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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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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시인은 청춘의 나이를 지난 지금 이 시기를

'오후'에 빗대며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초록잎이 한창인 표지부터 녹음이 우거진 숲속의 오후를 떠오르게 한다.

 

자신을 문장노동가라고 표현하는 것 만큼

시인의 문장은 여러 번 곱씹을 수 록 다른 맛이 나는 풍미가 있다.

 

아직 우리가 새파란 어린 청춘이라면,

오후에 당도한 그의 문장들은 그런 우리에게 어떤 침착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소주제마다 엮인 시인의 생각과

그러한 생각을 얻을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

그리고 인용된 다른 여러 작가들의 글을 보며

지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어간다.

 

읽는 내내 시인과 함께 지긋이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P. 85

나는 이십대 초반에 읽은 장 그르니에의 섬의 몇 구절을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간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낯선 지방에서 혼자 꾸리는 삶에서 비밀 몇 개르르 품은 채 완전한 자유를 누리리라는 기대를 아직까지 품고 살아간다.

 

P.122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썼다. 시궁창에 있으면서 별을 바라보는 게 사람이다. 꿈과 갈망을 포기하는 순간 발 딛고 있는 현실은 시궁창 같은 나락에 지나지 않는다. 꿈과 갈망을 지닌 존재들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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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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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
‘오래’, ‘조건 없이’, ‘당신이라서’.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사랑.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이 편지의 주인공을 부러워하리라 짐작했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마룬파이브의 she will be loved, 아델의 make you feel my love, 김형중의 좋은 사람, 한국 고전 인형의 꿈까지. 절절한 짝사랑 노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다. 그런 그들의 순애보를 보며 저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사랑을 주고 받는 총량이 같다면 어떨까. 누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것 없이. 그런 건 때로(아니 주로) 갑을관계처럼 권력의 상하관계가 되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숭고한 사랑에서 그런 관계란 마음 아프니까. 그런데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기엔 이미 ‘사랑의 갑을 관계’, 좋게 말하면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의미가 다름’은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다. 고로 나의 상상은 지루하고 시대착오적이므로 철수!

그래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를 수 밖에 없음에서 오는 ‘다 주지 못한 사랑’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 그것들이 우리가 즐겨 듣고 즐겨 보는 노래와 영화, 책, 소위 예술이 되는 것이리라.

이 편지도 그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어떤 특정인을 향한 개인적인 편지이나 보편적인 사랑의 감성 또한 담고 있어서일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유 또한, 그들이 받고 싶다고 생각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습이 있기 때문일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멀리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지만 차마 그 누군가에겐 보내지 못한 편지. 우린 그런 적이 있던가. 오히려 표현하지 못해서 안달이지 않던가. 표현하는 데도 모자라 알아주길 바라며 애타지 않았던가.

편지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사랑은, 우리가 지칠 때 필요로 하고 기대고자 하는 그런 사랑에 가까워서 때로 일상이 버겁고 지칠 땐 이 책을 데리고 나가곤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내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마치 편지의 주인공처럼 울컥하며 위로를 받았다.

그가 누군가를 바라는 마음이 자신의 욕심과 자의식에서 오는 건 아닐지 우려할 때, 또 그런 감정을 종교적 수행과 더불어 절제할 때. 난 내가 이제껏 해온 사랑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성찰이 부족했었는지 통감했다.

기브앤테이크가 만연한 세상. 잉여의 감정, 남는 감정 없이 모두가 동등한 사랑의 감정이면 어떨까 잠시나마 상상했던 나는 겸손해졌다. 왜냐면, 만약 그랬다면 이 책도 나의 애정하는 노래도 없을 것이기에.

새로운 사랑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 사랑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도. 정말이지 무조건적인 사랑은 사람을 벅차게 한다. 무엇보다, 글 속 표현이 시적일 때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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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지음 / 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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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라는
시적인 제목은, 실은 시인님의 시 제목과 같다.
(한 글자차이지만.)
낭독회에서 시인님은
사람마다 보폭이나 걷는 속도는 다르지만
두 다리로 한걸음씩 걷는 것은 모두 같다고 하셨다.
걷고 걷다보면 두 다리의 기계적인 움직임만 남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을 좋아하신다며.

걷다보면 머릿속의 상념이 비워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이 온다.
아마 그런 점에서 산책을 좋아하시는 건 아닌지 짐작해보았다.

제목에서처럼 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 가고있다.
하지만 도착지는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당신이 한 걸음씩 걸어서 가고 싶은 '거기'는 어디인가.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좀 아찔해진다.
우리 모두 바쁘게 살고 있으나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고 있지 않은지.

시인님은 시를 잘 쓰고 싶다면 산책을 하라하셨다.
다니는 동안 보는 것이 마음속에 원형으로 남는다며.
이 책은 그런 산책과 닮았다.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고
상념들도 하나둘씩 비워지는.
마음에 특별한 의미들이 새겨지는.

힘든 파도에 부딪혔을 때
몇몇 작가님들을 만난다.
책을 읽는 것이지만
그 글엔 작가님이 조금씩 담겨있어,
가끔은 면대면으로 도닥거려 주시는 것 같다.
시인님의 따뜻하면서 때론 명쾌한 이야기는
힘들다고 찡찡대다가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게 한다.

마치 소설속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세상에 대해 알고 있으나
그것을 아주 편하고 정감있게 말해주는
그런 어른을 만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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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끝내는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 1.2급
역시연구회 엮음 / 지식통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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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급 합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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