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최근엔 극장가에 볼거리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파수꾼>같은 독립영화도 주목받고 <마당을 나온 암탉>같은 국산 대작?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돼지의 왕>같은 독립 애니메이션까지. 물론 여전히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브레이킹 던>이나 <틴틴>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르 아브르>나 <도쿄 오아시스>같은 훈훈한 작은 영화들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요즘 슬슬 유행하는 듯한 새로운 장르는 바로 공연 실황! 국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 실황이 극장에 걸리는 것은 어느새 익숙해졌고, 이제는 해외 유명 뮤지컬 실황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고 혹여 내한한다 해도 엄청난 가격에 눈물을 삼켜야 했던 해외 오리지날 공연을, 물론 직접 보는 것만큼은 못하더라도 커다란 스크린으로 생생한 움직임과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좋구나 좋아~

 

 

<오페라의 유령 : 25주년 특별 공연>

 

직접 공연을 보지 않았어도 영화로 책으로 또는 노래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그 뮤지컬, 국내에서도 2001년 초연 이래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 실황이 스크린으로 개봉한다. <오페라의 유령> 탄생 25주년을 맞아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로얄 알버트홀에서 펼쳐진 특별공연으로, 이 공연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5,500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미국와 유럽, 캐나다, 일본, 호주에서 생중계됐었다고 한다.


우선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인 화려한 샹들리에와 파리 사교계의 화려한 의상들, 그리고 오페라좌의 곳곳에 출몰하는 유령과 지하의 아지트로 가는 미로같은 길과 호수 등의 무대까지, 눈이 호강할만한 화면이 기대된다. 게다가 수십대의 카메라가 무대를 둘러싸고 배우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한다.

 

 

25주년판에서 주역을 맡은 배우들의 면면 역시 화려하다. 유령 역의 라민 카림루는 <레 미제라블><미스사이공> 등으로 찬사를 받으며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각광받는 배우로, <오페라의 유령>의 후속편인 뮤지컬 <러브 네버 다이즈>에서도 유령 역을 맡았다고 한다. 크리스틴 역의 신예 사예라 보게스, 그리고 유령의 라이벌인 라울 역의 해들리 프레이저 모두 노래는 물론 비주얼적으로도 매우 훈훈...하여, 익숙한 노래들과 함께 더욱 극속에 푹 빠질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25주년 공연의 가장 특별한 보너스라면, 공연이 끝나고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원조 크리스틴과 유령인 사라 브라이트만, 마이클 크로포드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사랑했고, 비록 보지는 못했어도 CD로라도 듣고 또 들었던 오리지날 공연진이 함께 부르는 넘버를 들을 수 있다면 감동이 밀려오지 않을까.

 

* 영화 <오페라의 유령> 2004, 조엘 슈마허 감독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 소설이 스릴러라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를 보다 로맨틱함 넘치는 뮤지컬로 변신시켜 원작보다 더 큰사랑을 받았다. 무성영화부터 여러 영화버전들이 존재하지만, 그 뮤지컬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장 살린, 아니 아예 뮤지컬을 고스란히 영화로 재연한 뮤지컬 영화가 바로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오페라의 유령>이다. 그런데 직접 노래까지 소화한 배우들의 실력도 나쁘지 않고, 무대장치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여지는 화려한 영상미도 멋진데, 뭔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비록 배우들이 노래를 잘 했다고는 하나, 특히 팬텀의 노래만큼은 사악한 느낌이 물씬 나는 카리스마와 상처입고 고독한 연약함이 모두 묻어나는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어야 제맛이기에... 그래서 영화버전 보다도 실황버전이 훨씬 두근두근 기대가 되는 것 같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보다 앞서 개봉한 뮤지컬 실황 영화 <모차르트 락 오페라>. 2009년 프랑스에서 초연돼 흥행 1위를 기록한 공연을, 한국 제작사와 스탭들이 주축으로 세계최초 3D로 촬영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내년 초에 첫 공연이 이뤄질 예정이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삶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 안에는 아버지 레오폴트를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 귀족들과의 갈등, 살리에르와의 라이벌 구도, 콘스탄체 자매와의 비극적 사랑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짧은 공연시간 안에 일생을 모두 포괄하다 보니 내용은 깊이있게 집중되지 않는 느낌이 들지만, 그 대신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꽉꽉 들어차 있다.  

 

 

클래식 대신 록과 팝으로 노래하는 모차르트는 낯설 것 같지만 의외로 무척 자연스럽다. 강한 록으로 토해내는 노래속에 그의 열정과 고뇌가 더 절실히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모차르트를 한눈에 사로잡는 여인 알로이지아는 인형같은 과장된 분장과 신비스러운 노래로 SF환타지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부리부리하게 잘생긴 얼굴로 점잖은 듯 하면서도 강렬히 질투심을 노래하는 살리에리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들 주연 배우들 못지 않게 눈을 사로잡는 것이, 화려한 각기각색의 의상으로 치장하고 끊임없이 무대를 채우는 현란한 군무이다. 무대장치를 굳이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이들이 바로 그 무엇보다 화려한 무대 장식이며 역동적인 배경이다. 그들의 아크로바틱한 춤과 동작들은 <모차르트 락 오페라>만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만한 스케일을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공연을 직접 본다 해도, 이러한 스케일과 화려함은 아마 이 실황영화가 없었으면 느끼기 힘들지 않았을까.

다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3D로 찍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더라만... 아직 3D란 게 감탄할 정도의 실감을 주기 보다는 장시가 안경 착용의 불편함이 더 큰 지라...

 

* 영화 <아마데우스> 1984, 밀로스 포먼 감독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아마데우스>가 아닐까. 사실 모차르트 개인 보다는 천재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범인 살리에리의 입장에서 그의 열등감과 질투심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내용이다. 과장된 면은 있지만 ,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와 그 심리를 파고든 면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에서는 후반부에 살리에리가 등장하는데, 이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본다면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게 해석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영화로 실황을 보는 것은 물론 장점도 있지만 오롯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자리가 아니고서야 보기 힘든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 놓칠 수도 있는 무대의 한 순간 순간을 자세히 볼 수 있긴 하지만, 문제는 직접 볼 때와 달리 카메라가 찍어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기에 간혹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보기 힘든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은 무척 크다. 앞으로도 스크린에서 또다른 멋진 뮤지컬 공연실황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에는 영화 스크린은 아니지만 또다른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DVD로 나온 공연도 하나 소개해 본다.

 

 

<레 미제라블 : 뮤지컬 10주년 공연실황>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 미제라블>은 원작 못지 않게 뮤지컬 역시 웅장하고 감동적인 대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1985년 오리지널 초연 공연 이후 현재까지 최장기간 공연된 뮤지컬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25주년 라이브까지 DVD화 되어 나왔지만 국내에는 10주년 실황 DVD까지만 있는 것 같다. 런던의 로얄 알버트 홀에서 뮤지컬 10주년 기념으로 열린 뮤지컬 콘서트 실황을 담은 것으로, 비록 정식 공연은 아니지만 원래의 뮤지컬 출연진들이 의상까지 그대로 무대에 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함께 최상의 공연을 펼친다. 일명 '드림 캐스트' 버전이라고도 불리며 OST도 따로 나왔을 정도이다. 또 10주년 공연의 좋은 점이라면, 너무나도 청아한 목소리의 레아 살롱가가 에포닌 역으로 노래해준다는 점이다. 25주년 공연에도 레아 살롱가는 나오지만, 나이 때문에 에포닌이 아니라 팡틴을 맡았다. ㅠㅠ 

<레 미제라블>도 커다란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로 본다면 비록 직접 공연을 보는 것은 아니더라도 좀더 실감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어 좋겠다만... 그래도 DVD의 장점이라면 본공연 이외의 여러가지 뒷얘기들을 볼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있다는 점?!

 

* 영화 <레 미제라블>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 이전에 워낙 유명한 대작 소설이므로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다. 샬롯 갱스부르와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 빠르디유 주연의 2000년도 8부작 TV영화 시리즈가 가장 정석적이라는 느낌이지만, 1998년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도 볼만 하다. 다만 이 영화는 축약이 심하고 결정적으로 엔딩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데 이 영화들이 모두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면, 현재 새로 나올 예정인 영화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을 기반으로 영화화한다고 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독은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주연은 무려 휴 잭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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