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유기체와 같아서 그 실체를 알기가 요원하다. 단순한 기록이 아닌 시대가 가지고 있던 정황과 구조 그리고 세계관을 읽는 방식에 따라, 혹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일본.

군국주의, 제국주의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이웃나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제강점시기라는 아픈 역사 때문일거다. 사죄도 반성도 없는 일본에 대한 감정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은 어째서 반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들을 피해자처럼 여기게 되었을까. 어째서 자신들을 아시아의 맹주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단순히 민족감정이거나 선민의식이 아닌 그들만의 무엇의 정체는 뭘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시대의 오래전 지도, 좁디좁은 세계관과 주변국에 대한 이해밖에 없었던 지도를 보면 일본은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조선도.

그 강대한 나라였던 중국, 청나라는 어떻게 일본과 전쟁을 치르게 되었고, 러시아는? 식민지 시대의 막을 연 1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은? 만주사변과 태평양전쟁에서의 일본은? 그 많은 전쟁을 치르고도 여전히 군사력을 키우고 즉시 출동태세를 갖추는 일본. 어째서일까?

 

이 책은 '가토 요코'가 2007년 5일간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스무명 남짓의 인원과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진 내용이다. 사실 어리다면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강의이니만큼 깊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안겠구나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 내용들을 학생들이 다 이해했을까? 싶을만큼 강의의 내용은 밀도있고 전문적이었으며 때때로 강력한 비판을 동반하기도 했다.

굵직한, 세계정세의 판도를 바꾸거나 영향을 준 다섯가지의 전쟁을 치른 일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았을 전쟁들이었다. 6.25 전쟁을 치르고 피폐해진 삶을 다시 추스르는데 걸렸던 시간을 따져본다면 청일전쟁의 발발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겨우 50여년의 시간동안 저들이 치른 전쟁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국의 영토에서 치른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그들이 받았을 내상(內傷) 또한 간단치 않았을것임에도 다시 전쟁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지금의 세대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

책을 읽으며 어떤 선입견으로 읽어나가면 이 책을 일본의 변명처럼도 읽히겠구나 싶은 걱정도 있었다. 어차피 판단은 독자의 몫이니 그리 읽히는 것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서구 열강의 침략이 본격화 되던 시기. 제너럴 셔면 호가 출현하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가 잇달아 터지던 때. 격동의 시기에 운요호 사건과 그것으로부터 본격화되던 근대사 속의 일본. (임진왜란은 좀 밀어두더라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기까지 개혁과 보수의 대립은 첨예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정을 간섭하던 일본의 이야기는 시험준비를 위해서라도 딸딸 외워야했다. 동학혁명이 일어나고 청에 원군을 요청하고, 텐진조약에 의해 일본의 출병도 이루어지고 조선에 대한 청의 지배를 약화할 목적으로 '조선은 자주국'이라 했던 자신들의 주장을 뒤엎고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과 급기야 나라의 국모까지 시해했던 그 시기. 청일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그로부터 50년간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이야기. 일본 국내의 정세와 국민정서, 급변하는 주변국과 강대국의 입김에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 그 과정 속에서 자신들이 전쟁에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그들의 판단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를 낱낱히 읽어낼 수 있다. 무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까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 전쟁이라는 것은 몇장의 사진이나 피해자들의 증언, 각색된 영화나 논픽션 소설, 르포등으로 접하게 되다보니 전쟁은 파괴되고 죽어가고 사람들이 유린되는 장면들로 떠오르곤 했다. 전쟁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님을 승전과 패전의 결과가 막연히 수탈과 복종의 관계설정만은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 한 나라의 체제를 바꾸는 일. 그것은 참으로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평등조약들.

일본 역시 1858년 미일수호통상조약이라는 것을 체결했었다.

이 조약은 '가나가와. 나가사키, 니가타, 효고의 개항' '통상의 자유' '개항장에 거류지를 설치해 일반 외국인을 거주하게 함' ' 일본에 쳬류하는 자국민에 대한 영사재판권(치외법권)',' 일본은 관세율을 정할 수 없음(관세자주권 박탈)'을 골자로 한다.

이런 내용의 조약을 네덜란드,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도 체결했다고 한다.

어딘가 낯익지 않은가?

1876년 강화도 조약과 닮았다. 너무나도 많이..

부산,원산, 인천 개항. 치외법권 인정, 조선 연안 측량, 일본화폐의 통용과 무관세 무역 인정..

 

분절되어 알고 있는 근현대사 속의 전쟁과 그 속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한다.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참전과 반전의 입장 속에서 수없이 작용하는 이익 계산. 전쟁을 통해 자극되는 국민들의 정치력. 이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전쟁은 말 그대로 용광로처럼 뜨거운 격전의 시간임에 분명하다. 적국과의 전투 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외교전, 국내의 민심과 보상에 대한 계획까지 동시에 촉발되는 것이다. 나라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위한 전략과 전술이 있겠지만 근현대사를 넘어오면서 일본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전쟁'이었던 것이다.

책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전쟁을 선택하고 그것을 이어올 수 밖에 없었던 일본의 민낯을 보여준다.

 

계속 반문하며 읽어야 했다.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은 왜? 어째서 이렇게까지?

 

전쟁은 답이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답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것이 역사적으로 한 나라의 발전이거나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미 벌어졌던 역사 속의 전쟁들은 그렇다 치고, 이후로 전쟁이 대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

 

일본의 전쟁으로 점철된 근현대사를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라는 말이 쓰인 배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로 자꾸 읽힌 탓이다. 아마 놓친부분이 있거나 오독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맥락으로 전쟁을 정리해 낸, 그 속에 흐르던 전쟁의 본질을 감정적인 이해가 아닌 이성적인 이해가 가능했던 것은 큰 성과라 하겠다.

잘 모르는 일본 정치가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낯설기도 하고 잘 읽히지도 않았지만 가까운 시간대로 넘어오며 낯익은 이름들이 등장하자 훨씬 수월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떠나서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금방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것처럼, 혹은 전쟁을 해야만 할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 과연 그게 답인가? 묻고 싶어진다.

머리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육군이든 해군이든 군이라는 조직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련이나 미국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국민 생활 개선을 위한 개혁을 가장 먼저 포기합니다.>

국가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군조직도 없고, 전쟁을 해야한다고 분위기를 조성해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자들을 위정자로 두었다면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여러가지의 생각거리들을 적어두게 한 책이다. 또한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전쟁의 본질, 국민들이 배려되거나 계산되지 않는 전쟁이 현재도 가능하다는 생각, 하지만 전후의 이익협상은 불가능 할거라는 판단. 현재의 전쟁은 아타를 막론하고 공멸할 것이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차분히 읽어볼만 한 책이다.

 

#서해문집 #전쟁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8-02-0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을 비판하려면 일본의 역사, 정치 제도를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를 안하면 일본이 왜 군국주의의 향수를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나타샤 2018-02-04 17:35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책을 읽으며 동안 놓쳤던 부분을 되짚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