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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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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101명의 화가>는 보통의 일반인이 알고있는 20세기까지의 화가들은 다 실려있음은 물론, 역사에 기록된 주요화가들은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다 알지 못하지만 아마 그러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다.) 무척 얇고 가벼운 책이다. 표지는.. 조금 복잡했다. 표지에 수록된 '피카소' 만화를 읽다가 책을 열었다. 내겐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던것이, 이 책의 모든 구성은 이렇다는 것. 어쨌든, 설명서라는 것과 점점 멀어지는 생활을 해왔던 터라지만, 이 책의 설명서는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101배 재밌게 즐기는 법' 은 다소 겸손한 표현이다. 이 책은 x1배.. 그러니깐 그냥 온전히 본전치기로라도 읽기 위해서는 꼭 집고 넘어가야할 설명서였던 것. 

 그 설명서를 보다가.. 그냥 페이지를 넘겼던 것일까. 솔직히 초반엔 다소 읽기가 힘들었다. 그림은 눈에 들어오니, 먼저 봐야겠는데 사방이 텍스트로 막혀있었다. 설명, 대사, 생각 들이 기본적으로 화가를 기준으로 적혀있었지만, 작가의 분신같은 도우미 캐릭터까지 혼합되있어서 여간 헷갈리는게 아닐 수 없었다. 2페이의 짧은 분량안에 해당 화가의 생의 주요사들을 모두 다루려고 하다보니 텍스트와 그림이 빽빽하고, 컷구성도 되있지 않았기때문에 텍스트와 그림을 잘못 묶으면 약간 헤매게 되는 경우가 생길때도 있었다. 그리고 한장 넘길때마다 등장하는 많은 용어, 인물들은 괜히 앞서 읽었던 화가들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런 복잡한 구성으로 말미암아.. 이건 너무 무리한 집대성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하나씩 몰랐던 것을 발견하면서, 단순한 그림, 짧은 이야기를 허투루 읽지 않게 되고,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볼 수 있었다.  

허투루 읽지 않고 좀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은, 이름을 모르고 그림만 알고있던 것들을 누가 그린지 알게되는 것과 더불어, 나름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작가들의 틈에서 보석같은 화가들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왜 이 화가를 여태껏 알지 못했을까 하면서 더해진 집중력은 짧은 이야기속에 꽤 많은 주요 이야기들이 깨알같이 실려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책을 무시하지 않고 읽으면 의외로 화가들의 생애에서 주요한 것들은 대략 훑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2페이지라는 분량상 그것들을 자세히 다룰 순 없겠지만, 개괄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충분한 이야기들이 실려있었다.  

특히나 이렇게 한 화가의 특정시기에 대해서 긴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부담없이 화가의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것은, 나름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고, 어떤것은 오히려 특정시기에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던 유명화가들의 일화들을 알게해주는데 효과적이었다. 또한 생의 어떤 업적들만큼 재밌던 것은 부자화가, 가난한 화가에 대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성격, 관계, 결혼생활 등을 살펴봄으로써 그 화가가 어째서 그런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짐작케 할 수 있게되는 점이다. 

다른 책들에 비해 눈에 띄는 점은, 화가들의 생을 어떤 미화나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족하고 결핍된 모습까지 쉽게 알게해준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짧은 만화안에서 우리는 '그림그리는 화가'뿐만이 아니라, 남들과 같이 '치열하게 돈벌며 인생을 살아가야만 했던' 한 남자, 아버지이자, 남편, 자식, 친구, 혹은 아내, 여자.. 그러니깐, 우리가 알고있는 화가의 뒷면에 감춰진 한 인간의 생애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우며, 작품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짧은 지면에 빡빡한 구성을 통한 개괄적인 화가 바라보기는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가 유독 생각이 났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엮었던 그 책은, 그의 예술적인 고뇌, 위태로웠던 인생의 향이 잔뜩 묻어났었다. 또한 그것은 꾸밈없는 아픔을 보여주었다. 읽는 이들까지 수많은 고뇌에 빠져들게 했을 정도로, 비극적이고 또 희망적이기도 했다. 그가 대체 왜, 귓볼을 잘라내야만 했는지,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던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편지들..  

이 <101명의 화가>가 그런 역할을, 그 정도의 이야기를 담아내리라 기대하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수많은 화가들의 파란만한장 인생사의 주요 항목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며, 그것들로 인해 유명화가끼리 얽혔던 관계들을 발견하고, 미쳐 몰랐던 아름다운 그림들과, 화가들을 발견하게 해주며, 주옥같은 이야기(화가의 사상이기도, 때로는 작가의 시선이기도)가 함축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세기의 화가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커다란 창문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그 화가들의 풍경을 멀리서 크게 바라봤다면, 이제 우리는 망원경을 들고선, 각자가 흥미를 느낀 화가를, 관점을, 미술사를 개인적으로 더 파고들어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땐, 시대를 뒤죽박죽 섞어서, 가나다 순으로 배열한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풍이나 시대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머릿속에 하나로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의외로 많은 화가들이 서로 얽혀있는데 그런것들로 인해 서로를 언급했을때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성이었던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배열이 상징하듯, 이 책은 미술사에 대한 책이 아니라 화가에 대한 책, 그렇기때문에 화가를 찾기에 적절한, 인명사전식의 배열을 취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쉬움을 토로하며 책을 덮으려 할때 만화가 끝나고 뒤에 기록된, 화가들의 연대기적 기록은 이 책의 배열에 불만을 품고있던 마음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생각해보면.. 이것들을 반대로 했어야 하는게 더 맞는것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이 책은, 화가들이 궁금할때 쉽고,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세기의 화가들의 사전이었다. 그 역할은 충분히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화가의 생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초석이 되기도 하니, 예상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도 있겠다. 아무래도 아쉬운 것들은.. 아쉽다는게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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