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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 윤대녕
'피에로'가 아니라 '피에로들'이라고 읽었다. 요즘은 한국사람이 썼다고 한국이름을 주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피에로'가 옳은 표기이지만 '삐에로'가 더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나는 윤대녕을 모른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마련한 소개글과 작가를 기다려왔다는 독자분들의 글을 보고 나니... 나 역시 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좋은 느낌.
수년 전부터 나는 도시 난민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비롯해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실제적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타인과의 유대가 붕괴되면서 심각하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존재들이다. 나는 이 훼손된 존재들을 통해 새로운 유사 가족의 형태와 그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이는 삶의 생태 복원이라는 나의 문학적 지향과도 맞물리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 마디)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 셔우드 앤더슨
윤대녕의 소설과 느낌이 비슷한 표지.
미국 현대 단편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더슨의 대표작이다. 20세기 미국 문학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라 한다.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포크너에 따르면 "우리 세대 미국작가들과 후계자들이 이어갈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라 한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아모스 오즈 또한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로부터 받은 깊은 영향을 고백한 적이 있다. 산업화가 시작한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 모신 하마드
민음 모던 클래식 중 하나인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내려놓은 적이 있다. 이 작품에 끌리는 것 이상으로 밀어내고픈 마음이 들어서였다. 부담스러우니까. 그럼에도 이 신간 소개-자기계발서의 형식을 차용하여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2인칭으로 쏟아낸다-는 피할 수 없었다. 2013년에 출간된 이 소설이 이제서야 번역되었다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바람의 안쪽 / 밀로라드 파비치
《하자르 사전》을 쓴 파비치의 작품.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전설과 베오그라드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헤로와 레안드로스로 구성된 두 개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헤로의 이야기는 20세기 초 베오그라드와 프라하를 배경으로, 레안드로스의 이야기는 17세기 남동부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은 신화 속 전설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소설 속 연인들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시대를 달리한 연인이 이 소설 속에서 만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구성으로 실험적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즉 뛰어난 문학적 실험과 동시에 무엇이든 허용되는 대중적 환상을 결합시킨 것이다. (책소개 중 발췌)
브루클린 / 콜럼 토비
《보이 A》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닉 혼비가 각본을 맡은 영화의 원작. 사실 아주 끌리는 작품은 아닌데 주인공 소개가 좀 새로웠기에 관심 목록에 올려보았다. 1950년대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의 아이리시가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민을 가면서 벌어지는 성장 소설.
《브루클린》의 어느 독자가 [아일리시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라는 감상을 밝혔다고 할 정도로,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 아일리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선천적 결단력 결핍증이라도 있는 건지 아일리시가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란 없고,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지도 못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봐야지]를 주문처럼 외우는 아일리시는,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매력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좀처럼 아일리시에게 빠져들기가 어렵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아일리시는 사랑스러운 동생이나 친구처럼 느껴진다. 무도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자신을 창피해하고, 하숙집 사람들과 서로를 의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일리시의 아주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집요한 시선 덕분이다. 담백한 문장으로 짚어 나가는 소녀의 내면은 남성 작가가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명확하다. (책소개 중 발췌)
일곱 번째 사람 / 아틸라 요제프
충분하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요제프의 시집 《일곱 번째 사람》의 개정증보판에는 심보선 시인의 서문과 함께 20여편의 시가 추가되고 편집이 새로워졌다. 구판과 마찬가지로 반 고흐의 작품들이 표지로 선정되었으며, 더욱 감성적이고 애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쉼보르스카의 유고 시집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시집 《여기》와 사후에 출간된 《충분하다》를 엮은 책이다. 시인 스스로 '충분하다'라고 이름붙였다고 한다. 폴란드 언론들은 이를 '유고 시집' 이 아니라 '신간 시집'이라 보도함으로써 작가의 떠남을 애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