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4주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 영화 <컨택트>의 인상깊은 대사이다. 이 무한하게 넓은 우주에서 과연 생명체가 있는 곳이 지구밖에 없을까? 지구 이외의 생명체-외계인에 대한 상상 역시 우주만큼이나 무한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미지의 존재인 그들은 때로는 지구를 공격해오는 무서운 적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함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친구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먼 곳에서 지구를 스쳐가거나 우연히 조우하던 존재로 그려지던 외계인들이 언젠가부터는 아무도 모르게 지구인들 속에 섞여 있는 가까운 존재로 표현되곤 한다. 이렇게 온갖 종류의 외계인 영화가 현재도 상영중이고 또 앞으로도 많은 영화가 상영 대기 중이다. 그럼, 그 중에서도 지구에 와서 지구인을 사랑하고 지구를 지키려 싸워주는 착한 외계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해 본다. 

 

 

 

 

 

 

 

아이 엠 넘버 포 (2011)  

피타커스 로어의 SF소설 '로리언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아이 엠 넘버 포>가 최근 영화화 되었다. 행성 로리언은 흉폭한 모가도어인들의 공격으로 멸망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초능력을 쓸 수 있는 9명의 어린이들을 지구로 탈출시킨다. 로리언의 마법으로 보호받는 이들은 각자 번호 순서대로만 죽일 수 있다. 그들을 추격해오는 모가도어인들의 손에 3명이 죽고 이제 그들의 표적이 된 넘버 포 '존'. 어릴 때부터 신분을 숨기며 도망쳐다니는 데 지친 존은 오하이오의 '파라다이스'란 마을에서 처음으로 진실한 친구와 연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로리언의 미래와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지구를 모가도어인들의 손에서 지키기 위해 더이상 도망다니지 않고 싸울 결의를 하게 되는데...
내용상 시리즈의 서막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작소설은 주로 로리언과 그의 초능력 발현에 대한 배경설명 위주이다. 영화는 '마이클 베이 제작'이란 타이틀의 스펙터클한 재미를 위해 이 내용설명을 생략하고 그 자리에 액션씬을 강화했다. 어쨌든 존의 정체와 모거도어인의 위협만 빼면 거의 평온한 하이틴 생활이 펼쳐진다. 마을에서 제일 예쁘고 인기많은 소녀. 그애 곁에 껄떡대는 운동부. 남들 보기엔 찌질한 괴짜지만 주인공에겐 둘도 없는 친구. 그리고 주인공의 유일한 친구이자 아버지같은 보호자. 미국식 하이틴물의 전형적 요소의 총집합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하이틴 연애는 흡사 '외계인판 트와일라잇'이다. 로리언인은 지구인과 생김새도 같아서 안에 녹색 파충류 피부가 감춰져 있을 염려도 없고, 초능력은 옵션에, 평생 한여자만 사랑하는 순수하고 평화로운 종족이라니 이거 어찌보면 차라리 뱀파이어보다도 훨씬 나은 순정남의 탄생이 아닌가!? 로리언인이라면 얼마든지 지구로 망명해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 숨어있는 로리언인 없나...?  

 

 

 

 

  

 

 

트랜스포머 (2007)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이번에도 마이클 베이 제작, 시리즈 영화이자 지구인들 속에 섞여 지구를 지켜주는 친절한 외계 친구들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다만 <아이 엠 넘버 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지구인의 모습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지구인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자동차'의 모습으로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조차 철저히 알리지 않고 숨어있다는 점, 그리고 마이클 베이 제작이라는 이름에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라는 점이다. 원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미 요즘 세대에게는 날카롭고 복잡한 기계의 느낌 물씬 나게 바뀐 로봇과 메간 폭스의 섹시 바디로 대표되는 헐리웃식 오락영화로 각인되어 있다.
지구에 떨어진 거대한 에너지원 '큐브'를 놓고, 로봇생명체들의 행성에서 두 세력-이미 그들의 고향 행성을 장악하고 파멸시킨 악의 세력 '디셉티콘'과 그들에 맞서는 '오토봇' 군단-이 지구에 온다. 특히 오토봇들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거대한 덩치만큼 중후한 목소리와 품격을 지닌 이른바 신사 중의 신사, 남자 중의 남자라고나 할까. 절대 인간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원칙과 자신들의 행성에 일어난 것 같은 비극을 지구에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 인간보다도 인간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기계의 모습이든 외계의 존재이든 아니든을 떠나 그야말로 '인격자'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2편에서는 장렬하게 스스로의 목숨까지 바치는 희생정신까지 발휘하니, 이런 외계친구들만 있다면야 얼마나 마음 든든하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범블비같은 귀여운 자동차 친구가 생긴다면야, 운전면허도 좀더 적극적으로 딸 수 있을 거 같은데... 허허.  

 

 

 

  

 

  

 

제5원소 (1997)

이번 영화는 앞의 두 영화와는 쪼끔 다른 점이 있으니, 일단 배경이 미래세계라는 점. 그래서 그 미래세계에선 이미 외계인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야흐로 이미 우주를 누비며 여러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우주 시대. 그리고 또한가지 결정적 차이는 파릇한 하이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풋풋한 듯 아닌 듯(한국 기준으로는 이건 고딩이 아님;;) 두근두근 연애질을 시작했던 두 영화와 달리 <제5원소>의 주인공은 세상살이에 적당히 찌들어주신 매력의 미(?)중년이시다. (97년만 해도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 한창 멋지게 잘 나가실 때니 '미'자를 붙여주도록 하자...)
악마의 집합체라는 괴물체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물, 불, 바람, 흙과 인간, 이렇게 5개의 원소가 모이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예언대로, 선량한 외계종족 몬도샤인이 4개의 원소를 나타내는 돌을 가지고 지구로 온다. 하지만 우주해적의 습격으로 지구에 불시착, 지구인들이 몬도샤인의 팔 한쪽을 세포재생술로 복원시키자 빨간머리의 소녀 '릴루'가 탄생한다. 전직 요원이자 현재는 택시기사로 살던 코벤은 릴루와 엮이면서 본의아니게 함께 지구의 운명을 구할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강하지만 여리고 순수한 릴루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단 하나의 영화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선의 구원자와 사랑의 신화적 요소와 SF의 절묘한 결합이라든가, 뛰어난 상상력이 빛나는 독특한 이미지 등 가장 완성도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무식한 오크스타일부터 노래하는 디바까지 다종다양한 재미난 외계인들이 적으로 또는 아군으로 등장하는데, 인간이지만 외계인스러운 포스를 지닌 게리 올드만과 외계존재와 인간 사이의 신비한 정체성과 함께 순수한 소녀와 액션 여전사를 오가던 밀라 요보비치의 미친존재감은 어떤 외계인보다 강렬하다.  

 

~ 덤으로 덧붙이는 내용 ~

외계인 얘기가 나온 김에, 앞으로 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외계인 소재의 영화들도 한번 정리해 보자.

1. 월드 인베이젼 (2011년 3월 10일 개봉예정)
2011년, 거대한 유성 떼가 지구에 떨어지고, 사상 최대의 유성쇼에 들떠있던 세계 각 도시는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초토화된다. LA 주둔군 소속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금껏 싸워본 적 없는 적들에 맞서 사상 최대의 반격 임무를 맡아 전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번 페이퍼의 주제와는 정반대인 인류의 적으로서의 외계인 공습 영화.ㅠㅠ 외계의 무차별 공격과 이에 맞서는 용감한 미국이라는 구도는 1996년의 <인디펜던스 데이>가 떠오른다. 사실 이 소재로 <인디펜더스 데이>이후 이보다 더 낫게 만든 내용을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용적인 면 보다는 현란한 CG를 총동원한 전투장면에 촛점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가장 사랑하는 외계인이 E.T인 나로서는 무작정 적과 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이런 류의 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다지 끌리진 않는다...  

 

2. 황당한 외계인: 폴 (2011년 4월 7일 개봉예정)
육두문자도 서슴지 않는 골초 외계인 '폴'과 외계인을 숭배하는 괴짜 지구인의 기막힌 우정을 그린 코미디물. 두 괴짜 친구들이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UFO의 메카, 일명 로스웰로 잘 알려진 '에어리어51'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사막 한복판에서 '폴'이라는 이름의 외계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인생이 인생이 걸린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게 되는데...
일단 <새벽의 황당한 저주><뜨거운 형제들>의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콤비의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감 충만한 영화이다. 아마도 그 둘의 영화다운 영국식 코미디를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항상 '징그럽다''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는 게 더 무섭다'라는 이미지였던 로스웰 외계인의 모습에 우스꽝스런 반바지를 입고 걸쭉한 코미디를 선보일 것 같은 폴이 어떤 재미를 선사해줄지... 어서 개봉했으면~~  

 

3. 슈퍼 8 (2011년 6월 개봉예정)
캠코더로 영화를 촬영하던 아이들이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그린 영화로 J.J.에이브람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동 프로젝트이다.....라는 것밖에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인 비밀스러운 영화. 캐스팅이든 무슨 정보든 <클로버필드>보다 더 극비로 숨기며 도통 알려주지 않고 있다나. 어쨌거나 J.J.에이브람스가 직접 감독을 맡았다는 데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느껴진다. 그의 초특급 떡밥 드라마 <로스트>에서 떡밥임을 알면서도 주워먹으며 매달려 허덕대다가 결국 뒤통수 후려맞았던 기억이 선명하거늘... 이 영화도 모 아니면 도일 것 같은 느낌?! 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이 없었더라면 <클로버필드>류일 거라고 단정지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