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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 꿈을 꾸다보면 현실에서 그대로 같은 일이 생길때가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있었을 듯한?...그게 꿈이든 아니면 기억 속의 어떤 일이든...영화나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그럴때마다 내뱉는 말도 정해져 있다. "어떻게 이런일이 생길 수 있지?"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감히 저런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보다 더 나이를 드신 분께는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겠다. '니가 살면 얼마나 살았냐?' 하고...^^ ) 

이 책에 담긴 4편의 단편은 그렇게 있을수도 있고 상상할 수도 있을듯한 이야기다. 이십대의 청춘들이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일과, 한발 내민 그곳이 이곳과의 경계가 되어 몽환적인 세계로 이끌기도 하고,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신과 너무 겹쳐 보여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위로해야 할 사람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받기도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가로막혀 있는 듯 하다가도 가끔은 저절로 그 막이 옅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작가는 그렇게 그려낸 것 같다. 현실에서의 문제나 감정들을, 그 미스터리한 세계로 이끌면서 저절로 해답을 찾게 해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Yesterdays> 에서는 무언가로 잔뜩 틀어져 아버지와 1년 동안이나 연락 없이 지내던 아들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옛사랑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사라진 사랑을 찾아다니면서 아버지의 인생을 알게 된다. 고등학생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Fine Days>.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세계를 넘나들면서, 저주라고 불리우는 상황들을 넘어가면서 또 다른 청춘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간절한 갈망이 그대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 누가 누구를 보듬어 줄 수 있을리 없다. 때로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한발 나서 보듬어야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게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편한 잠을 이루게 하는 장소가 될테니까...<Shade> 어둠으로부터 한 여자를 구해내고 싶었던 한 장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실 속의 또 다른 남자의 사랑을 그대로 덮어버린 이야기. 

때로 현실은 그냥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과거가 연결되지 않은 현실은 없는 듯 하다. 지금 흔들리는 것도, 혹은 아픈 것도 어느 순간 들여다보면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과거가 존재했다는 것, 하지만 또한 그 과거가 사라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것이 아픔과 힘겨움을 준다면 그러한 과거는 잘라낼 수도 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뭔가 대단한 모순이 담겨 있는 듯 하지만, 빛도 어둠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면, 어둠을 만드는 그 과거 역시 우리가 만들어냈고 잘라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둠을 주변에 세워두고 살면서 동시에 그 어둠 이면의 세계를 기대하면서 사는 것과 같은 것. 그 어둠을 이겨내고 싶은 '나'와 그 어둠을 두려워하는 '나'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마음의 상처와 기억에서 가져오는 것들일 것이다. 두려움이나 어둠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는, 이 작품 속의 그들, 청춘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그저 선택만 하는 한순간이 남아있을 뿐이다. 더이상의 두려움도 어둠도 필요없는... 

무슨 이야기인가 분명 들려주는 것일텐데, 그러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나 판타지로 들려주고 있다. 지금을 이겨낼 수 있고 어두움에 발 담그지 않게 해주려는 그것은 어쩌면 이야기 그대로 판타지일 수도 있으나, 그걸 듣고 썩 괜찮은 청춘으로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는 건 우리의 몫이고 의무이니까...작가는 조금 더 의미있고 현실에서는 없을 듯 하면서도 가능하게 만드는 시선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꿈이라는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처음 만난 작가인데, 판타지를 어려워하는 내게 조금은 쉽게 다가가게 한다. 더군다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를 고민을 그 이야기에 담아 풀어주려 애쓴 것 같아서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에도 앞으로도 흔들리고 어려워할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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