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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 은퇴,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안정훈 지음 / 라온북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관련 책을 많이 읽는데,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729 일간'이라는 부분이었다.
1년 = 365 일 *2 = 730 일.
729 일이라면 하루가 모자란 2년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하며 쓴 책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가장 긴 여행기인 것 같다.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2년의 장기 여행을 65세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 그것도 혼자서
어떻게 여행을 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책을 읽어보니 한 번의 여행은 아니고,
2017년 4월 26일 ~ 2018년 12월 12일 : 627 의 세계 일주
2018년 12월 귀국 후, 2019년 2월부터 102일간 필리핀을 여행
이 두 번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었다.
저자는 처음부터 2년 동안 여행을 할 거라고 계획을 하고 떠난 것은 아니었다.
동창들과 중국 여행을 하기로 하고 회사에 휴가를 냈지만,
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해 여행은 미뤄졌고,
이미 낸 3주간의 휴가를 반납하는 대신 혼자서라도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떠오른 곳은, 감명 깊게 본 영화 '닥터 지바고'의 무대인 시베리아였다.
그러나 3주간 계획했던 시베리아 여행은 2주 만에 끝이 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여 핀란드로 가서 인접한 북유럽 4개 국을 여행하고,
발트 3국과 발칸반도 국가들을 돌아보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신 회사에 사표를 냈고 계획에 없던 긴 여행이 시작된다.
아래 지도는
아시아-> 유럽-)아프리카-> 아메리카->호주->아시아로 이어지는 세계 일주 루트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유럽 배낭여행,
자유여행이다 보니 대부분의 배낭여행객들은 미리 루트를 짜고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상당히 긴 시간 여행 준비를 하는데 비해,
저자는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라, 여행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고,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느끼는 설렘과 즐거움도 여행 못지않게 소중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여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였는지 여러 에피소드 중 크고 작은 실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벌어진 일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모두가 한 번쯤 꿈 꾸는 세계 일주,
하지만 실제 여행은 낭만적이고 즐거운 시간만으로 가득 채워지지는 않았다.
여행 초반, 발칸반도 여행 중에는 객창감(나그네가 느끼는 쓸쓸한 정서 혹은 여행하면서 느끼는 낯선 감정이나 집에 대한 그리움"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하지만 곧 진짜 여행은 객창감을 친구 삼아 다닐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는걸,
스페인 여행에서는 기대하고 가면 실망스럽고, 기대하지 않고 가면 만족스럽다는 법칙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많이 공부한 만큼 만족이 큰 것 같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스페인 여행을 하던 중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한국으로 보냈다.
나도 여행할 때 DSLR에 부대 장비까지 무겁게 들고 다니기 때문에
그 무게가 어떤 건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 이후 가벼워진 어깨 덕분에 한걸음 한 걸음이 가벼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순례를 마친 사람들을 직접 보고 나서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이 밑거름이 되어 4,500m 히말라야 등반을 성공한다.
모로코 여행이 끝나고,
저렴하게 나온 쿠바행 티켓 덕분에 쿠바로 향한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탑승권을 발급받지 못 할 위기도 찾아오지만 우여곡절 끝에 티켓을 끊어 쿠바로 향한다.
쿠바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직전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재발급 받기 위해 한 달을 더 머물며,
쿠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보너스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긍정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밤에 택시를 탔는데
목적지가 아닌 폐가 같은 곳으로 납치(?) 당할 뻔하기도 하고,
멕시코에서는 새벽에 질 나쁜 청년들과 시비가 붙어 휴대폰을 뺏기고
몸싸움이 붙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영화 꾸뻬 씨의 행복여행에서도 여러 번 위험한 고비를 넘긴 장면이 생각났다.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혼자서 떠났기 때문에 여행 도중 외국인과 함께 여행하기도 하고
한국인들과 어울려 함께 다니기도 한다.
동년배 여행자를 만나 3개월간 동행하기도 하고,
젊은이들 7명이 무지개팀을 만들어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이, 직업을 떠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기 힘들다.
이 또한 여행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책에 여행 중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소개되는데
언제 어디에 갔는지,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메모를 해두지 않고 기억에 의존하며 책을 썼다고 한다.
기억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미리 잘 기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멕시코에서는 두 달간 머물며,
산책, 스페인어 공부, 독서, 거리공연 보기 등의 단순한 일정을 소화한다.
남미 여행을 위해 스페인어를 배우는 열정은 나이를 잊게 해주었다.
여행 후반부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따님들의 도움으로 부인과 함께 여행도 한다.
여행 후반부는 아시아 여행이다.
네팔에서는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 3주간 전지훈련을 하고,
마침내 고산병을 이겨내며 마드리 히말라야 오른다.
평생에 가장 잘한 일이며 감동적인 순간이며,
인생이 히말라야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스리랑카 여행 이후 캄보디아로 갈 계획이었으나 티켓 문제로 바로 한국으로 귀구하며 1차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계획 없이 떠난 긴 여행답게,
귀국도 갑자기 하게 되지만
이 여행은 바로 그런 것이 재미인 여행인 것 같다.
이후 이어진
오랜 여행으로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과 글쓰기를 위한 3개월여의 필리핀 여행으로 긴 여행은 끝이 난다.
이 여행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전문 문인이 아니라 문장이 맛깔스럽거나,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여행 다녀 온 지인이 해주는 여행 이야기 듣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행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책도 350 페이지가 넘는 무게감 있는 책으로 나왔다.
긴 시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긴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저자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읽어 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