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이렇게 물어보면 할머니는 행복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사람의 도리가 중요한 거라고 대꾸한다.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나는 이모도 할머니도 미워서 집을 나간다. 계속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주워 거기에 생각을 가둬 버린다. 그리고 외갓집 앞에 버린다. 점점 쌓여가는 나의 생각 무덤.
검푸른 빛에 줄무늬가 있고 내 주먹보다 작은 돌멩이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뒀다.
‘할머니 말은 틀렸다. 행복은 중요하다. 모두가 바라는 소중한 것이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 나도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길쭉해서 무기처럼 손에 쥐기 좋은 돌멩이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뒀다.
‘행복과 상관없는 사람의 도리는 이상하다.’
굵고 짧고 거칠한 나뭇가지에는 이런 생각을 가뒀다.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불행하다고 말하기는 정말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