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수 씨는 말했다. 적어도 여기에선 오래전에 정착된 것을 제멋대로 바꾸려고 하거나 지적해선 안 된다고. 여기가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무언가를 입맛대로 바꿀 생각을 하면 더작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가 바뀌게 된다고. 없어지게 된다고. 그러니 너도 조심하라고. 그때 두수 씨의 표정은 단호하지도 무서워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슬퍼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두수 씨의 표정은 늘 약간씩 슬퍼 보였고 그때의 슬픈 표정도 아마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보였던 거라고 양우는 생각했다.
지금도 그랬다. 양우를 보지 않고 푸르게 밝아지는 먼 곳만 바라보는 두수 씨의 얼굴은 슬픈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기사가 요란하게 가래를 뱉으면서 버스에 올랐다. 어느새 반장은 작업장 밖까지 나와 양우를 부르고 있었다. 그 소리에 먼 곳을 바라보던 두수 씨가 정신을 차리고 양우에게 손짓했다. 가, 들어가 -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