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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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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발리즘 : 인간이 인육(人肉)을 상징적 식품 또는 상식(常食)으로 먹는 풍습. 

  육식이야기라는 제목에 '아주 음험한 영혼을 지니고'있다는 파리지옥이 그려진 이 책의 겉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처음 생각난 것이 바로 '카니발리즘'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신청한 도서가 아니었기에 전혀 모르던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땐 단편집인지도 몰랐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마 나처럼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책을 펼쳐 들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아무 기대도 없이 해괴한 표지장식에 괴기스러운 제목의 이 책을 펼친 순간 당신은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세계로 가게 될 것이니. 

  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영화 속에 나온 책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보게 되었다. 꽤나 재밌게 봤던 영화들 그리고 나 역시 관심을 가졌던 그 영화들 속 책이 책으로 엮어진걸보니 훑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책에서 소개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영화 속 책들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더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소설 원작의 영화 속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란 책이 나온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문맹이었던 여주인공이 삐뚤비뚤한 글씨로 "A woman with a dog"를 써내려가는 장면을 인상깊게 보며 자연스럽게 그 책을 기억할 것이다. 그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러시아의 대문호 체호프는 짧지만 강렬한 그의 단편소설들로 (나같이 무식한 사람만 몰랐을 정도로) 굉장히 저명한 작가이다. 육식이야기를 읽는 내내 '아, 누구의 소설을 닮았는데 닮았는데'를 되뇌이고 있었는데 책의 중반부를 조금 넘어서 '체호프'라는 이름이 딱 한 번등장한다. 이 단편소설집은 꼭 체호프의 글을 닮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아마 이 작가는 나의 이 한마디를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다시 훑어보며 처음에 읽지 않고 넘어갔던 서문을 살펴보며 생각난 작가가 한 명 더 있다. 박민규의 카스테라. 단순히 단편소설이기에 닮았다하는 것은 아니다. 뭐라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모르게 닮은 그 느낌이 있다.  

 무작위로 외국 이름을 10곳만 말해보라 한다면 그 중에 속하지 않을 확률히 다분히 높은 나라인 벨기에. 프랑스문단에 떠오르는 젊은 작가인 그의 책을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내가 읽고 읽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확실히 단순히 영어식이나 불어식이 아닌 좀 더 복잡한 소설 속 이름들은 집중력을 떨어트리기도 하고 약간 이질감을 느끼게도 한다. 게다가 가끔씩은 작가가 만든 나라가 등장하고 너무나 현실적인 것처럼 계속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집은 한 권의 소설이라 칭해도 그리 비판을 받지 않을만큼 전체를 뚫어내는 무언가가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한 도시가 있다고 할 때 그 도시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는 각각의 CCTV화면이 모자이크를 이루어 하나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얼마전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 말하는 김연수씨의 블로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우연찮게도 (시간이 나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바로 육식이야기가 등록되어있었다.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댓글목록을 눈으로 훑으며 세계 곳곳에서 모두들 열심히 쓰고 있다는걸 느꼈다는 작가님의 댓글을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나의 리뷰에 넣어버리고 싶은 말이지만 세상엔 보는 눈이 많으므로...) 정말로 이 젊은 작가는 열심히 쓰고 있단 생각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의 나오는 일종의 청각적 수신의 다른버전으로 들리는 듯 하다. "아, 이 얘긴 제가 그랬으면 하고 상상해본거구요, 저건 제가 직접 해본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 불알칠구 얘기이고 다음장엔 제 아버지의 일기를 참고한 글이 있습니다." 거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진실이 아닐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 카니발리즘이 인간이 인육을 상징적 식품 혹은 상식으로 먹는 일이라면 '육식이야기'는 당신의 상식을 먹어치운다는 점에서 분명한 육식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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