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난 '강경옥'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당시에는 만화책은 '만화방'에 가야 볼 수 있어서 주말이면 친구들과 만화방에 들러 만화책을 빌려 함께 돌려가며 보곤 했었고, '이카드입니까?', '17세의 나레이션', '현재진행형 ing' 등 강경옥 작가님의 작품들은 모두 섭렵하였었다. 때마침 내가 중고등학생이던 90년대 초는 순정만화의 붐이 일면서 윙크며 댕기 같은 순정만화잡지들이 창간되었었고 인기있는 작품들은 단행본으로 출간도 시작되어 열심히 용돈을 모아 강경옥님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강경옥님의 팬이라 당시에 서점에서 팔지 않던 작품들은 만화방 아저씨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모두 모았고, 학창시절이 지난 지금도 책을 구매할 일이 있으면 꼭 '강경옥'이라는 이름을 검색하여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강경옥'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 걸린 책이다. 강경옥님의 작품은 아니어서 잠시 망설였지만, 그에 대한 평론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구매를 했다.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절판이 되면 후회될 것 같아서..
책은 84page로 길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글쓴이의 강경옥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하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내가 무려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강경옥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 공감했던 부분들을 당시 시대적 현실과 함께 콕콕 집어서 평론이 되어있으니 내가 작가님과 작품들에 가지고 있었던 마음들이 그대로 옮겨 적혀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강경옥 님의 메이저한 작품 뿐 아니라, 마이너한 작품들까지도 모두 아우르고 있어 더 좋았다.
하지만 책 전체가 오로지 글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좀 아쉽다. 물론 나같은 경우는 강경옥 작가님의 광팬이라 이 평론에 언급된 모든 작품들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평론에서 설명되고 있는 작가 특유의 만화적 기법-컷 나누기나 여백, 나레이션이나 대사배치, 인물묘사-들을 글로만 읽어도 바로바로 떠오르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평론을 읽는다면 크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특정 장면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 물론 평론은 주로 대표작 위주로 작품에 대한 묘사나 예를 넣었지만, '레드땅'처럼 마이너한 작품들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이 평론을 읽는 사람이 모르는 작품이 나오면 그 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될 것 같다.
작품내의 특정 장면을 예로 설명한다면, 그 장면들이 참고자료로 함께 포함되어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저작권의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