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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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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아테네의 신전들이나 여러 외국의 고대건축물들을 보면 경외감이 쉽게 들곤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이며 자국의 문화와 멋을 모르고 그저 문화사대주의에 빠져 내것, 우리것이 아닌 남의 것만 우수하게 바라보는 나만의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심스럽게, 이런 일련의 사고에 대해서도 나름의 여러이유들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우선은 학창시절부터, 제대로 된 한국 건축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조차도 없이 천편일륜적이고 아무 흥미거리 없는 방식을 통해 건축물들을 답사 한다는 것이다. 그 흔한 수학여행 코스인 '경주'같은 경우는 그저 학창시절에나 가봄직한 장소가 되기도 하니깐 말이다. 다음은 미지의 시대의 '환상적인 이야기'에 대한 부재로 인한, 호기심 없는 접근과 더불어, (쉽게 노출되어) 짐짓 알고있다는 착각이 한몫 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그리스 건축물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마츄피츄 처럼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인류자체가 관심갖는 여러 조형, 건축물 들은 한국의 삼국/조선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것들로써, 아직 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써, 그리고 제대로 본 적 없는 미지의 호기심으로써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있는 것들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아니 핑계들이, 피라미드 건설에 관한 여러 풀리지 않은 의문들에는 관심 갖는 반면에, 한국 건축은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 질 수 있는지 큰 관심이 없었다는 고백에 대한 적절한 방어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개인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무시와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은 거기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  

우선은, 선사시대를 둘러봄으로써, 이 책에서 언급되는 '한국 건축' 의 발전의 기원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한국 건축의 구조를 살핌과 동시에 왜 그런 건축물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건축물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도리' 와 '보' 를 비롯한 여러가지 기준들을 통해 모르고 보면 '그게 그거인 듯한' 건축물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함과 동시에, 그 건축물들이 세워질 수 있는 초석부터, 기둥, 서까래, 그리고 기타 많은 건물의 조직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비교적 간단할 줄 알았던 초석에서 부터 갖가지 다양한 분류가 가능했다. 나아가 여러 공간구성에서부터 지붕에 이르기까지 여러 구조물들을 요목조목 해체한다. 즉, 현재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구조물들이, 건축방식으로 인해 그럴 수 밖에 없는 기술적 제한과, 그것과는 별개로 자연과 더불어 주거적 용도와 미적 용도를 동시에 갖추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들이 '왜' 사용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아본다. 그것들은 아주 종종 비슷한 양식을 갖춘 일본이나 중국과의 비교/대조를 통해 설명되기도 한다. 

이 책은 사실 재미와 흥미로 접근하기에 쉽지만은 않다. 일단은 일반독자들이라면 전혀 생소한 단어들을 마주침이 가장 큰 걸림돌이고, 그로인해 사전을 방불케하는 설명을 통한 접근이 그 이유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을 발견하긴 어렵진 않다. 여러 전체적인 사진들과 부분적 사진, 설계면, 그림 등을 통해서, 생소한 독자가 텍스트로 접하는 한계를 넘어서게 하게끔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이 책이 모든 일반적인 대중을 상대로 했다고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비교적) 구체적인 목적성을 띈다. 성별/나이불문 하고 읽을 수 있게 겉핥기식의 표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좀더 한국 건축에 흥미있는 이들을 위한 매우 적절한 해체서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나같은 일반독자들이 약간 아리송할 정도의 구성이라면, 분명 좀더 구체적인 지식을 원하는 독자에겐 충분히 쉽고 흥미있는 이론서가 될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비전문적인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쉬운것은, '좀 더 친절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독자가 동일한 공간지각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공간의 산물인 건축을 설명한 것이라면 자료사진들이 좀더 친절하게 텍스트와 연결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전체적인 사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부분적인 사진들에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게 좀더 쉬운 표기를 한다던가, 단어와 연결된 사진들에는 각각의 연결성을 갖는 번호표나 표식을 배열했다면 이 책의 이해도와 활용도를 좀 더 극대화 시켰을 것이란 생각은 순전히 내 생각일까. 

다소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인식할만큼 얻은 것은 있다. 완벽한 이해를 선행하진 못한, 겉핥기 식으로 접한것일지는 모를지언정, 이렇게 한번 집고 넘어가는 것은 인식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되었단 점이다. 옛 조상들의 지혜에서 우러나온 여러 과학적, 미학적 관점에서의 건축물들을 다시한번 바라볼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언젠가, 다시 우리의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부분적 명칭을 기억해내거나, 여러 분류에 탁월한 식견을 발휘하진 못할지언정, 예전과 같이 별 흥미없이 그저 미학적으로만 한번 슥- 바라봄은 아닐 것이란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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