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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꼬레아
정준 지음 / 청동거울 / 2014년 3월
평점 :
정준의 팩션 ‘안토니오 꼬레아’는 작가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과 상식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이면서 왜침에 의해 비극적 운명을 살아간 한 조선선비에 대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간략히 소개하면, 일본 왜구에 의해 포로로 잡힌 조선선비 현민. 보통은 강화를 위해 포로를 생포하여 반환하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의 무사정권(막부)은 전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적으로 한창 식민지 건설로 인해 부족했으나 값어치가 나갔던 노예로 조선포로들을 팔아넘기는 일을 자행한다. 현민은 스페인 항해사들에게 노예로 팔아넘겨져 지옥같았던 항해 중 폭풍으로 인해 스페인 선박은 난파되고, 그 당시 스페인에 지배아래 있던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면서 검투사, 스페인 총독 부인의 배려고 근위병이 되는 등 이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에 가공의 이야기를 더한 장르인데, 작가는 실증적 고증을 통해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독자가 지루해지거나 어려워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는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데, 그 중 고조선의 풍류도에 대한 유래와 역사적 고증을 한 부분이 있다. 몇가지를 소개하면, 프랑스병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프랑스 병은 곧 매독을 말한다. 성기가 푹푹 썩어 들어가고 코뼈가 서서히 문드러지는 성병으로 그 당시 이 추악한 병을 ‘제2의 페스트’라 부르며 대단히 무서워했다는 기록을 소개한다. 또 고조선의 풍류도는 사라만상의 근본이치를 설파하기 위해 환웅께서 만들었고, 그 수행법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수련법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소개된다. 수련에는 기(음,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곧 태극의 3원칙(균형, 순환, 조화)에 대한 부분으로 옮겨간다. 특히 우리 인체가 대우주를 본받아 만들어진 축소판이란 사실을 계절의 절기(24절기), 12달, 365일과 비교하고, 인간의 살은 지구의 흙과 같고, 피는 강물과 같고, 뼈는 땅속의 광물과 같고, 모발은 수목에 비유하면서 술술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정말 작가의 놀랍고도 치밀한 근성과 해박함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안토니오 꼬레아가 실존적 인물인지는 사실 몰랐다. 관련 내용을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안토니오 꼬레아의 영령을 추모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최근에 열리기도 했다는 기사를 봤고. 2014년이 한국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이라고도 한다. 또한 ‘노예 12년-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뜻깊은 일이기도 하지만, 슬프고 아린 역사적 사실에 비통함과 안타까움도 감추질 못했다. 작가도 소설에서 유교, 성리학중시, 당파싸움, 이권다툼 이런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적인 대결구도로 인해 정작 나라의 주인인 민중이 그 관심대상에서 비켜나버리고, 모든 행복과 권리가 박탈당해야 했던 사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측면은 현대도 들어서도 크게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된다. 역시 역사는 반복된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는 깊은 감명을 받은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