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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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신작 산문집이다. “빛과 실”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제목이다. 수상 소감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로 실려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너무나 담담하게 자신의 삶 전체로서의 문학 여정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펼쳐 보이는 이 글들은 다시 읽을 때마다 감동이 있다. 

작가의 글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일관되게,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앞에서의 몸부림이다. 
글을 통해 그녀의 삶을 엿보며, 어떻게 저렇게 자신이 직접 당하지 않은 세상의 다른 이들의 고통과 슬픔 속으로 들어가 공감하고 아파하며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을 한다.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것이기에.. 남의 아픔에 절절하게 공감하는 것은 나와 살을 맞댄 가족들, 그리고 몇몇 주변의 사람들로 어쩔 수 없이 한정되지 않는가.

그러나 그렇게 써낸 그녀의 문학이기에, 이런 무딘 나에게 조차도 그 소설 속 주인공들의 아픔이 내 아픔인 듯 읽으며 몸서리져지게 했고, 내가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고 무지했음에 너무나 미안해 몸둘 바를 모르게 했고, 그들이 그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내가 듣도록 했음에 정말로 감사하게 했다.   

이 책에는 몇 편의 시와 함께, 지난 삼사년간 그녀의 일상이 담은 글이 실려 있다. 정원의 청단풍, 라일락 나무들과 불두화, 옥잠, 호스타, 맥문동 초화들에 정성스럽게 햇빛을 쪼이며 벌레를 잡아주며 가꾸는 “정원 일기”와 “북향 정원”이다.   
그녀의 정원은 열다섯 평 대지에 딸린 열 평 집, 마당 북쪽 담장 앞의 1.8m 너비로 너무나도 작다.

작가는 이 정원을 갖고 나서, 비로소 햇빛이 무엇인지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북향 정원의 나무들에 햇빛을 쪼여 주려고, 글을 쓰다 말고 십오 분에 한번씩 뛰어나가서 여덟 개의 거울을 햇빛을 따라 움직여 준다. 햇빛에 잎들이 투명하게 연두빛으로 반짝이고 꽃들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온 몸이 기쁨의 감각에 홀린다.

그녀에게 안다는 것은 온 몸의 감각을 동원해 경험하는 것이다. 촛불이 얼마나 밝은지 내 그림자가 촛불에 거인처럼 일렁이는지 보려고, 냉장고 전원까지 뽑고 깜깜한 집에서 촛불을 들고 서성이는 것, 살갗에서 눈이 녹는 감각을 기억하려고 맨손으로 손이 뻣뻣해질 때까지 눈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는 것,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는 것이다.. 

한강 작가와 동시대에 살아감으로 계속 그녀의 새로운 글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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