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2주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그림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더욱 생생한 감정과 살아있는 느낌을 불어넣는 가장 큰 공신은 바로 목소리 연기. 그리고 유명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에서는 유명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서, 우리가 잘 아는 그 배우의 목소리로 전혀 다른 또하나의 캐릭터를 느껴볼 수 있는 재미를 주곤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헐리웃산 - 디즈니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들은 아예 처음부터 목소리를 맡을 배우를 정해놓고 그 이미지에 맞춰 캐릭터가 정해진다. 일례로,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도 처음에는 지금과같은 이미지가 아니었다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를 맡으면서 그의 조로 이미지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반대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보는 느낌 또한 재미있다. 애니메이션의 왕국으로서 엄청나게 크고 인기도 많은 성우시장을 갖춘 일본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타마케팅의 일환으로 종종 유명 배우들이 더빙을 맡는데, 이번에 한국에도 개봉한 애니메이션 <레드라인>에는 무려 기무라 타쿠야와 아오이 유우라는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레드라인 (2010)

감독 : 코이케 타케시
출연 : 기무라 타쿠야, 아오이 유우, 아사노 타다노부

포스터에서부터 벌써 강렬한 느낌이 오는 이 애니메이션. '스타일리시 하드코어 레이싱'이라는 문구가 절대 빈말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벌써부터 팍팍. CG만 썼지 차라리 손으로 그린 80년대 셀애니메이션의 움직임만도 못한 엉성한 연출로 실망감을 주는 그렇고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쟁쟁한 스탭들이 모여 무려 7년 동안 10만장의 원화를 만들어 고전적인 방식으로 만든 대작으로, 일본 특유의 극한의 화려하고 디테일한 작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극한의 스피드를 추구하며 엄청난 비주얼처럼 허세도 있지만 알맹이는 순정남인 주인공 JP의 목소리는 바로 기무라 타쿠야. 마치 원래 JP인 양, 그 복고풍 리전트 머리에도 잘 어울리는 약간의 기름기 머금은 목소리와 연기. 그리고 그의 순정의 대상 소노시 역의 아오이 유우와 친구 프리스비 역의 아사노 타다노부 역시 성우들 못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다. 일본의 내놓으라는 쟁쟁한 배우들인 만큼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이들의 연기를 듣는 재미 또한 놓쳐서는 안될 것!  
 
그런데 아사노 타다노부를 제외한 두 주연 배우들은, 이미 애니메이션의 더빙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다. 역시 괜히 그렇게 착 감기는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니었다는 말씀.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기무라 타쿠야, 바이쇼 치에코

바로 기무라 타쿠야의 첫번째 애니메이션 더빙작은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항상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만을 그리던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최초로 매력 만점의 꽃청년이 나오신데다 그 목소리가 기무라 타쿠야였으니... 당시 그의 캐스팅 소식에 한국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으러 극장으로 몰려갔었더랬다. 무엇보다도 호청년이지만 어린애같은 귀여움도 지닌 하울과 기무라 타쿠야가 쌓아온 잘 생겼지만 어딘가 허당스러운 친근함이 있던 이미지가 무척 잘 어울렸기에 그의 연기가 더욱 호평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또 주인공이라곤 해도 사실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 연기의 맛뵈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목소리 연기 데뷔작으로는 아주 적절한 캐스팅으로 작품과 배우 둘 다 윈윈할 수 있었던 작품.   
 
철콘 근크리트 (2006)

감독 : 마이클 아리아스
출연 :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오이 유우, 이세야 유스케

아오이 유우가 언제 애니메이션 더빙을 했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이 작품 <철콘 근크리트>를 꼭 보시라. <하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출연진의 이름을 보면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를 비롯해 연기파 배우 이세야 유스케, 각본, 감독, 연기 모든 걸 다 하는 만능인 쿠도 칸쿠로 등 출연진은 <레드라인> 못지 않게 쟁쟁하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원작 만화를 <애니 매트릭스>의 프로듀서 마이클 아리아스가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이다. 홈리스와 야쿠자들이 모여 사는 '지옥의 거리' 다카라쵸에서, 하늘을 날듯이 온 거리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악동 쿠로와 시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오이 유우는 개구쟁이지만 순진무구하기 그지없는 귀여운 시로의 목소리를 어찌나 완벽히 연기하던지, 간혹 아오이 유우를 그저 청순하기만 한 배우로만 알고있었다면 능청스럽게 꼬마를 연기하는 아오이 유우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느낌이 색다를 것이다. 또 그 외에도 내면에 있던 어둠이 깨어나던 쿠로를 연기한 니노미야나 한번 발을 들였던 어둠에서 더 큰 어둠의 덫에 잡혀버린 지치고 가련한 영혼의 어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무척 인상깊다. 
 
 
+ 이왕 목소리 연기 이야기를 한 김에, 한가지 더, 너무나 기대되는 배우들의 더빙 소식.

빨간 모자의 진실 (2005)

감독
: 코리 에드워즈
출연 : 강혜정, 김수미, 노홍철, 임하룡

그저 그런 스타마케팅이 절대 아니다! 물론 성우들이 아닌 유명 배우들을 모셨지만, 우리나라에서 캐릭터를 미리 정하고 만든 더빙도 아니건만, 원판보다도 더 완벽한 싱크로율로 진정한 더빙판의 재미를 주었던 그 애니메이션! (거창하다... 하지만 거창하게 말해도 괜찮아~ㅋㅋ)

그 <빨간 모자의 진실>의 속편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속편도 꼭 1편과 같은 캐스팅으로 더빙해줘야 할텐데... 하고 있었는데 일부 바뀌긴 했지만 다행히 욕쟁이 할머니와 속사포 떠벌이 다람쥐는 김수미 & 노홍철 캐스팅이 유지되었다~~~!!!   
빨간 모자의 진실 2 (2011)

감독 : 마이크 디사
출연 : 이시영, 김수미, 노홍철,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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