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수묵 일러스트 수업 - 아름다운 계절과 나를 담아 그리다
김희영 지음 / 성안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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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는 일이 많다보면 가끔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엇인가를 만들때도 있다. 얼마 전 캘리그래피를 배웠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작품에 만족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캘리그래피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단한 수채 일러스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자에서 그림으로 넘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글자보다 그림은 조금 더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애니메이션 그리기에 푹 빠져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이라는 우리 딸을 위해 참고도서를 많이 사주었다. 어느 순간 그 책을 펼쳐놓고 따라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럴 때 우연히 나에게 찾아온 책이 있다. 김희영 작가의 「감성 수묵일러스트 수업」이다.


붓으로 하는 캘리그래피와 수묵일러스트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책을 보자 말자 아들이 다가와서 말했다.

"엄마 나 어린이날 편지 이 그림 그려서 해줘."

엄마가 뭐든 잘 하는 줄 아는 순진한 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이기로 했다. 아들이 친절하게 그림까지 골라준다.

"선인장, 파인애플, 수국 그려주세요."

당장 협상에 들어가야 했다. 빠듯한 날짜에 다 그려줄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수국부터 그래줄게. 선인장이랑  파인애플은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아."

친절한 아들은 편지 내용도 정해준다.

"태윤아. 정말 정말 사랑해. 이렇게 써주세요."

초보자는 설명을 잘 봐야 하니까. 책을 꼼꼼하게 읽어서 준비물을 챙겼다. 연습용 터치도 부지런히 해본다. 마지막으로 수국에 시선을 고정했다.


설명이 정말 친절하다. 초보자의 첫 작품을 완성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인들 밖에 없기 때문에 첫 작품도 용감하게 올릴 수 있었다.

https://www.instagram.com/p/BiMrzNchkKY/?taken-by=eunnysunny


여기에 아들의 주문대로 캘리를 써 넣었다.

다음에 더 열심히 연습해서 더 이쁜 작품 선물해 줘야 겠다. 당분간 이 책은 딸 책상으로 갈 것 같지만~
(벌써 눈으로 찜 해둔 듯 보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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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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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푸른달 샘터

 

온 세상이 푸르다.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날씨에도 운동화 끈 동여매고, 마스크 쓰고 자꾸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이유이다. 이번 달 샘터도 푸릇푸릇 했다. 그래서인지 바쁜 일상에도 자꾸 책을 들춰보게 되었다.

 

샘터는 나의 지적 산책코스 중 하나이다. 학창시절 가끔 하던 종점여행 같기도 하다. 목적지가 없어서 모든 순간 즐거운. 고귀한 말들의 정류소에서 출발해서 종점인 어른과 아이에 다다르면 마음이 가벼워져서 무거운 자식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특히 이번호에는 샘터상 수상작이 발표되어 있었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샘터상에 어떤 작품이 선택되었을지 관심이 갔다.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통점을 관통하여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지 궁금했다.

 

빌뱅이 언덕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발자국에 발을 포개보는 것도 좋았다. 빈 방에 놓은 선생님의 흑백사진을 보며 뭉클해졌다. 나눌 것이 없어서 제대로 나눌 수 없다는 핑계를 늘어놓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번 달에도 좋은 여행이었다. 다음 달 샘터도 기다려진다. 어떤 노선의 버스가 준비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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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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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삼대가 나란히 등을 미는 장면에 자꾸 눈이 간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순서로 앉아 있다. 부모님 세대에게 몸으로 전하는 감사인사로 느껴진다. 만약 역순이었다면 다른 그림이 되었을 것 같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으니 힘내라고 토닥토닥 격려하는 느낌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김성구는 197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오는 잡지 샘터의 발행인이다. 샘터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행복과 기적을 발견해왔다. 저자의 시선은 화려한 무대 위 보다는 무대 뒤편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책을 읽다가 바로 고개를 들면 일상에서 흩날리고 있는 행복의 파편을 수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중간, 중간 형광펜 자국을 많이 남겼다. 담담하게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구절이 많았다. 굳이 하나를 소개해야 한다면, 이 구절을 고르고 싶다.

 

아무리 훌륭한 분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그분이 걸었던 그 발자국 그대로 따라 살고 싶어도 결국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는 나만의 발자국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게 내 삶이고 내 운명이 아닐까요.” p93

 

요즘 발자국이라고 할 것 없는 내 삶을 돌아보고 있다. 갈지자로 휘청거리지는 발자국이 어떤 그림이 될지 기대해보고 싶다. 어쨌든 발자국은 남는 거니까.

 

작은 소제목 아래 짧은 칼럼들로 이루어진 책이라서 가방이나 차, 책상 한편에 두었다가 생각날 때 한 편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행복지수가 1은 올라가지 않을까.

 

http://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453262&memberNo=1256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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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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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실이 저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에, 새로운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p15

 

네거티브 퀸이란 단어가 저를 멈칫거리게 만들었어요. 중학생, 우리 딸이 전형적인 네거티브 퀸이거든요. 매일 매일 고민이 깊었답니다. ‘엄마는 괜찮은데 애는 왜 저러지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사실 저도 마음속은 언제나 전쟁 중이랍니다. 세심하고 소심하고 민감한 성격을 타고난 제가 겉이라도 멀쩡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고군분투해왔는지 몰라요.

 

티가 안 나는 이유는 제 성격이 바뀌어서가 아닙니다. 애를 써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슬프고 화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게다가 나이가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참아야 한다, 견뎌야 한다라고 이론적으로 받아들이며 제 감정을 억누를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미 경험했거든요. 어떤 일들은 참아야 한다는 것을요. 또 어떤 일들은 절대로 참으면 안 된다는 것도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있었답니다. 인격수양이 덜 되었나 싶어 자책하기도 했어요. 이런 저에게 이대로 괜찮습니다는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어요. 받자 말자 뭐가 끌어당기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어버렸거든요. 주인공이 상담실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말이죠. 운명인거죠.

      

 

최근에 부쩍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 분야 책이, 마음을 다독이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사람마다 심리학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이론서를 들고 끙끙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 가벼운 에세이에 위로받는 사람들,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어떤 방식이든 마음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칭 네거티브 퀸인 만화가 호소카와 텐텐이 출판사의 추천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를 만나게 됩니다. 히로코는 대인관계치료분야의 전문가입니다. 마음의 병이 대인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대인관계를 통해 치료된다는 이론입니다.

 

다른 책을 통해 대인관계치료를 이미 접해 본 적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이론서가 그러하듯 굉장히 쉬운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설명하고 있어서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았어요. 이번 책은 주 저자가 만화가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읽혀졌어요. ‘이론은 이론일 뿐 실천은 어렵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고요. (스토리는 만화로 이론은 페이지를 구분해서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딸도, 친구에게도 쉽게 권할 수 있었답니다.

 

작고 얇은 책이고 마음에 와 닿기도 해서 당장 서평을 쓰고 싶었어요.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짧게 정리해서 전하려니까 쉽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러려면 책을 들이미는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일단 주 흐름은 알려드릴게요.

 

고민편, 해결편, 성장편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고민편과 성장편은 술술 읽고 해결편에서는 자주 멈췄어요.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많았거든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멈추는 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40대에 막 접어든 저에게는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 많았어요. 성장편에 어떤 사람이든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동을 부정당했다고 자신을 부정당한 것은 아니다는 이미 우리 딸에게도 자주 해왔던 말들이었거든요. (믿을 만한 해결책이라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지요.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 덜 힘들게 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난 왜 이 모양이지를 달고 사는 당신에게 권합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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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이, 마흔 - 이제는 나 자신을 찾아갈 때
강선영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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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준비 없이 마흔을 맞이했다.


『흔들리는 나이, 마흔』을 읽고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7살 둘째가 학교에 가고 나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몇 년간 밤잠을 설쳤다. 또래 엄마들이라면 다 기웃거려보는 자격증 과정, 문화센터 강의, 도서관 교양강좌까지 자투리 시간도 알뜰하게 아껴가며 제 2의 도약기를 꿈꾸어 보았지만 선명한 미래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7살이 되는 14년의 시간동안 내 시간은 아이의 일정과 맞물려 있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성취도를 비교하자면 비참한 기분까지 들었다. 모든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채 세월에 묻혀버릴 내 존재를 상상하면 끔찍하기만 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지나간 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세상에 설 수 있을지.


그럼에도 나는 아직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늘 조바심이 났고 늘 힘들었다.

띠지에 선명하게 새겨진 글귀들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마흔을 건너는 당신,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마흔은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가 아니라,

출렁이는 삶의 다리 한가운데를 건너는 시기다.


 

마음이 늘 편치 않아서일까. 그동안 심리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30대 때는 김혜남 박사님의 책을 읽고 펑펑 울기도 했다. 정여울 작가의 책도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식상할 것 같은 심리학책들이지만 그 책들 덕분에 정신건강 챙겨가며 살고 있다. 삶의 주기율표가 마이너스로 향할 때 만난 심리학책들은 큰 힘이 된다.

『흔들리는 나이, 마흔』이 딱 그랬다.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썼는데 아직 난 그냥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1’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터지기 전의 꽃봉오리처럼 속이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시기를 잘 맞춰 터지면 찬사를 받지만 시기가 맞지 않으면 돌연변이 취급당하기 쉬운 꽃봉오리 말이다. 시기를 기다리다 지치기 일보 전에 이 책을 만났다. 그런 나에게 좀 흔들리고 헤매도 괜찮다고 말해주니 위안이 되었다.

“중년이라는 미래를 향해 달려온 소년, 소녀들은 허겁지겁 나이를 먹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또 서둘러 어디론가 가려고만 한다.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초조해한다. 그저 있지 못하고 또 초조해할 먼 미래의 내가 되려고 발버둥친다. 행복은 ‘잠깐 여기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p204)


아이의 시간에 맞추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는, 현재의 나를 꼭 껴안아주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더불어 이 책에 각 장 끝에는 마흔을 잘 보내기 위한 팁들이 소개되어있다. 차근차근 밑줄을 그으며 적어가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독이 되는 편견의 말들 지우기’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넌 너무 여려, 난 A형이라 소심해, 넌 고집이 세, 넌 너무 내성적이라 큰일이야, 난 다혈질이라 욱하는 거야,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 넌 너무 착해, 넌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이런 말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과 이웃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요즈음 맞춤 서비스가 대세다. 획일화에 식상한 현대인들을 위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사십대를 통과하거나 앞두고 있다면 거침없이 이 책을 넘겨보면 된다. 당신을 위한 맞춤심리학자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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