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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항’이란 장소를 두고 이런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다니 재밌고 좀 놀랍다. ^^

곧 서른 살이 되는 여행사 직원 엔도(‘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나리타공항에서 근무한지 3개월째다. 6년간 사귄 애인과도 헤어지고. 공항에서 일한다고 하면 화려하고 좋은 것만을 연상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그가 소속된 여행사에서 공항근무란 한직이다.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아포양’. 나름 성깔이 있어 공항에 잘 적응하지는 못하지만 여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본사에서 범한 사소한 잘못을 원만하게 덮어주는 전문가를 아포양이라 부른다는 것이다.(42페이지) 말 그대로 궂은 일 다 하고 몸이 열 개 이상이어야 안심모드로 근무하는 곳이다. 대부분 어느 정도의 경력을 채우고 밀려나는 사람이 오는 곳이라는 근무처인데 아직 서른도(!) 안된 엔도는 구석으로 밀려나듯 젊은 나이에 공항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그곳의 사건사고들은 오늘도 계속된다. 풋~풋~풋~!!!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그곳, 공항. 외관상으로 보이는 그 규모만큼이나 단어에서 풍기는 어감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참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예약해 놓은 여행을 떠나려 하지 않는 노부인, 허락받지 못한 결혼으로 불길한 예감을 우울해하는 신혼부부, 가족여행에서 혼자만 남겨진 소년. 우리의 주인공 엔도는 이들의 모든 사연을 접수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그게 아포양의 임무이자 자세이니까. ^^ 그리고 이어지는 엔도의 활약은 재미있고 떠날 날을 기다리던 엔도가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도 아포양 엔도가 있기에 나리타공항 이상 무!

누군가에는 꿈을 꾸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눈물과 함께 하는 이별을 떠올리게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치면서도 우연과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시 또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많은 장소들이 있다. 공항도 그 중의 한 곳이리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절로 진지해지고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항에서 이런 유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좀 의외다. 단순한 소개 글로 봤을 때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펼쳐들었을 때는 내내 웃음을 지으며 읽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기에 그들만의 사연도 많을 수밖에 없는 곳, 그래서 공감이란 이름으로 더 함께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나 그곳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 여객이 아닌 직원으로 보는 공항이란 세계는 참 많이 달랐다. 살짝(정말 살짝이야.) 반성한다. 가끔 맘에 안 드는 것들 해결해내라고 고객센터 전화해서 진상 고객 짓을 한 것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의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비슷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서 다행이었다. 재미와 감동이 충분했던 이야기들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하늘로 날아오른 무거운 금속 덩어리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와 무사히 여기에 내려앉는다. 테크놀로지와는 인연이 먼 문과계인 나에게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일이다. 사람이 만들어내 기적, 예술과도 같은 장치. 공항은 그 예술의 일부다. 그리고 예술은 우연히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노란색 회전등을 단 몇 대의 차가 유도로를 오가며 점검 작업을 벌인다. 매일 반복되는 저런 끊임없는 노력이 이 예술을 완성시킨다. 그것이 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다.(168페이지)

작가의 이력이 재미있다. 여행사에 근무하던 작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3년 후에 글을 가지고 나타난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는 자신의 이력을 충분히 살린 『공항의 품격』으로 공항 그곳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들려주는 듯하다. 그 후속작인 『연애의 품격』도 곧 나온다니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아, 원래의 제목은 『아포양』이라던데 지금의 제목도 참 잘 어울리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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