선박은 난파되고, 그 당시 스페인에 지배아래 있던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면서 검투사, 스페인 총독 부인의 배려고 근위병이 되는 등 이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에 가공의 이야기를 더한 장르인데, 작가는 실증적 고증을 통해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독자가 지루해지거나 어려워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는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데, 그 중 고조선의 풍류도에 대한 유래와 역사적 고증을 한 부분이 있다. 몇가지를 소개하면, 프랑스병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프랑스 병은 곧 매독을 말한다. 성기가 푹푹 썩어 들어가고 코뼈가 서서히 문드러지는 성병으로 그 당시 이 추악한 병을 ‘제2의 페스트’라 부르며 대단히 무서워했다는 기록을 소개한다. 또 고조선의 풍류도는 사라만상의 근본이치를 설파하기 위해 환웅께서 만들었고, 그 수행법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수련법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소개된다. 수련에는 기(음,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곧 태극의 3원칙(균형, 순환, 조화)에 대한 부분으로 옮겨간다. 특히 우리 인체가 대우주를 본받아 만들어진 축소판이란 사실을 계절의 절기(24절기), 12달, 365일과 비교하고, 인간의 살은 지구의 흙과 같고, 피는 강물과 같고, 뼈는 땅속의 광물과 같고, 모발은 수목에 비유하면서 술술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정말 작가의 놀랍고도 치밀한 근성과 해박함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안토니오 꼬레아가 실존적 인물인지는 사실 몰랐다. 관련 내용을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안토니오 꼬레아의 영령을 추모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최근에 열리기도 했다는 기사를 봤고. 2014년이 한국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이라고도 한다. 또한 ‘노예 12년-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뜻깊은 일이기도 하지만, 슬프고 아린 역사적 사실에 비통함과 안타까움도 감추질 못했다. 작가도 소설에서 유교, 성리학중시, 당파싸움, 이권다툼 이런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적인 대결구도로 인해 정작 나라의 주인인 민중이 그 관심대상에서 비켜나버리고, 모든 행복과 권리가 박탈당해야 했던 사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측면은 현대도 들어서도 크게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된다. 역시 역사는 반복된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는 깊은 감명을 받은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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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충고 - 세상에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마디 그로시 지음, 문수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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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심리학자, 경영컨설턴트, 강연가로 활동중이며, 특히나 명언 수집가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마디 그로시의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의 취미부터가 특별하다. 보통 열렬한 수집가들에 의해 사랑받는 품목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가늠해 볼 수 있지만, 명언을 수집한다니...다소 독특한 취향을 가진 작가라는 선입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독특함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문학적 명언을 한껏 즐긴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이 책 ‘독한충고’는 제목에서부터 어느 정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충고를 하긴 하는데 네거티브(부정) 형식으로 충고를 하는 것이다. 포지티브(긍정) 형식의 충고도 물론 가능했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긍정보다는 부정을 강조함으로써 그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작가는 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명사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상이나 의견을 전달하는데 ‘네버리즘(neverism)을 이용한 표현을 해왔음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몇가지 예를 들면, ’절대 여자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레이디스 홈 저널, 1946)‘, ’소수가 옳을 때는 절대 소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마라. 옳은 소수는 언젠가 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미국의 정치가)‘, ’절대 평온과 고요를 얻기 위해 자신의 경험이나 신념을 부정하지 마라(대그 함마슐트, 1963)‘ 등등. 가히 네버리즘의 향연이라 할 만큼 ’절대 ~마라‘의 절묘한 사용을 만끽할 수 있다.

 

앞서의 예시처럼 네버리즘을 이용해 부정적(독한) 충고를 함으로써 그 의미전달의 극대화를 노렸다는 것 외에도, 이 책의 특징은 그 부정적 충고에 대한 출처, 즉 그 명언의 배경지식과 부연설명에도 많은 공을 들여 독자로 하여금 읽는 동안 절대 호기심과 흥미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도록 구성했으며, 왜 그러한 명언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비화까지 곁들여 설명해준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까지의 여타 명언 수집서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재미있는 명사의 명언과 그 배경들로 가득하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라. -레이먼드 로위

산업디자인 창시자인 로위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럭키 스트라이프 담배포장, 셸 로고, 스튜드베이커 아반티 스포츠가 등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유명한 속담을 꼬아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1951년 로위가 쓴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이 격언은 새롭고 혁신적인 일처리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던 여러 기업인과 전문가의 모토가 되었다」 (p268~269)

 

마디 그로시의 ‘독한충고’는 성서, 영화, 정치, 스포츠, 과학, 금융, 경영, 미디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네버리즘의 방대한 자료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의 노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수세기 동안 전수되어왔던 철학적 사상이 현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많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빛난다. 이 책은 절대 따분하거나, 절대 어렵지 않다.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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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aklee 2012-06-2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평: 독한충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읽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일단 읽어보면 알것이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책을 통해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깊어졌으며, 삶의 지침으로서의 양서로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