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 헨리 포드부터 마사 스튜어트까지 현대를 창조한 사람들
전성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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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규정짓자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마치 우리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펼쳐진 매트릭스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이런 매트릭스의 존재를 알고 살아가는 것과 모르고 살다가 허망하게 인생을 종료하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기 계몽을 통해, 자기계발의 덫에 갇혀 점점 차오르는 패배감에 빠지느니, 나 스스로를 인식하고 사물을 보고 파악할 줄 알며, 벌어진 사건의 앞과 뒷면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저자 전성원씨는 본인의 노력 내지, 사회경제적 환경의 기회를 미리 잘 발견하여, 현대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내는 저저가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인물들의 업적과 전기, 밝은 면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 어두운 면을 알려주며, 시대정신에 비추어 그들의 행동이 어떻게 현대사회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주고, 최종 판단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회를 주고 있다.

 

 역사가 시작함에 따라 권력은 문화와 국방력에 의해 주도적으로 넘어갔지만, 결구 현 시대의 지배적인 힘은 소비자본주의를 표방하는 거대 기업들의 금력이 쥐고 있다. 여기에 나온 인물들은, 마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사회에 변혁을 일으킬 존재가 되기를 원했을지는 모르지만, 실상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대다수의 삶을 거리낌 없이 짓밟는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문제는 그들이 죽어서라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죽었고, 아직도 그들이 남긴 겉만 번지르르한 신화에 열광하며, 제 2외의 그들이 되기를 바라고 개인의 영달을 위한 때로는 그 욕심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헨리 포드를 통해, 우리는 높은 생산력과 절대적 기준으로써의 수입이 증가했지만, 스스로의 시간을 포기해야했으며, 애국적 목적으로 발명한 소총이 아직도 지구상의 수많은 목숨을 서로 빼앗아 수 있게 만들었다. 날고 싶은 욕망을 실현 시켜주었던 보잉의 비행기는 또 다른 곳에서 전쟁의 첨단화를 촉진하여, 인간의 존엄함을 위협하고 있고, 유통의 선진화를 이끈 샘 월튼의 탁월한 유통방식은 한편으로는 빈곤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소규모 상권을 침해하여, 경제를 지탱하는 서민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소니의 워크맨은 개인주의를 심화하여 자칫 공동체의 벽을 허물고, 개인의 고립화를 통해 서로간의 장벽을 단단하게 세우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였다. 갤럽은 여론조사의 과학적 기법 개발로 예측의 정확성을 높였으나, 공공의 힘을 무력화 하고 자칫 대다수로 하여금 잘못된 여론조사의 권위에 굴복할 수도 있을 여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대중을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낸 희대의 PR 전문가 이었으며, 이는 기업의 홍보에 이용되어, 기업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대중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인 수용을 요구하였다. 로버트 우드러프는 콜라를 미군에다가 판매하여 애국적 기업의 명성을 얻었으나, 적국인 독일에는 자체 개발한 환타를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는 무조건적인 상업행위를 하였다. 새뮤얼 제머리는 바나나 수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정치권력에 이용하여, 중남미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파괴하였으며, 록펠러 재단은 석유를 팔아 이룬 부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을 파괴했고, 파멸시킨 이미지를 희석하고자, 자선사업을 크게 일으켰다. 뒤폰은 현대 석유화학산업을 발전시켰지만, 군산복합체의 오명을 지우지 못했으며,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자본으로 구속시켰다. 또한, 독자 개발한 화학상품들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월트 디즈니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디즈니 월드의 선구자로 기록되기를 원했지만 사실상, 다양한 문화산업을 뒤에서 조종하는 빅브라더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착취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콘래드 힐튼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으로써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에 욕망을 갖는 소비자와 시장을 잘 이용하여 성장하는 환대산업의 주인이 되었으며, 휴 헤프너 또한 자본주의로 발달하는 성관련 산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암흑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마사 스튜어트는 가사 노동을 예술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의미를 축소화시켰고, 프리츠 하버는 애국이란 이름으로 독가스무기를 발명한 한편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학비료 발명에 일조했다.

 

“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크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가리키는 말로, 다시 말해서 각각의 개인이 지닌 시민적 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서로 고립되어 있다면 이들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개념이다.”

-p175

 

“그러나 오늘날 정치권력의 선전과 정보조작보다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는 오랜 기간 피 흘리며 만들고 지켜온 민주주의가 기업 권력에 의해 위협받는 현실이다. 기업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은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능력과 의지가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상품의 민주화를 누리고 있다.” p238

 

"기업 권력은 과거 비판이론의 근거지이자 생산지 이었다 대학을 장악했고, 지식인을 고용해 기업체 산하의 연구소에서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유포시킨다. 기업이 자본을 대고, 기업이 연구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는 자본이 장악한 언론을 타고 대중에게 전달된다. 대중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이런 지식을 ‘정복당한 지식’이라고 부른다. p239

 

“우리는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점 과일 앞에서 스스로 선택의 자유를 구가하는 자유시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실제로는 유통 자본과 생산 자본이 결정해 공급한 몇 안 되는 소수의 품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수많은 품종이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특별히 가뭄이나 해충에 강하다거나 당도가 높다는 이유 등으로 선택된 품종만이 남는다. 이렇듯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배제된 종자들은 유전적으로 단일해지고, 단일 품종에 의한 대규모 재배 방식은 그 품종에 기생하거나 공생하며 살아가는 하부 생태계를 교란한다.” p288

 

“카네기와 록펠러엣 버핏과 빌 게이츠로 이어지는 부의 사회적 환원 전통은 매우 부러운 현상이자만, 국가가 세금을 통해 사회적 인프라와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대신 부자들의 자선과 기부에 의존하는 사회가 과연 우리 국민이 바라는 국가 공동체의 모습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p331

 

“그러나 오늘날 과학은 대중의 이해관계보다 기업의 이익에 더욱 충실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공공자금의 대학 지원, 공공 영역을 통한 연구비 조달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에 의한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P362

 

“만약 인류가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육류 소비를 즐기는 선진국 시민이 현재의 식습관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이미 구조화된 굶주림은 변할 수 없다. 고에너지를 소비하는 질소비료 남용과 화석연료를 태워야만 작동하는 현대의 산업화된 농업에 대한 경고는 그런 의미에서 과잉 소비되는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해서 미래 세대의 환경을 파괴해야만 가능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가 그 궤를 같이한다." P515

 

 위와 같이 이 책은 우리 현대 사회를 만들어왔던 인물과 사건과 현상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 준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부의 편중을 가져왔고 권력과 힘 또한 돈줄을 장악한 세력이 지배하게 되었다. 순수한 학문은 기업의 돈 아래 굴복하게 되었고, 정부의 규제와 통제마저도 자유로운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비난받았다. 우리가 할 일은 지금부터라도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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