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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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재밌어요. 읽기 전에 괜히 주눅들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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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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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적으로 모두 동의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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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키우는 사람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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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태어난 오렐리앙,


오렐리앙은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라벤더 밭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할아버지가 라벤더 밭을 운영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렐리앙은 어렸을 때부터 금에 대한 취향을 가졌었는데, 어쩌면 고흐를 매혹했던 금빛 찬란한 프로방스의 태양빛과 잎을 내기 전 금빛으로 물결을 치는 라벤더 밭을 보고 자라서 '금',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금색'에 대해 꿈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오렐리앙 할아버지에게 금색깔은 보라색인 라벤더색이었습니다. 


금을 찾는 삶 속에서 자유롭고 행복하리라는 것을

13쪽

오렐리앙은 성인이 되어 마당 한 편에 조그맣게 꿀벌통을 마련하여 꿀벌들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첫 수확은 꿀 3병밖에 안 되었지만 매년 소소하게 조금씩 더 많이 수확하였고, 3년 차에 접어들어 꽤 큰돈을 벌게 됩니다. 그동안 오렐리앙의 양봉사업에 못마땅하시던 할아버지도 이때만큼은 그의 양봉사업을 인정하고, 동네에서 가장 매력적인 폴린과 결혼하시길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오렐리앙은 아직 꿈을 더 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그에게 금은 꿀벌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양봉사업이 순탄하게 잘 커지고 있던 와중에 폭풍이 몰아쳤고, 이때 내려친 벼락이 오렐리앙 마당에 심겨 있던 나무에 떨어집니다. 나무에 불이 붙었고, 그 곁에 있던 오렐리앙의 벌통은 화마에 모두 재로 변해버렸습니다. 


상심했던 오렐리앙. 


우연히 할아버지 서재에 있던 책을 한 권 읽게 됩니다. 아프리카로 금을 찾으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밤, 오렐리앙은 꿈을 꿉니다. 사막을 배경으로, 검은색 눈에 검은색 머리카락, 금빛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는 꿈이었지요. 꿈에서 깬 오렐레앙은 꿈이 자신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짐을 싸서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금을 찾으러 떠나겠습니다."

마르세유로 배를 타러 가는 길에, 아를에서 한 화가를 만나게 됩니다. 붉은 머리의 광기 어린 모습을 지닌 화가였습니다. 오렐리앙은 그에게 끌렸고, 꿈속에서 봤던 여인을 그려 달라고 합니다. 화가는 그림을 그려줍니다. 오렐리앙이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는데도, 화가는 꿈속에서 봤던 여인의 모습을 그려줍니다. 어쩌면 화가와 오렐리앙이 같은 금을 좇고 있어서 통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렐리앙은 아프리카 땅에 도착한 후 사막을 횡단하는데 거기서 새로운 깨달음도 얻습니다. 어느 때엔 삶보다 생존의 욕구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죠. 사막에서는 한 방울의 물이 한 덩이의 금보다 더 갚질 때가 많으니까요. 


그날 밤, 오렐리앙은 사막 속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죽음의 순간에만 들 법한 생각을 했다. 삶이란 결국 한줄기 실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마시는 기쁨보다 갈증 해소의 욕구가 언제나 더 강력한 것임을 이해하는 날, 사는 기쁨보다 생존 욕구가 언제나 더 아름다운 것임을 이해하는 날과 같은 날들로 짜인 금실. 그는 결코 그 실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95쪽

우여곡절 끝에 오렐리앙은 하라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족장이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족장의 이름은 마코넨. 마코넨은 오렐리앙의 눈에서 자신의 눈빛을 봅니다. 꿈을 좇는 사람... 오렐리앙은 꿈인 금을 좇는 사람이었지요. 마코넨은 그를 이해하고, 그 지역 어느 곳에나 갈 수 있다고 배려해 줍니다. 하지만 그가 찾는 것을 결코 이곳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때 검은 눈,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 마코넨을 만나러 왔습니다. 오렐리앙은 그녀의 눈빛을 보고 그녀에게 매혹됩니다. 그가 찾던 금이 바로 그녀임을 안 것이지요.


그녀 시선에 사라졌던 찌르는 통증이 오렐리앙의 내면에서 되살아났다. 꿀벌에 쏘여 생긴 통증 같았는데, 독침을 뺄 길 없는 사람의 고통이었다.

103쪽


오렐리앙은 매일같이 마코넨을 찾아가, 그녀가 누구인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달라고 합니다. 마코넨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던 3일째 되던 날. 3일 이상 거짓말할 수 없는 그곳의 법에 따라, 마코넨은 오렐리앙에게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을 이야기해 줍니다. '꿀벌들의 나라', 하라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절벽 위에 그녀와 그녀 부족이 살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오렐리앙에게 살아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다시 설득하지만, 인생의 금을 찾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오렐리앙에게 그 충고는 무의미할 뿐입니다.


무엇이 마코넨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지만, 마코넨은 오렐리앙에게 꿀벌의 모양으로 다듬어진 금덩이 2개를 그에게 줍니다. 금을 좇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금이지만, 그 금을 가지고 오렐리앙이 크게 기뻐하거나 어떤 의미 부여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지고 떠납니다. 오렐레앙은 항상 금을 추구했지만, 금 자체를 원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오렐리앙은 르파랑지라는 프랑스인이 이끄는 상단에 합류해 '꿀벌의 나라'까지 갑니다. 역시 힘들게 그곳까지 도착합니다. 그곳은 고원지대로, 사막에 우뚝 솟은 절벽이었습니다. 절벽을 타고 올라가니 사막 한가운데 물이 있고, 웅웅 거리는 벌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서 검은 눈, 검은 머리의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갈라족의 여왕이었습니다. 마치 여왕벌처럼 군림합니다. 그녀는 꿀을 듬뿍 찍은 과일을 먹고, 오렐리앙에게도 꿀을 찍은 과일을 먹입니다. 오렐리앙은 현혹된 듯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합니다. 그날 밤 그와 그녀는 하나가 됩니다. 


그녀는 끈질기게 사랑에 집착하며 두 눈으로 그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135쪽

하지만 다음날 아침, 여왕과 부족 사람들은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꿀벌들처럼요. 


그 부족은 오직 1년에 단 하루, 꿀을 채취하기 위해 그 절벽에 나타났습니다. 그 외의 364일 동안에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렐리앙이 그 부족과 만났던 그 하루를 제외하고는, 그 부족 인과 마주치면 죽임을 당한다고 해요. 


오렐리앙은 여왕이 남긴 역시나 꿀벌 형상의 금덩이를 가지고 다시 하라르로 돌아갑니다. 


마코넨은 오렐리앙이 살아와 놀랍니다. 오렐리앙은 그에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만 마코넨도 몰라서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렐리앙은 이제 집에 갈 때가 되었다 생각해 프랑스로 떠납니다. 


프랑스로 가는 길에 오렐리앙과 비슷한 꿈에 대한 광기 어린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이폴리트 루아죌입니다. 


이폴리트 루아죌은 오렐리앙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듣고, 거기에서 자기 이름을 영원히 남길 꿈을 발견하게 됩니다. 곧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렐리앙을 찾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오렐리앙은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첫해에는 역시나 소박하게 양봉업을 했는데, 다음 해 약속대로 이폴리트가 왔습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오렐리앙이 사막에서 보았던 '꿀벌들의 나라'를 구현합니다.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 그 엄청난 돈들이 몇 달 만에 없어지고 맙니다. 추가로 대출도 받았습니다. 고생고생했지만 그들에게 꿈이 있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양봉장을 만들었습니다. 첫 꿀 수확 날, 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광경을 보고, 공연도 봅니다.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들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돕니다. 하지만 2달 후 2번째 수확 시기가 되었을 때.... 그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다 잃고 맙니다. 


벌집과 벌통까지 먹어치우는 벌집나방이 오렐리앙 벌통 속에 순식간에 증식을 해서 꿀벌이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실패자, 빚더미에 오른 자들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렐리앙이 아프리카에서 받아온 금 한 덩이를 팔아 급한 돈은 해결했고, 나머지는 계속 상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꿈으로 광기 어렸던 이폴리트의 눈은, 슬픔으로 흐려진 채 프로방스를 떠납니다. 

그리고 이듬해 오렐리앙의 할아버지도 돌아가십니다. 


그리고 오렐리앙은, 그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전에 썼던 적 없는 나무로 벌통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리고 오렐리앙은 그를 한결같이 기다리던 폴린과 행복하게 함께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칩니다. 폴린이 바로 금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요. 



막상스 페르민의 『꿀벌 키우는 사람』은 그의 3부작의 마지막 소설입니다. 


금색(=꿀색)에 대한 이야기로, 한 남자가 본인의 금을 찾기 위해 집에서 애쓰고, 사막으로 떠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동업자와 모험을 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편적인 줄거리만 보면 속물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매우 서정적인 소설입니다. 실제 프랑스 원서로 읽으면 시와 산문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는 글이라고 하는데, 제가 읽은 책은 번역본이라 그런지 원어로만 느낄 수 있는 시적 리듬감은 없어서 시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책의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강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리 썩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오렐리앙이 사막에서 몇 날 며칠 물을 마시지 못해 심한 갈증에 시달릴 때, 한 방울의 물이 금보다 더 귀할 수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데요, 어쩌면 (나만의 억지일지도 모르겠으나) 늘 오렐리앙의 곁에서 그를 지켜봐 주고 지지했던 폴린이 물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결말이기도 합니다. 


다음날, 단장은 태양이 뜨기 전 어떤 뿌리에 맺혀 있던 이슬 몇 방울을 얻는 데 성공했다. 

"자, 받아. 각자 세 방울씩이야." 단장이 말했다.

오렐리앙은 이슬을 입술로 가져갔다. 이슬 몇 방울이 금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96쪽.


어쩌면, 우리의 금은 우리의 매우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 금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여기를 떠나 낯선 곳으로 가거나 우리가 가진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 때 깨닫는 그 무엇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다시 집으로 올 걸 왜 그 먼길을 떠난 것이냐' 반문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역시도, 르파랑지가 했던 말처럼 "우연이라는 것 없"기 때문에 진정 금의 의미와 금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겪어야 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원점으로 돌아온 나 자신은 예전과 달라져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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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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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 출판사에서 선정한 소설 3개와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 작가가 각각 박완서 님 작품 중에서 한 편씩 골라 실은 책이다. 


박완서 작가는 1930년 대에 태어나 현대사를 몸소 겪어 살아내신 분들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면서 다른 삶을 살았고, 박완서 작가는 당신이 쓰실 수 있는 글을 적어 내셨다. 오랫동안 가정주부로 있다가 아이들 학교 보낸 후인 마흔에 접어들 무렵 작가가 되셔서 그런지 어딘가 20세기식 규방문학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가님이 연대별로 쓰신 글만 봐도, 우리 현대사를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말에 해당하는 1930년대와 40년대, 그리고 한국전쟁, 전쟁 직후 온 난리 통에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성공하려면 서울로 서울로!'라는 믿음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촘촘히 움직였고, 개발독재와 군사정권 말기, 그리고 완전 달라진 새 천년의 시대... 글이 다룬 시대마다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정말 맞다. 10년을 주기로 대한민국은 휙휙 바뀌어갔고, 시대와 세대에 따라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진다. 


단편집 제목을 따온, 이 책의 수록 소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전통을 받들고, 새 세대 치이는 낀 세대를 잘 보여준다. 박완서 작가보다 조금 아래 연배이신 '김수현 드라마 작가'님의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을 흐르고 흘러, 이런 이야기도 이제 옛날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가 2008년에 발표되었는데, 발표된 지 현재 15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와 동년배이신 분들의 이미 많이 돌아가셨고 살아계시다고 하여도 그리 사실 날이 머지않았다. 「카메라와 워커」에 나오는, 자식뻘 되는 조카들이 이제는 일흔 살을 넘겼고, 꾸역꾸역 자기 윗세대들의 빈자리를 메우거나 함께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시기 때문이다. 옛날이야기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자전적 소설이다. 박완서 작가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사랑받았던 일, 엄마의 학구열로 서울 학교에 입학한 일, 한국전쟁으로 삼촌과 오빠를 잃은 일, 남편을 만나 안정된 생활을 꾸리고, 중산층 삶으로 들어간 일, 모두들 기쁨과 즐거움에 들떠 있던 1988년 남편에 이어 막내아들을 잃은 일 등. 마음이 아리는데, 이 모든 아픔과 슬픈 일들도 지나가고 결국엔 잊히며, 이 글을 쓰는 작가도 죽는다는 사실이 왜 이리 내 마음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좀 전까지 젊었는데, 정신 차리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듯한 느낌. 



하루는 길어도 인생은 짧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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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 허니컷 구하기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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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와 아버지의 갈등,

갈수록 집에 오는 횟수가 뜸해지는 아빠.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가는 엄마. 


방관하는 아빠와 피보호자가 아닌 보호자로 엄마를 대해줘야 하는 씨씨는 어린 나이에 삶이 괴롭다. 마을 사람들은 연민과 더불어 적대감 섞인 눈으로 이들 가족을 대하며, 학교에서 씨씨는 왕따다. 가정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작고 여윈 소녀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외롭고, 학교에서도 외롭다. 


다만, 씨씨가 숨 쉴 수 있는 곳은 책 속이다. 그리고 이웃인 오델 할머니. 


º 책 : 엄마가 이상 증세를 보일 때면 씨씨는 달려가 책 속에 파묻힌다. 활자라면 다 좋다. 교과서도 좋아한다. 복습도 여러 번, 씨씨는 최고 등급을 받지 않은 과목이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뽑으라면 '영어'다. 


º 오델 할머니 : 이웃집에 혼자 사시는 오델 할머니. 정상적인 가족이 없는 씨씨에게 오델 할머니는, 또 다른 가족의 역할을 해준다. 상처받거나 힘든 일 있을 땐 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긴다. 그러면 불안과 걱정이 들어진다. 



씨씨 엄마의 이상 증세는, 부부 생활의 권태와 남편의 바람, 그리고 젊은 나이에 늙은 남자와 결혼해서 자신의 젊음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한다. 젊었을 적 미인 대회에 나가 우승했던 일에 집착한다. 우승했을 때 찍은 사진을 반복해서 보며, 특별한 일이 아닌데도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남편이 집에 있지 않은 데도, 남편에게 소리치고 보이지 않는 남편과 싸운다. 집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씨씨 엄마가 제정신일 때가 있는데 그런 기억이 씨씨에게 '사랑'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오래지 않으며, 씨씨는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 


이런 일도 다 끝이 있는 법이다. 


씨씨의 엄마는 아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엄청난 속력으로 부딪혔다. 육체의 형상은 매우 끔찍했다. 씨씨는 그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마치 본 것처럼 마음에 새겨졌고, 두려움증으로 다가온다. '정신병은 유전될 수도 있다는데 설마, 나도?!' 


씨씨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친척 어르신이 고급차를 끌고 씨씨의 집에 왔다. 털툴라 외이모 할머니. 아빠는 뭔가 버거운 짐을 없애듯 씨씨를 털룰라 할머니에게 맡긴다. 그길로 북부에서 털룰라 할머니의 집이 있는 남부로 가게 되는 씨씨. 


낯선 곳. 두려움. 그곳에서도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하는 불안. 


하지만 그곳은 씨씨가 살던 곳과 달랐다. 안전하고, 따뜻하다. 아무래도 털룰라 할머니 덕분이다. 부유하고, 인덕 있으며,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털룰라 할머니 집에서 일하는 '올레타 아줌마'가 씨씨의 첫 친구가 되어 준다. 이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씨씨는 예전의 불안과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한다.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들에게는 슬픔이나 아픔은 없는지 듣게 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씨씨는 안정을 찾는 것이다. 


문득문득, 좋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때마다 털룰라 할머니가 의미 있는 말씀을 해주신다. 


책의 마지막은, 씨씨가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고 거기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것으로 끝난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북부에서 남부로 오게 되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되어 씨씨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부모님의 또 다른 긍정적인 모습을 보려 노력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희석시킨다. 


작가가 던지고자 한 말은 대부분 털툴라 할머니와 오델 할머니의 말로 표현된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맺게 되는 관계, 그 관계에서 받는 상처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려면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 노력에 '모험'은 필수로 수반된다고.. 두렵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황이 멈춰있거나 악화되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이 없다. 모험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결과가 좋게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는 아무로 모른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그중에 좋은 사람 몇 명만 만나도 우리 삶은 빛날 수 있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라는 거야. 진정한 행복과 삶의 목적이 거기에 있단다. 버려진 동물을 돌보든, 낡은 집을 구해내든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든, 네 안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을 발견해야 해. 아가, 그 불을 찾지 못하면 결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을 거야." - P162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네가 공포에 질 때마다 그 남자가 이기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 남자는 점점 강해지고 넌 점점 약해져. 네가 공포에 지면 너만 손해야. 결국 평생 그 남자의 노예로 살아가야 해." - P260

"내가 한 말을 명심해. 그 누구도 네 자유를 빼앗지 못하게 하렴." - P262

"저기 인생이 있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니? 나뭇잎들도 움직이고 있어. 인생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 너처럼 특별한 아이라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큰맘 먹고 인생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돼." - P376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돼." - P386

"어떤 사람이 지혜롭다면, 그건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란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와. 매일매일이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지. 넌 책을 많이 읽었고 덕분에 아주 똑똑하지만 세상의 어떤 책도 진짜 지혜를 주진 못해." - P447

"우리가 극복한 인생의 상처들이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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