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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충고 - 세상에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마디 그로시 지음, 문수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책은 심리학자, 경영컨설턴트, 강연가로 활동중이며, 특히나 명언 수집가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마디 그로시의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의 취미부터가 특별하다. 보통 열렬한 수집가들에 의해 사랑받는 품목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가늠해 볼 수 있지만, 명언을 수집한다니...다소 독특한 취향을 가진 작가라는 선입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독특함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문학적 명언을 한껏 즐긴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이 책 ‘독한충고’는 제목에서부터 어느 정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충고를 하긴 하는데 네거티브(부정) 형식으로 충고를 하는 것이다. 포지티브(긍정) 형식의 충고도 물론 가능했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긍정보다는 부정을 강조함으로써 그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작가는 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명사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상이나 의견을 전달하는데 ‘네버리즘(neverism)을 이용한 표현을 해왔음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몇가지 예를 들면, ’절대 여자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레이디스 홈 저널, 1946)‘, ’소수가 옳을 때는 절대 소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마라. 옳은 소수는 언젠가 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미국의 정치가)‘, ’절대 평온과 고요를 얻기 위해 자신의 경험이나 신념을 부정하지 마라(대그 함마슐트, 1963)‘ 등등. 가히 네버리즘의 향연이라 할 만큼 ’절대 ~마라‘의 절묘한 사용을 만끽할 수 있다.
앞서의 예시처럼 네버리즘을 이용해 부정적(독한) 충고를 함으로써 그 의미전달의 극대화를 노렸다는 것 외에도, 이 책의 특징은 그 부정적 충고에 대한 출처, 즉 그 명언의 배경지식과 부연설명에도 많은 공을 들여 독자로 하여금 읽는 동안 절대 호기심과 흥미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도록 구성했으며, 왜 그러한 명언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비화까지 곁들여 설명해준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까지의 여타 명언 수집서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재미있는 명사의 명언과 그 배경들로 가득하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라. -레이먼드 로위
산업디자인 창시자인 로위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럭키 스트라이프 담배포장, 셸 로고, 스튜드베이커 아반티 스포츠가 등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유명한 속담을 꼬아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1951년 로위가 쓴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이 격언은 새롭고 혁신적인 일처리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던 여러 기업인과 전문가의 모토가 되었다」 (p268~269)
마디 그로시의 ‘독한충고’는 성서, 영화, 정치, 스포츠, 과학, 금융, 경영, 미디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네버리즘의 방대한 자료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의 노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수세기 동안 전수되어왔던 철학적 사상이 현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많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빛난다. 이 책은 절대 따분하거나, 절대 어렵지 않다.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