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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작가의 말[마지막 페이지]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당신도 보았느냐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지만
그것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 수 없어
한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 중 하나 였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나서 잠시 싸늘한 기분이 밀려와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엔 늘 어른을 동경했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빛이라는 꿈보다는 빚이라는 현실이였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보며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마음이 좁아지고 관계가 한정되었던 내 자신이 보였다. 어쩌면 작가는 욕망이 짙어진 현대의 사회의 썩은 부위를 더욱 날을 세운 작품으로 파고들려는 것은 아닌지.. 물음이 이어졌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세대에 대해서 어떤 시선과 관심을 주어야하는지 잠시 반성을 하게되었다. 책표지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리고 책을 몇일 책상위에 두었다.
작품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몇 일뒤 팟 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어가봤다. 35,36화에서 비행운을 다루고 있었다. 김애란 작가님은 목소리에서 부터 선한 이미지가 들려왔다. 작가님께서는 팟캐스트를 마치며 녹화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끔 어떤 말들을 하고 나면... 말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서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요.. '서있는 자리가 아니라 가고 싶은 자리에 대해서 얘기했다.'라고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16년에 발매된 문문의 <비행운>이라는 노래가 역주행하며 아직까지 상위차트에 머물고 있다. 그의 노래가사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표절 시비로 논쟁이 일었다. 이후 출판사에 연락해 상황 설명을 하고 앨범 소개에 '소설 비행운의 일부를 인용했다'고 표기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말씀 못 드린 것은 죄송하지만 김애란 선생님도 응원한다고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가고싶은자리로 걸어가시는 작가님이 보였다. 작가의 말에서 적으셨듯 '한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