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각보다 길고,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
왜냐하면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까.
서른 해 남짓 살았을 뿐인데 지금 산 것만큼을 또 살고, 어쩌면 또다시 그만큼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게 두려운 건 내가 젊기 때문일 텐데, 나는 내가 젊다는 걸 아는 동시에 키오스크 앞에 황망하게 서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브레이크 대신 액셀 페달을 밟아버린 누군가의 살 떨리는 공포를 마치 내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아픈 날에는 연고를 삼키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우리 딸 엄마가 특제 코코아 차를 준비해 줄게! 따뜻하고 달콤한 이 차를 마시고 한잠 푹 자면 내일은 속상한 일이 반으로 줄어들 거야. 어쩌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질지도 몰라. 우리 아가 이리 와봐."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범한 삶의 행복을 느낄 때쯤이면 생을 끝냈다. 아직은 행복할 수 없었다. 시공간을 넘나들어서라도 온 세상을 뒤져 사랑하는 이들을 찾으면 모든 괴로움을 끝내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살았다.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를 만큼 익숙한 쓸쓸함으로 살아왔다. 아니, 익숙하다고 믿었다. 어쩌면 외로움이나 고독이 밀려와도 당연히 받아야 할 형벌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하는 이들을 찾지 못할 줄은 몰랐다. 산다는 일 자체가 농담 같다. 인생은 풀리지 않는 의문투성이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자신에 대한 마법을 풀고 죽기로 결심한 뒤로, 전보다 자주 웃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밥을 먹었고, 바람의 숨결과 냄새를 느끼며 살았다.
살아보니 욕심이 생겼다. 간사한 마음이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꿈꾸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이라 했는데, 이 도시 메리골드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었다.
헌데,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이었던가? 애당초 살고 싶은 삶이 있기는 했었나.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고 소망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잊은 듯 살았다. 잊은 척했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매일 밤 몰려온다.
마음이 저리듯 아프다. 오른손을 천천히 왼쪽 심장으로 가져간다. 심장을 안아주듯 살포시 덮는다. 왼팔을 천천히 올려 오른손을 안아주듯 왼손으로 덮는다. 양손으로 심장을 안는다. 마음에서 동그란 파장이 일며 빨간 꽃잎이 심장에서부터 퍼져나온다. 꽃잎들은 이내 주변을 감싸고, 원 밖에는 꽃잎이 있고, 원 안에는 내가 있다. 눈을 감는다. 목소리들이 음악처럼 들린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