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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2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으로 1925년 발표된 소설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집에서 파티를 열기로 한 유월의 어느 날,
아침에 일찍 꽃을 사러 런던 거리로 나온다. 쉰이 넘고 병을 앓은 후 희끗희끗해진 머리의 그녀는 신선한 아침 공기에 열여덟 시절의 고향 집과 옛 연인 피터를 회상한다.
점심에 그녀의 남편 리처드 댈러웨이는 빨간색과 흰색 장미 꽃다발을 한아름 가슴에 안고 그녀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려고 집으로 향한다.
저녁에 그녀는 은빛이 도는 초록빛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중후하고 생기있게 수많은 손님들을 환대하며, 총리까지 참석한 성대한 파티의 안주인 역할을 당당하게 해낸다.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는 엄마를 닮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피터와 옛 친구 샐리까지 참석해 오랜 사랑과 우정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가운데 하루가 저물어 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델러웨이 부인 클래리사가 집 주변을 오가며 파티를 준비하고 치러내는 100년 전 런던의 하루가 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작가는 그녀의 회상 속으로 날아들어가, 고향 집 풍경과 함께 피터, 샐리, 그리고 달빛을 받으며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크게 웃던 사람들을 다 불러낸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현실로 돌아와, 꽃집 앞 차로에 잠시 멈춘 영국 여왕의 자동차, 하늘에 글자를 내뿜는 비행기, 이를 지켜보는 공원의 시민들을 둘러보다가, 전쟁에서 용감히 살아남았지만 고통을 겪는 젊은이 셉티머스와 그의 스물넷 가엾은 아내의 아픈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보다도 더욱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가 인물의 회상 속 과거와 함께, 현재 그의 처지와 생각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까지를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클래리사는 스스로 인지하는 그녀 자신, 그리고 주변의 여러 인물들이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 드러난다. 여러 각도에서 비추이는 조명에 윤곽이 흐릿해지고 일부분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한 인물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실제로도 다를 수 있겠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듯이.
어떤 이들은 그녀를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파티를 즐기는 것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고 유명인사들을 옆에 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또 그녀를 싫어하는 어떤 이는 그녀를 바보 멍청이라고, 사치스럽게 인생을 허비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길을 걸으며 파티를 준비하며 순간순간 생각한다.
우리는 참 어리석어.. 그 누가 알까, 우리가 왜 이토록 삶을 사랑하는지. 삶을 꾸미고 자기 주위에 쌓아가고 무너뜨리고 매 순간 새롭게 창조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녀에게 누군가 당신의 파티들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그녀는 말할 것이다.
"그건 헌정이에요. 삶에 대한 헌정."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그저 삶이었다.
삶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존재의 완전한 소멸을 피할 수 없고, 그녀가 없이도 이 모든 것이 계속될 것임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모든 것, 매 순간을 어떻게 사랑했는지 이 세상 누구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안타까워서 한 장소에 모으고자, 융화시키고자 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파티였다.
그날 저녁 파티에 참석한 총리와 함께 집 안을 걸어가며, 남편이 흡족해하고 손님들의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에 그녀는 순간의 도취감을 느낀다. 약간의 허무함도 잠시, 그녀는 다음 순간 가장 큰 기쁨, 자신이 결국 적에게 승리했음을 깨닫고 흡족함까지 느낀다.
피터와 샐리는 서로의 삶 그리고 클래리사를 짐작하고 평가한다. 클래리사는 속물일까? 속물이지.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하니까..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파티 중에 한 젊은이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마음으로 죽음을 겪어낸다. 그러나 슬퍼하지 않기로, 계속 살아내야 하는 두려움을 벗어던진 그를 오히려 승리자로 생각한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날이 저무는 모습에 환희를 느끼며 자신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