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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시크릿 가든'이란 드라마가 요즘 장안의 화제이다. 유명한 PD와 작가 콤비에 하지원과 현빈이라는 두 톱스타를 앞세운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 중 심심찮이 들려오는 말이 "깨알같다'이다. 드라마 사이사이마다 심어져 있는 유머와 센스는 작가의 능력으로 공치사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하지만 이는 단순히 작가의 특징이나 능력이 아니라 현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반영해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드라마 및 영화, 넓게 나아가 모든 종류의 스토리는 히로인과 헤로인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는 없다. 각종 조연들을 비롯해 틈틈히 깨알같은 이야기들이 감칠맛을 더해줘야한다.
우연찮게 토마토랩소디를 읽던 중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를 신청하게 되며 발견하게 된 내 나름의 공통점이다. 시크릿가든 이야기는 이제 제쳐둔다하더라도 정말 토마토랩소디는 깨알같고 깨알같다. 전지적작가시점의 글은 한국고전문학 위주로 접해본지 오래된 시점이건만 이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가의 독백이 아주 가까운 친구의 농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작가 자신도 말한다.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디 푸치 데 메두치 3세의 집안내력이 주인공 마리와 다비도의 사랑간에 무슨 큰 연관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지도의 위치가 어디인지 시대는 정확히 언제인지 잘 구분도 안가는 토스카나의 시골마을은 눈 앞에 선명히 아주 자세히만 그려진다. 책의 2/3고지가 보이건만 언제즘 마리와 다비도는 손이나 잡아볼까 할 때 등장하는 둘의 키스신의 묘사를 보고 있자면 내 자신이 마리가 된다기보단 소극장 무대 앞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이 너무나 쉽게 그려진다. 마을의 바보 보보가 그리도 잘 다룬다는 시칠리아 인형극이 전체 '토마토랩소디'의 이름으로 눈 앞에서 그려지는 기분이다.
만약 눈 앞에 토스카나의 마을이 그려진다면 영화같은 2차원에 그치겠지만 여기에 '토마토랩소디'는 토마토와 올리브, 소스가 혀 끝으로 느껴지며 입맛을 다시게하는 3차원의 효과마저 주고 있다. 실제로 나는 편식이 심해서 생토마토도, 토마토로 만든 주스도 싫어한다. 올리브의 경우도 어쩌다 피자조각 위에 올려있으면 한 입 먹을까말까 할 뿐이다. 아! 그런데 작가가 그려내는 토마토는 어쩜 그렇게 탱글탱글하고 탐스러워보이는 것인지 내가 마리였더래도 악마의 꾀임에 넘어가 금지된 열매를 먹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2장에서 등장하는 올리브는 어떤지, 마리가 특별히 개발한 비법으로 만들었다는 그 올리브절임 한 번만 맛볼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며칠 전에 올리브탕수육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그 날 올리브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른다. 혀에게 이건 마리의 올리브야,올리브야 라고 최면을 걸면서)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곡을 들어본적은 없지만 한 때 유명했던 휘성의 '사랑은 맛있어'란 노래가 생각난다. 사랑은 맛있다는걸 400페이지에 걸쳐 깨알같이 그려내주는 책 토마토 랩소디. 이제와 리뷰를 쓰기 위해 겉 표지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있자니 얼마나 '센스돋는'표지인지 모르겠다. 탐스러운 토마토 아래로는 논노의 소유지로 추정되는 푸르른 밭과 황금빛 논이 보이고 Tomato와 Rhapsody 사이에는 접시와 나이프,포크가 놓여있다. 왠지 굿 파드레가 보았다면 축복의 기도를 마음껏 베풀어줄 것만같은 표지이다. 독서의 유익 중 하나가 감성을 채워주는 것이라면 여기에 토마토 랩소디는 미각까지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