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달에는 주로 사회과학 분야 신간에 주목해볼까 한다.

이미 다른 분야 쪽은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주시기도 했고,

이번달에 또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달은 어차피 올 한 해를 결산한다는 생각에서,

올 한 해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한 책들을 골라봤다.

 

  1. 파열의 시대

 에릭홉스봄의 유작으로, 1964년부터 2012년 사이에 쓰인 원고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고민이 있다면 한 번 펼쳐볼만하다. 이미 21세기에 접어든지도 1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20세기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현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제도나 관념은 여전히 20세기에 정박해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고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도대체 20세기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단지 20세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역사가 어떤 식으로 중첩되는지를 본다면, 현재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사고할만한 계기가 생기리라 기대해본다.

 

 

  2. 도덕적 불감증: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이 책을 처음 보고는 다른 무엇보다 두 가지에 꽂혔다. '유동적 세계'란 말과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저자. 앞선 책에서 밝혔듯이, 지금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이자 과도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더욱 유동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액체 근대'로 번역된 지그문트 바우만의 개념은, 그런 면에서 더욱 실체로 다가온다. 그 개념 자체가 훌륭하다기보다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뒤늦게나마 개념화하고 이를 통해 다시 인식을 가다듬게 될 수 있게 되었단 점이 더욱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를 바라면서 한층 기대해본다.

 

 

 

  3. 불안의 사회학: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지난 리뷰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미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에 대해 체감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에서도 이러한 불안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볼 때는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던 여러 생각들이, 다른 사회를 볼 때는 좀더 자유로워지고 객관화되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한국과 독일 사회의 사례가 유사하고 때론 어떠한 공통점을 갖는다는 걸 인식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이걸 통해서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모든 이를 기쁘게 할 것 같다.

 

 

 4. 압축성장의 고고학: 사회조사로 본 한국사회의 변화, 1965-2015

이 책은 지난 50년간의 한국 사회변화를, 사회조사라는 양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드러내고 이를 분석한 것이다. 지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공식적인 양적 자료를 통해서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이 책을 쓴 저자들 또한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소장, 중진학자들이기에 더더욱 권할만 하다. 물론 이 책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이 책에 나온 한줌의 데이터와 설명보다는 훨씬 방대할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더더욱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과, 데이터를 통해 본 한국을 비교해보고, 부분부분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지난 한국사회의 50년 변화에 대한 하나의 참고서처럼 대하되, 이것만이 전부인양 교과서처럼 읽지는 않기를 바란다.

 

 5. 팩트체크: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자신의 말이 그 자체로 진실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발화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곤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적어도 상당한 권력을 가진 지배층이자, 상류층이라는 것이다.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팩트체크' 코너는 이를 바로잡을만한 교정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만약 올 한 해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고 싶을 때 이 책을 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다보면, 짐짓 중립적인 체하는 내용에서 약간의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그 '팩트'라는데 있다. '팩트'만큼 중요한 것은 '맥락'이고 각각의 맥락은 서로 모순적이거나 갈등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하지 않는 권력자들에 대해 '사이다 같은' 한 방을 날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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