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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팀 마샬/김미선
사이/2021.4.15.
sanbaram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지리적 환경이다. 인간들은 처음 집단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강가나 바닷가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지구에는 200에 가까운 나라들이 있지만 각 나라들은 지리적 조건에 따라 생활상이 다르다.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하며, 국방을 위해서도 지리의 힘은 대단하다. <지리의 힘>은 지구의 지리적 환경을 10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시작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심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리적 여건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또한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여야 하는지 하는 문제까지 설명한다. 지구인의 생활이 지리적 여건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저자 팀 마샬은 영국 <파이낸설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를 하였고, 영국 스카이 뉴스 외교 부문 에디터이자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일상생활이나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리를 열 개의 블록으로 묶어 설명하는 <지리의 힘>에서는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중국과 미국, 유럽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다음으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불리함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한국과 일본, 라틴아메리카를 다룬다. 이어서 유럽인들이 임의적으로 국경선을 만들어 다양한 민족이 복잡하게 얽혀 분쟁이 잦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된 북극에 대해 살펴보며 마무리 짓는다. “지리는 언제나 운명들을 가두었다. 그 운명은 한 국가를 규정하거나 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그토록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운명일 수도 있다.(p.362)”고 저자는 강조한다.
“각 나라들이 각자의 지리적 특성 안에서 형성돼 왔는가의 역사는 오늘날은 물론 미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다.(p.18)”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은 자급자족하는 국가의 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달로 근대화를 이룬 유럽 세력이 총칼을 앞세워 중국을 침범하여 굴욕을 맞봤다. 중국은 복잡하고 다양한 민족을 공산주의로 통합시키며 근대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요즘은 눈을 세계로 돌려 해군력을 키우며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세계 경제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남쪽에는 리오그란데강이 사막을 통과해 흐르고 있고 북쪽은 오대호가 있고, 국경 인근 지역의 동쪽 절반은 거주자가 드문 암석 지대다. 또한. 동쪽과 서쪽은 대양을 마주하고 있다. (p.67)”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기까지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며 많은 지역을 사들이거나 힘을 이용하여 영토확장을 꾀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다. 미국이 쇠락할 거라는 예측이 유행하고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나라는 이제 에너지 자급자족마저 이루고 있어 그 영향력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유럽 전체를 놓고 볼 때 눈에 띄게 많은 산맥과 강, 계곡들을 보면 이내 납득이 간다.(p.91)”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 까닭은,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지 않은 탓에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천 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해온 데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리적, 언어적으로 분리돼 있다. 이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면적을 갖는 러시아는 북극 가까이에 있다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장단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이유 또한 부동항을 차지하기 위한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벗어나려는 유럽 국가들의 야심을 모를 바 없는 모스크바는 그 대안으로 중국을 기대하고 있다.(p.156)”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공룡들은 경쟁 관계이긴 하나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한국 간에는 서로 풀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국과 북한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는 한에서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p.184)”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이어간다 해도 중국은 여전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는 곧 미군의 제7함대도 도쿄만에 여전히 머물 것이고, 미국 잠수함들도 오키나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 아메리카는 강력한 지주들과 노예제가 합쳐진 구시대 문화가 청산되지 못했고 이는 불평등으로 이어졌다.(p.189)” 이 현상의 최극단에 유럽 정착민들이 야기한 또 다른 지리적 문제까지 더해져, 현재까지도 많은 나라들이 높은 잠재력을 개발해 보지도 못한 채 뒤처지게 되었다.
실제 아프리카는 미국보다 3배는 크다. 그곳에는 200여 개가 넘는 민족과 언어가 공존하고 있어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아프리카 대륙의 강물 또한 문제다. 대개 고지대에서 발원한 강들이 가파르게 꺾여 내려오기 때문에 배를 띄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p.225)” 이런 지리적 문제와 더불어 유럽 국가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문제는 아프리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편, 중동지역은 유럽의 식민지를 거치며 사이크스-피코 협정 이전에는 시리아 국가나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에이트는 물론 팔레스타인도 따로 없었다. 현대의 지도에나 국경선들과 국가의 명칭이 적혀 있지 실제 이들 국가들은 역사도 짧은 데다 기반 또한 취약한 데다 종교적 갈등 문제로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 아대륙에 분포된 하천들과 여러 종교들도 강한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다양한 문명들이 갠지스, 브라마푸트라, 인더스와 같은 강을 따라 발전했다.(p.309)” 오늘날에도 인구 집중 지역은 이들 강 유역을 따라 점점이 분포돼 있다. 시크교도의 본거지인 펀자브 주나 타밀 나투어를 쓰는 타밀 주처럼 특성이 다른 지역들도 이와 같은 지리적 구분에 근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본 곳이 북극을 중심으로 한 북극해다. 북극 접경 국가인 “이른바 북극 연안 5개국은 캐나다,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랜드를 책임지고 있으므로)를 말한다. 여기에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웨덴이 합세해 북극이사회가 탄생했다.(p.364)” 이들을 중심으로 미래의 북극 지방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가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지리적 현실은 기회임과 동시에 도전이다. 지구 온난화는 사람들의 대규모 이동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