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2008, 스웨덴

 렛미인 (Let me in)
 매트 리브스 감독
 2010, 미국 

 

언제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지만 특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불붙은 각종 새로운 현대판 뱀파이어 스토리들의 연장선을 잇고 있는 영화 <렛미인>. 만약 원작소설과 2008년에 이미 앞서 영화화된 스웨덴 판 <렛미인>을 몰랐더라면, '12살 소녀 뱀파이어의 잔혹 로맨스'라는 문구에 이제 아주 뱀파이어로 별짓을 다 하는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렛미인의 주인공은 왕따를 당하는 소년(스웨덴판에서는 오스카, 미국판에서는 오웬)과 겉모습은 12살이지만 실은 인간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뱀파이어 소녀(스웨덴판에서는 이엘리, 미국판에서는 애비)이다. <렛미인>은 외로운 두 아이가 서로 교감해가는 순수한 로맨스와 동시에 소년의 성장 또한 그려지는 영화이다. 언제나 괴롭힘을 당하면서 거기에 맞서지도 못하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이 자신의 외로움과 분노를 눌러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소년은 신비한 뱀파이어 소녀를 통해 조금씩 적극적이 되어가며 돌파구를 찾아간다. 뱀파이어라는 두려운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처연한 외로움을 지녔고 그의 공간에 들어가도록 허락을 구하는 소녀를 받아들이고 자신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소년. 주로 오스카의 시선으로 그려지던 스웨덴판에 비해 미국판은 양면적인 모습을 지닌 뱀파이어 소녀 애비를 중심으로 보다 헐리웃스러운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지만, 이 특별한 만남이 만들어가는 이색적인 로맨틱 성장담의 원형은 퇴색되지 않았다.       

  

  소설 렛미인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괴물 서커스단: 뱀파이어의 조수
 (Cirque du Freak: The Vampire Assistant)
 폴 웨이츠 감독
 2009, 미국 

 

아는 사람은 아는 또하나의 유명한 뱀파이어 환타지 시리즈 <대런 섄>의 첫번째 이야기가 폴 웨이츠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만 매력적인 환타지 어드벤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뒷편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렛미인>과는 달리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평범한 소년 대런. 하지만 그의 인생 역시 뱀파이어와의 만남으로 뒤바뀌게 된다. 대런은 단짝친구 스티브와 함께 '괴물 서커스단(서크 뒤 프릭)'의 공연에 갔다가 뱀파이어 크렙슬리를 보게 되고, 거미광인 대런이 크렙슬리의 거미를 충동적으로 훔치면서 이 기이한 '괴물'들의 세계와 연이 얽히게 된다. 거미에 물린 스티브를 위해 대런은 크렙슬리를 찾아가고, 해독약을 받는 대신 하프 뱀파이어가 되어 그의 조수로 일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면서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지닌 가장의 삶을 목표로 '이상한' 아이들과는 놀지 않고 모범생으로 살던 대런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상한' 괴물들의 일원이 되었다. 인간을 기절시키고 살짝 피를 먹는 '뱀파이어'와 인간을 죽이고 피를 빠는 '뱀파니즈'의 전쟁에 휘말리면서, 그래도 아직 피를 먹기는 거부하던 대런은 '자신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뱀파이어가 된다고 자기를 잃는 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이 시리즈에서는 해리 포터처럼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성장과 뱀파이어로서의 성장이 함께 이뤄져나간다. 뒷이야기까지 다뤄졌으면 온갖 기이하고 재미난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뱀파이어와 뱀파니즈의 대결과 얽힌 대런과 스티브의 운명 등 재미난 환타지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소설 대런 섄 시리즈 / 대런 섄 지음
  총 12권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스파이크 존즈 감독
 2009, 미국    

 

모리스 샌닥의 유명한 그림동화책을 원작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지닌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모리스 샌닥의 귀여운 일러스트속 괴물들이 스크린속에서 살아나는 것을 보는 재미와 함께 짧고 단순한 원작동화를 어린아이의 감정과 시선을 더욱 살려 풍성하게 만들어낸 것이 장점.
상상력 풍부한 9살 소년 맥스는 홀로 눈으로 이글루를 짓고 담장과 병정놀이를 한다. 누나 친구들에게 먼저 눈싸움 장난을 걸었다가도 자신의 이글루가 망가지자 엉엉 울고 그런 자신을 누나가 모른척 하면 화가 나서 심통을 부린다. 직장일에 지친 엄마는 맥스가 바라는만큼 어울려주지 못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친구와는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같이 놀아주길 바라는 자신을 혼내자 맥스는 난동을 부리고 집을 뛰쳐나온다. 정처없이 마구 달려나가 우연히 배를 타고 맥스가 도착한 곳은 덩치는 크지만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괴물들이 사는 곳이었다. 여기서 맥스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지어내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며, 하고싶은 대로 실컷 거대한 요새를 짓고 진흙전쟁을 하며 놀이를 벌인다. 하지만 그렇게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언제나 함께 붙어 즐겁게만 지내고 싶지만 다른 친구가 좋아지기도 하고 그러면 또 누군가는 질투를 하고, 또 누군가의 말은 무시당하기도 한다. 신나 하다가도 화가 나면 잡아먹겠다고 덤비고 외로워하기도 하는 직선적인 감정의 괴물들은 또하나의 맥스들이다. 왕이 되어 자신이 괴물들을 책임져야하는 입장이 되고나서 맥스는 조금씩 자기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맥스는 더이상 왕놀이를 그만두고, 괴물들에게 '너희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자 맥스를 기다리던 엄마가 맞아주며 따뜻한 저녁식사를 차려준다. 맥스가 밥을 먹으며 곁에서 자기를 지켜보다 피곤함에 스르르 눈이 감긴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마지막 장면이 웬지 더 찡한 것은 왜일까. 아이들 동화라기 보다는 유년기를 거쳐온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지음

 

  

 

 

 

 

 

  

  


 내니 맥피 (Nanny McPhee)
 커크 존스 감독
 2005, 영국
  

 

이전에 '외로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유모들'이란 주제로 영화들을 모아봤을 때도 쓴 적이 있는 <내니 맥피>. 즉, 이번에는 특별한 마법사 유모를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2편보다는 토마스 생스터가 나온 1편을 좋아한다. 1편을 봤을 때 이 귀여운 동화를 정말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ㅎㅎ
영국의 시골, 바닥난 재정상태 걱정하랴 홀로 아이들 돌보랴 정신없는 아빠와 그런 아빠의 고난은 아직 모른채 그저 사랑이 고파 말썽을 부리는 일곱 남매가 살고 있다. 특히 첫째인 사이먼의 주도로 아이들은 보모들을 모두 내쫓아왔는데, 그들의 말썽 따위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유모가 나타난다. 하지만 내니 맥피는 단지 아이들의 버르장머리만 고치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맥피가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부재했던 엄격한 훈육과 동시에 아이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의지처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면 된다고 버티던 사이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씩 깨닫고 성장하여 더이상 유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녀는 홀로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감춘다. <메리 포핀스> 등의 여타 유명한 유모 영화들을 보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며 행복하게 해주는 유모들은 많지만 그들은 아이들 자체보다는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내니 맥피는 바로 아이들을 성장시켜주는 유모였다는 점이 나름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그리고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무표정으로 뚱한 듯 하면서도 말없이 아이들의 후방지원을 해주는 늠름한 모습 또한 개성적이었던 영화. ^^  

 

  

 

 

 

 

  

  

 

 피터팬 (Peter Pan) 
 P.J 호건 감독
 2003, 미국  

  

그 유명한 제임스 배리의 <피터팬>. 디즈니의 유명한 애니메이션부터 시작해서 수도없이 영상화 되었던 그 피터팬을, P.J 호건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에 대한 시각을 가미하여 훌륭하게 완성시켰다.
이 영화에서는 피터팬만이 아니라 달링가 삼남매 - 그중에서도 특히 맏이이자 유일한 소녀인 웬디가 부각되어 있다. 어린 아이에서 한단계 성숙해나가는 기점에 서있는 소녀의 미묘한 단계에서, 사랑이나 어른에 대한 소녀다운 호기심과 동경 등이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피터팬을 좋아하는 팅커벨이 웬디에게 묘한 질투심을 불태우는 것도, 웬디가 네버랜드에서 짐짓 어른스럽게 아이들의 엄마 행세를 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며, 그래서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원작보다도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 영화는 후크 선장과 달링씨를 한 배우가 1인 2역으로 연기함으로써 아주 의미심장한 효과를 준다. 웬디는 현실의 아빠와 네버랜드의 후크, 그리고 더 자라고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자신과 달리 영원히 어린아이이기만 한 피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 자랐지만 네버랜드를 떠나지 못하고 유년기의 기억에 갇혀 있는 후크. 현실에 치여 아이들을 이해해주지 못했지만 실은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순수했던 동심과 함께 다시 돌아온 아이들을 품는 달링씨. 피터팬과의 모험은 웬디와 아이들에게 단지 유년시절의 마지막 추억인 게 아니다. 그 기억은 아이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성장의 한 과정이자 그렇게 자라면서도 잊지 않고 꿈을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가게 해줄 수 있는 영원한 네버랜드가 되어주는 것이다. 

 

  소설 피터팬 / 제임스 배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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