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6,400Km가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6,400Km는 단순계산으로 서울서 부산까지 8번 왔다갔다 하는 거리이다.  그것은 그냥 편하게 고속도로로 왔다갔다 하는거리이다.  중국의 동서를 가르는 만리장성의 총길이가 6,400Km라고 한다. 지도상에 나타난 총연장은   2,700Km  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갈라져 나온 가지를 모두 합치면 6,400Km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미국의 동서를 여행한 길이도 이 6,400Km이다. 하지만 같은 6,400Km의 의미이지만 실체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중국 만리장성의 동서 길이만큼 미국의 동서를 횡단을 한것이다.  그것도 자전거 하나만으로 말이다.  미국 동부 요크타운에서 에서 서부 플로렌스까지 소위말하는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이라고 하는 미국의 동서 자전거 횡단코스를 달린것이다.  갖길도 없는 왕복 2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목숨을 내걸고 단지 몰튼 21단짜리 자전거에 의지하고 수많은 펑크와 체인의 고장을 무릅쓰고 그의 목적지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마지막지점인 플로렌스 태평양에 앞바퀴를 담궜을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때로는 해발 3500m의 후지어 패스를 넘고 때로는 해발 2900m의 윌로 크리크패스를 넘으며 개와 차에서 던지는 페트병을 피하면 횡단했을 저자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여행이라고 하는것은 무엇일까?  잠시 일상에서 탈피해 자연과 벗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여행에서는 어떠한 목표도 설정하지 않는다. 단지 언제 떠나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어디서 숙박할지 정도의 기본 준비뿐....저자는 그의 여정을 자전거여행이라고 서슴지 않고 표현했다.  목숨을 담보로한 여행.  그것도 낳고 자란 한국이 아닌 타인의 땅 미국에서 말이다.   내가 그동안 즐겼던 여행은 단지 일상의 재충전이었다면 저자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분명 인생의 재충전 여행이었으리라. 나이 40에 그의 인생을 재조명해보고, 그의 한계를 재발견하고, 그리고 나머지 인생을 새롭게 맞이할 그의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여행이었을것이다.

어렸을적 집에 자전거 한대가 있었다. 그것도 두발로 가는, 나보다도 훨씬 키가 큰 자전거.  그 자전거는 나에게는 그저 쇠덩어리였다.  감히 타볼 엄두조차 내지못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으니까.  그러다 몇해가 지난 어느날 그 자전거가 나와 비슷한 크기로 다가왔다.  몇번이고 타보고 싶었지만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눈큰 겁많은 소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또 몇해가 지나고 드디어 내가 그 자전거보다 커졌을때 비로소 자전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뒤에서 오빠가 잡아주기를 수차례...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는것을 느꼈다.  그것도 스스로 아니 나의 의지에 의해 말이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동네에 자전거 탈곳은 꽤 많았던것 같다. 지금은 동네에서는 감히 탈 엄두가 나지도 않을 뿐더러 공원이나 한강으로 타러 나갈 시간이 허락지 않는다.  고작해야 아파트 조그마한 공원에서 아들녀석 두발자전거를 밀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고 나니 베란다 한구석에 반도막으로 접혀져 쪼그리고있는 자전거를 꺼내 저자가 말한대로 한강을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춘천국도를 달려보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쉽게 빨리 읽힌다.  사실 사진도 감상하고, 그의 여정도 음미하며 천천히 읽는것도 좋은듯 하지만 자전거 바퀴의 속도만큼 빨리 읽어 내려가는것도 재미있다.  마치 뒤에 다른 라이더가 쫓아 오는것을 느껴 더욱 페달을 밟아 가속도를 높이듯이 그냥 빠르게 읽어내려가도 즐겁기만 하다.  아마 먼훗날 나도 저자와 같은 기회가 생긴다면 분명히 저자보다는 하나정도 더 챙겨갈듯 싶다.  바로 "삼각대"이다. 경치를 완상하며 그 자연을 화면에 담고, 그러면서 좀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여행의 속도를 늦출것이다.  그것이 내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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