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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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당신이 바랐던 내가 아니겠지만, 당신은 여기 나를 느끼고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따뜻하고, 나는 다정하고...."

폴린. 브라이언의 아내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
늘상 똑같은 그녀의 일상. 5살인 케이틀린보다 먼저 깨는 마라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온전하게 혼자인 그 시간을 즐긴다. 휴가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녀만의 시간이란 이런 때였다. 아기가 잠들고, 식구들이 나가면 빨래를 너는 딱 그 시간.
그런 그녀가 연극 출연 제의를 받은 건 어느 남자로부터였다.
제프리. 중간에 나오는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 제프리에 대한 생각이 그녀를 찾아왔지만 사실 그것은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건 오히려 몸의 변화 같은 것이었다. 그녀의 텅 빈 마음 곳곳이 벅차오르며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런 위로는 물이 새듯 삐져나갔고, 그녀는 자신이 뜻밖의 횡재를 놓친 뒤 그런 행운이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구두쇠가 되어버린 기분을 느꼈다.

라고 했다. 제프리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행운같은 것이었을까.
아이들의 엄마로, 브라이언의 아내로 시간을 보내던 폴린은 온전히 자신만을 봐줄 사람,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엄마들이 말하는 '육퇴'의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나만의 시간 말이다.

"나는 그저.... 당신을 내 침대에 눕히고 싶었어요."
제프리와 말을 하고, 연극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제프리를 만나는 순간마다.
제프리는 폴린에게 끌렸던 걸까. 그 끌림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렇게 말하며 제프리는.. 자신을 거절했던 그녀에게 다시 찾아왔다.
그녀가 휴가를 간 그 시간, 당신없이는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면서.

그렇게 시작된 그 둘만의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한번에 결정할 수 있는지.
자신들이 함께할거라는 생각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나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두권이나 더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연애의 기억'의 수전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이렇게 저렇게 쫓아다니기만 했던 것 같다. 결국 어디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여지를 남겨뒀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수전'은 답답하기만 했다.

다른 한권은 '하우스프라우'였다.
주인공 '안나'는 늘 외롭다.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지만. 언어 하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서 그녀는 '누구라도' 만난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좀더... 격정적이었다.

그리고 폴린.
그녀는 담담하기만 하다. 세권 중에 제일 담담한 얘기였다. 잔잔한 물에 던져진 돌이었는데 그녀는 차분하기만 했다. '함께할거라는' 그의 한마디에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 후의 이야기는.. 그녀는 또 담담하게 아이들을 만났다는 거였다.

분명 감정의 변화를 보였을텐데.. 내게는 담담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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