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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ㅣ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실이 저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에, 새로운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p15
네거티브 퀸이란 단어가 저를 멈칫거리게 만들었어요. 중학생, 우리 딸이 전형적인 네거티브 퀸이거든요. 매일 매일 고민이 깊었답니다. ‘엄마는 괜찮은데 애는 왜 저러지’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사실 저도 마음속은 언제나 전쟁 중이랍니다. 세심하고 소심하고 민감한 성격을 타고난 제가 겉이라도 멀쩡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고군분투해왔는지 몰라요.
티가 안 나는 이유는 제 성격이 바뀌어서가 아닙니다. 애를 써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슬프고 화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게다가 나이가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참아야 한다, 견뎌야 한다’라고 이론적으로 받아들이며 제 감정을 억누를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미 경험했거든요. 어떤 일들은 참아야 한다는 것을요. 또 어떤 일들은 절대로 참으면 안 된다는 것도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있었답니다. 인격수양이 덜 되었나 싶어 자책하기도 했어요. 이런 저에게 『이대로 괜찮습니다』는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어요. 받자 말자 뭐가 끌어당기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어버렸거든요. 주인공이 상담실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말이죠. 운명인거죠.
최근에 부쩍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 책이, 마음을 다독이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사람마다 심리학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이론서를 들고 끙끙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 가벼운 에세이에 위로받는 사람들,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어떤 방식이든 마음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칭 네거티브 퀸인 만화가 호소카와 텐텐이 출판사의 추천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를 만나게 됩니다. 히로코는 대인관계치료분야의 전문가입니다. 마음의 병이 대인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대인관계를 통해 치료된다는 이론입니다.
다른 책을 통해 대인관계치료를 이미 접해 본 적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이론서가 그러하듯 굉장히 쉬운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설명하고 있어서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았어요. 이번 책은 주 저자가 만화가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읽혀졌어요. ‘이론은 이론일 뿐 실천은 어렵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고요. (스토리는 만화로 이론은 페이지를 구분해서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딸도, 친구에게도 쉽게 권할 수 있었답니다.
작고 얇은 책이고 마음에 와 닿기도 해서 당장 서평을 쓰고 싶었어요.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짧게 정리해서 전하려니까 쉽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러려면 책을 들이미는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일단 주 흐름은 알려드릴게요.
고민편, 해결편, 성장편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고민편과 성장편은 술술 읽고 해결편에서는 자주 멈췄어요.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많았거든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멈추는 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40대에 막 접어든 저에게는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 많았어요. 성장편에 “어떤 사람이든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동을 부정당했다고 자신을 부정당한 것은 아니다” 는 이미 우리 딸에게도 자주 해왔던 말들이었거든요. (믿을 만한 해결책이라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지요.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 덜 힘들게 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난 왜 이 모양이지”를 달고 사는 당신에게 권합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