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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번 달에는 무거운 책이 많은데, 그래서 더 기대되고 그런다.



 


[고기]

마르틴 하르니체크 지음, 정보라 옮김, 행복한책읽기 펴냄.

 

개인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 책은 읽어봐야지 싶은 게, 이 책의 줄거리는 끔찍하지만 어쩐지 세상을 똑바로 보기 위해서는 대면해야만 하는 끔찍함인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통제 도시의 설정은 다음과 같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범죄에 대한 처벌이 단 하나, 도살뿐이다. 절도나 폭행으로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된다. 경찰에게 저항해도 곧바로 도살된다. 두 사람 이상 모여 대화를 나누어도 도살된다. 소란을 피워도 도살된다. 그리고 시장에 고기가 부족한 날이면, 별 이유 없이도 도살된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인육, 사람의 고기뿐이기 때문이다. 고기는 도시에서 지급하는 카드를 받아 교환할 수 있다. 카드 없이 시장에 들어섰다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되어 일급 판매대에 오른다. 일급실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상하기 시작하는 고기는 이급실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완전히 썩도록 팔리지 않은 고기는 삼급실로 넘어간다. 삼급실의 고기마저도 카드 없이 넘보다 걸리면 도살된다.”


체코는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하지만, 문학적으로도 이름이 높다. [고기]는 깊이 있고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인정받는 체코 문학의 전통과, 나치와 소련이라는 체제에 시달렸던 체코 역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바로 도살되어 먹힌다는 설정은 어지간한 미국 스릴러보다 훨씬 적나라하다. 개인이 지닌 잔인함이 아니라 사회가 지닌 잔인함이라는 점에서, 사서 후회할 책은 아니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결말은 예상보다 훨씬 무자비하다고 하니, 나는 덱스터나 케빈보다 이 책을 택하겠다.

 



 


[어두운 기억 속으로]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은행나무 펴냄.

 

   로맨스 스릴러인데, 칙릿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다. 저자는 경찰 정보분석가로, 남성의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을 조사하다가 주제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들이 어떻게 폭력에 노출되는지, 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지, 혹은 왜 도망쳐 나오지 않는지, 저자는 정보를 모았고 답을 얻었다. 이 책은 데이트 폭력을 다루면서 연애라는 이름으로 묵인되는 비뚤어진 권력관계와 그 폭력성을 분석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공포가 내 옆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성에 기반한다면,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디클레어 1]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펴냄.

 

저자 팀 파워스가 글을 잘 쓰긴 한다는데, 스팀펑크에 대체역사물이라는데, 하고 고민하다가 수상 내역에 혹해서 그만국제호러협회상과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했고, 로커스 네뷸러 아서 클라크 상 최종 후보였다고 한다. 세계환상문학상의 다른 수상작인 [소년시대]를 매우 좋게 읽은 적이 있어서(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20510740&page=1&inCafeSearch=true&searchBy=1&query=%BC%D2%B3%E2%BD%C3%B4%EB&includeAll=&exclude=&include=&exact=&searchdate=all&media=0&sortBy=date&articleid=3579&referrerAllArticles=true) 신뢰하고 있다. 팀 파워스의 작품 중 국내에 들어온 건 [캐리비안의 해적]인데 영화로 치면 3편 인어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제목 보고 떠올리는 게 1, 2편이라 묘하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책이라고.

 

 



[직업의 광채]

앨리스 먼로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이재경 강경이 옮김, 홍시 펴냄.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 2. 이름대로 블루-화이트-노 칼라를 아우르는 다양한 직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도 작가진이 빵빵하더니 2권도 그렇다. 전편의 제목은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이었는데, 이번 제목은 어째 보다 희망적일 느낌이다. 2권인 모양이니 이제 세트 구매가 가능하다.

 

 



[초파리 왕국]

이승현 지음, 원고지와만년필 펴냄.

 

이거 한 권 사야겠다. 하나는 작가 이력 때문에. 공장에서 지냈고, 종합격투기 선수였다가, 출판노동자였다가, 장애인 활동 보조인이었다가, 등단 작가가 됐다. 분명 나름의 시각이 있으리라고, 그 시각은 꽤 현실적이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리라는 느낌이 온다. 그리고 둘째는 <냄비받침>이란 이름 때문에. 내적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냄비받침은 일종의 잡지라고 할 수 있는, 글과 그림 혹은 사진이 실린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물 중에는 꽤 인지도가 있고 또 좋아하는데 약력에 이름이 딱 붙어 있으니 사야겠단 삘이 온다. 셋째 이유를 붙이자면 출판사 제공 발췌문이 마음에 들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다.


이충엽은 초파리가 막걸리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초파리에게 영혼이 있을까, 있다면 녀석들이 죽은 후에 만나게 될 세상은 어떤 곳일까,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 하는 남다른 의문을 품게 되었다. 천국은 아마 눈만 돌리면 막걸리와 주스가 흐르고, 덤으로 썩은 과일이 나뒹구는 땅일 것이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아마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굶기고, 찢고, 쑤시고, 태우겠지.”

표제작 <초파리 왕국>이다.

 


 



[럼 다이어리]

헌터 S. 톰슨 지음, 장호연 옮김, 마티 펴냄.

 

기자는 글을 잘 쓰리라는 생각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가 배경이라는 점에도. 아마 멕시코 지역이 배경인 소설에서 으레 그렇듯 이 역시 엉망진창인 사람들이 모여 말도 안 되는 폭력과 질서에 맞춰 살고 있는 이야기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기자로 사명감이라고는 없고 미국에선 적응 못 하고 푸에르토리코에서 술 먹고 약 하며 사는 사람이지만, 그 엉망진창인 속에 있다 보니 뭔가 깨닫게 되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현재 조니 뎁 주연인 영화로 만들어져 한창 광고 중이다. 사실 책은 영화에 편승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리고 영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원작은 영화와는 다르니 별도로 판단하려 하는 중이다.

 

 



[P세대]

빅토르 펠레빈 지음, 박혜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

 

   소개글에도 나와있지만, 펠레빈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성공한 작가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의 최고 작가 3명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고, 그 중에서 유일하게 소설가로서 한창 때이면서 유망한 사람이라고 한다. 포스트소비에트 문학이라는 말이 붙어있는데 이는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집단주의, 관료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 현재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풍자적이고, 시의성이 있고, 한국문학이나 영미, 유럽권과는 문제의식이 다르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성공할 만큼 문학성이 있고 재미가 있는 모양. 장르문학도 꽤 썼다. 국내에서 현대 러시아 문학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사람 책은 한번 보고 싶다.

 

 



[은행나무 소년]

정도상 지음, 창비 펴냄.

 

   어쩐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난다. 사회구조적 폭력에 억눌리는 개인의 이야기이고 재개발 강제철거의 상황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난쏘공은 당시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하는 책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국어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배우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도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까. 왜 지금은 사람들이 읽지 않을까.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은 지금 현재 벌어지는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예상보다 훨씬 큰 호응을 얻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른다. 이 소설 역시 그렇게 될까봐 기억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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