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1주

원소스 멀티유즈 라고 하던가. 요즘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소설, 만화... 하나의 틀 안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매체로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다. 각각의 특성에 따라 보는 맛이 다르고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1. 뮤지컬 -> 영화 

김종욱 찾기 (2010)
감독: 장유정
주연: 임수정, 공유

이제는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등장하였다. 바로 오랫동안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신인시절에) 거쳐갔으며 여전히 대학로에서 사랑받고 있는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김종욱 찾기>. 원작이 뮤지컬이고 뮤지컬 연출자가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지만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감독 본인의 경험이 매우 많이 녹아 있으며(임수정의 직업이 무대감독) 뮤지컬 형식을 쓰지 않는 대신 극속에 뮤지컬 무대를 꾸며 임수정에게 노래까지 시키는 등 뮤지컬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이렇게 뮤지컬은 뮤지컬, 영화는 영화라는 각각의 개성을 인지한 덕에 이 둘은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으로 따로 또 같이 보는 재미가 있다. 뮤지컬에선 한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극의 감초 역할로 깨알같은 재미를 주었다면, 영화에선 무대의 한계상 쓸 수 없었던 여러 주변인물들을 살려낸다. 여기에 곳곳에서 까메오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 우려와 달리 원작의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그대로 잘 살린데다, 남녀 주인공 둘의 캐릭터성을 더 뚜렷해지면서 둘의 티격태격과 알콩달콩함에 훨씬 몰입하기 쉬워졌다. 임수정과 공유라는 나름의 이미지가 정립된 배우들이 각각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변신하는 모습도 꽤 신선. 

 

오페라의 유령 (2004)
감독: 조엘 슈마허
주연: 제라드 버틀러, 에미 로섬

뮤지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아는 저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이제는 고전 중의 고전이 된 작품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은 이전에도 다양한 매체로 옮겨진 적이 많지만, 가장 최근이 아마 2004년의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일 것이다. <김종욱 찾기>와는 반대로 이 영화는 뮤지컬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시킨 작품이다. 좀더 화려하고 큰 스케일의 배경이 나온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아직 빨간 수영복의 스파르타 전사로 유명해지기 전의 제라드 버틀러가 팬텀을 연기하는데... 기괴해야 하는 팬텀 치고는 뮤지컬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너무 살린 나머지 '얼굴 반쪽만 가면으로 가리면 라울보다 낫구만 그냥 같이 살지 왜'라는 말이 나오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과 같은 설정의 분장이라고 해도, 얼굴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 무대와 커다란 스크린으로 클로즈업 되는 영화에서 보는 느낌은 천지차이인 것을. 실제 공연의 감동을 느낀 사람에게는 영화만의 특별한 매력을 찾을 수가 없어 무미건조했을 것이고, 직접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뮤지컬 공연 실황 녹화가 아니라 굳이 이 영화를 찾아 봐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중간한 영화. 

 

맘마미아! (2008)
감독: 필리다 로이드
주연: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바'의 노래들로 중년층의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며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맘마미아!>도 빠지지 않고 영화화되었다.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의 쟁쟁한 미중년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있는데다, 심지어 이들이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일단 뮤지컬의 팬이 아니라 할지라도 영화에 호기심이 갈만 하지 않은가? 이 영화도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지만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맘마미아>는 스크린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한껏 부각시킬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리스의 해안가 풍경! 무대에서 표현할 수 없는 그 자연과 풍광은 뮤지컬보다도 이 영화를 더욱 생생하게 빛나게 해준다. 게다가 이 영화의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병기가 또하나 숨어있었던 것이다... 바로 아직도 소녀다운 감성을 간직한 발랄한 엄마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던 사랑스러운 딸 소피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신선한 배우의 발견! 덕분에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로 지금 헐리웃에서 아주 잘 나가고 계시다... <맘마미아>는 원작 뮤지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영화만의 매력점도 나름 잘 찾아내었으니, 이 정도면 뮤지컬을 영화한 무난한 사례로 꼽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현재 공연중이거나 또는 최근에 공연을 한 작품을 위주로 위의 세 영화를 추려보았다. 그밖에도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작품들은 숱하게 많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렌트> <페임>같은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야 물론 빼놓지 않고 영화화 되었고, <헤드윅>이나 <시카고>같은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도 성공적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마이 페어 레이디>나 <지붕 위의 바이올린>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으며,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만들어낸 특이한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도 원래 뮤지컬 작품이다. 팀 버튼의 색이 입혀지긴 했지만 원작 자체도 그렇게 독특한 느낌의 뮤지컬.  



 

 

 

워낙 많으니 이쯤에서 멈추고...
이번엔 반대로 영화가 뮤지컬이 된 경우도 몇개 찾아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최근 공연작을 위주로.  

 

2. 영화 -> 뮤지컬  

라디오 스타

뮤지컬이 영화화 된 경우는 드물었지만, 영화가 뮤지컬화 된 일명 '무비컬'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부터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라디오 스타>. 한물 간 80년대 락스타와 매니저의 찡한 우정을 그렸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를 뮤지컬로 옮겼다. 락스타는 아니지만 실제로 한때 최고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묻혀진 김원준이 주연을 맡아 또 묘하게 공감대를 끌어냈던 작품. 이번엔 새롭게 임창정도 주연으로 합류했더라... ㅎㅎ   

 

 

서편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무비컬이 최근에 나왔다. 바로 소리꾼 일가(?)의 한 많은 삶과 소리를 그려낸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흔히 뮤지컬 하면 서구적인 느낌이 우선 떠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의 이미지가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뮤지컬 서편제'라는 제목부터도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던 작품.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야기와 노래가 합쳐진 우리의 소리도 뮤지컬과 영 거리가 먼 것은 아니다.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평들은 좋았던 것 같다...     

  

 

 

빌리 엘리어트

아버지의 강요로 사나이다운 운동 권투를 배워야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몰래 접하게 된 춤의 매력에 푹 빠져서 신나게 무아지경으로 탭댄스를 추던 꼬마 빌리를 이제는 스크린만이 아니라 무대위에서 볼 수 있다. 영화 <맘마미아>가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한 풍광을 스크린으로 보여주었다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반대로 스크린 속에서만 봐야했던 생생한 몸놀림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준다. 해외에서는 이미 뮤지컬로도 크게 사랑받고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올해가 초연이다. 이왕이면, 영화에서 성장한 빌리가 무대에서 추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까지 같이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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