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제 흐르는 북 만취당기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23
최일남.송기숙 외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아직도 70년대의 어릴적 기억이 생생하다.  두개의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연탄을 갈아야 했던 그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흘러 아파트에서 가스보일러로  편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당시만해도 한겨울에 연탄을 가는게 가장 싫었다.  그 추운날 연탄가는 시간을 못 맞추면 밤새도록 이불속에서 발도 내밀지 못하고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옛날의 집들은 우풍이 심했기 때문에....

어린시절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연탄집이 있었다. 연탄만 파는것이 아니고 석유와 쌀도 함께 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연탄집을 지나다 보면 저절로 신발바닥에 연탄이 묻곤한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온 마당이 검은 연탄 발자욱이 찍히곤 했다.  그러면 자연히 엄마의 잔소리가 따라나오곤 했다.  겨울이 오기전에 연탄을 들여놓아야 한다. 한겨울 내내 사용할 연탄을....

최일남의 "노새두마리"를 보면 문득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노새대신에 리어카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곤했다.  얼굴과 온몸이 연탄으로 인해 시커멓게 되고 항상 목에는 마찬가지로 까맣게 변한 수건을 두른 아저씨를 보곤 저 멀리 피해 다녔던 기억...."노새두마리"가 어릴적 기억을 꺼내 마음아프게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과 아버지가 말하는 "이제는 내가 노새가 되어야 겠다"라는 표현에서는 마음이 쓰리기 까지 하다.

그의 또다른 작품 "흐르는북"도 가슴 아프기는 매한가지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를 통해 "북"이라는 소재를 두고 느끼는 서로 다른 느낌, 감정.  구박받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이해하는 손자, 그리고 그러한 손자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3부자를 통해 나타난 감정의 표현이 구구절절하다. 

나머지 두작가의 작품인 김문수의 만취당기와 송기숙의 몽기미풍경은 힘없는 소시민의 삶을 잘보여준 작품인것같았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힘든 직공생활을 하는 순자의 삶(몽기미풍경)과 늘 술에 취해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삶(만취당기)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힘없는 아버지 필요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요즘작가의 작품만 접하다 예전의 작가 3명의 작품을 보면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으며, 그런한 시절이 얼마전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아 가슴 한구성이 찡함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은 변함이 없는것 같다.  오랫만에 좋은 작품을 본것같아 찡한 가슴 한구석에 기쁨이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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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고독 2006-09-1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릴적 생각이 나네요 ,,,

베이비송 2006-09-1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연세가 어찌 되시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