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그널

피파 맘그렌/조성숙

한빛비즈/2019.7.8.

sanbaram

 

어떤 일이 있기 전에 여러 차례 그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 징후가 바로 그 일이 일어나게 되는 시그널 이다. <시그널>에서는 그런 징후들이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려주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장 세계경제가 보내는 신호부터 ‘11장 고르디우스의 매듭 자르기까지 삶의 현장에서 보내는 시그널을 알아차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경기의 변동이나 전쟁의 징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그런 징후들을 찾아내어 보다 발전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게 하라고 말한다. 저자 피파 맘그렌은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로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미디어의 논평가와 강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와 왕립지리학회의 회원이고, 현재 런던에 거주 중이다.

 

<시그널>의 서문에서, 사회계약 붕괴는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개인이, 공동체가, 회사가, 나라가 직면한 문제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우리를 성장시키고 혁신할 수 있다. 의약과 원재료, 건설과 화학, 종이돈에서 사이버머니까지 모든 곳에서 혁신이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다.(p.17)”고 말하며, 이런 것은 사회계약 붕괴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신호를 만든다. 무수한 신호 중에서 중요한 신호를 알아보고 골라내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관점을 만들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관점을 꺾지 않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오만과 처벌의 위험 사이에서 세심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보그>가 표지에 내건 올 누드 사진은 의류 소매업에 대대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 신호였다. 또한 이 특별한 시기에 자라의 성공은 세계 경제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p.30)”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라는 이중고가 닥친 후, 소비자는 값싸면서도 실용적인 의류를 필요로 하게 됐다. 이에 자라는 가성비 높은 기본 의류에 트랜디 하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상품을 꾸준히 추가했다. 이렇게 하여 의류산업의 줄도산이 잇따르는 불경기 속에서도 자라의 매출은 계속 늘었다.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DNA를 타고난 극소수를 제외하면 성인 여자가 날씬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가지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제가 호황기에는 날씬한 표지모델이 인기지만, 불황기가 되면 살집이 있고 화려한 립스틱이 돋보이는 여성이 표지모델을 장식하게 된다고 한다.

 

뉴스의 목적은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의 목적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p.141)” 그래서인지 요즘 모든 인쇄 매체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사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에 산적한 중차대한 문제의 답을 구할 때 으레 알고리즘이나 모델에 의지하지만, 중앙은행 총재 자리는 그런 수학적 기교를 구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계산식에 인간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시장을 좌우하는 것이 더는 시장 가격이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의 결정이라는 뜻이다.(p.183)” 이 말은 정부가 단순히 사회계약을 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가장 중요한 가격결정자이자 참여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국가와 시장의 경계선이 국가의 이익에는 유리하지만, 개인의 이익에는 불리한 쪽으로 이동했다.

 

신흥시장 입장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성공적이다. 인플레이션의 1차 희생자는 언제나 최빈곤층이며, 오늘날의 최빈층은 신흥시장이다.(p.216)”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은, 미국이 채무를 갚아야 할 때가 오면 인플레이션을 통해 채무를 불이행했던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흥시장 사람들에게는 전체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도 중요하지만 특정 식품과 특정 연료 가격도 대단히 중요하다. 닉슨대통령 재무부 장관을 지낸 코널리는 신흥시장 지도자들이 자신의 나라에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했다고 불만을 말하자. “‘달러는 미국의 통화이지만 당신들의 문제이다.’ 그리고 신흥시장은 정확히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p.249)” 이처럼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그 부담을 다른 나라에 전가시켜 번영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전쟁은 첫 번째 선택도, 마지막 선택도 될 수 없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초과 생산시설과 흘러넘치는 돈의 세상에서 경제의 작용은 초과 생산을 파괴하고 초과 자본을 무너뜨리기 위한 음모를 꾀할지도 모른다.(p.383)” 이런 파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갈등과 대치다. 점점 전쟁 무대가 갖춰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상실은 희소 자원을 얻으려는 분쟁과 다툼,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신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계 경제가 평화 배당 기조에서 분쟁 프리미엄 기조로 변신하고 있다는 신호가 이미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고로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데에는 오만에 가까운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현재 벌어지는 이 오만한 행동들을 명확하게 보지 못하도록 방해 한다.

 

미래의 경제라는 선물 꾸러미를 여는 열쇠는 당신의 관점이다. 이 선물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내용물의 성격은 모두가 오늘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달려 있다.(p.493)” 셰익스피어는 마음이 준비되면 모든 준비가 다 된 것이다라고 했으며,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한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였던 앙드레 말로는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대개 능력이나 아이디어의 뛰어남으로 갈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느냐로 갈린다.(p.483)”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로 잘라버린 알렉산더대왕처럼, 이 책의 독자들도 목격한 신호를 토대로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거기에 모든 노력을 다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뒤따라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